게리 네빌의 인스타그램 포스트(사진=게리 네빌 SNS)
게리 네빌의 인스타그램 포스트(사진=게리 네빌 SNS)

 

[스포츠춘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에서 구단주를 비판한 방송 해설위원의 경기장 출입이 금지되는 전례없는 일이 발생했다. 노팅엄 포레스트가 스카이스포츠 해설위원인 게리 네빌의 시즌 최종전 중계 참여를 차단하면서 언론의 자유를 둘러싼 논란이 일고 있다.

5월 24일(한국시간) 디 애슬레틱 등 현지 매체에 따르면 노팅엄은 26일 새벽 1시 시티 그라운드에서 열리는 첼시와의 2024-25 EPL 최종 38라운드 홈경기에서 네빌의 출입을 금지했다고 발표했다. 양 팀 모두 챔피언스리그 진출권인 5위 이내 진입을 노리는 중요한 경기다.

스카이스포츠는 네빌이 공동해설을 맡을 예정이었으나 노팅엄의 출입 불허로 계획을 전면 수정했다고 밝혔다. 방송사는 "전례없고 부당한 조치"라며 강한 유감을 표했다.

이번 사태의 발단은 이달 11일 노팅엄과 레스터 시티의 2대 2 무승부 경기 직후 벌어졌다. 그리스 출신 졸부 에반겔로스 마리나키스 구단주는 경기 종료 직후 아래로 내려가 누누 에스피리투 산투 감독을 격하게 몰아붙였다.

챔피언스리그 진출이 걸린 경기에서 보여준 실망스러운 경기력에 마리나키스 구단주는 감독에게 분노를 표출했고, 이를 지켜본 네빌은 SNS에서 구단주를 강하게 비판했다. 네빌은 "노팅엄 구단주의 이런 행동은 스캔들"이라며 "누누는 오늘밤 바로 계약 해지를 협상해야 한다"고 게시했다.

네빌은 이어 "노팅엄 팬들과 선수들, 감독은 그런 대우를 받을 이유가 없다"며 마리나키스 구단주의 행동을 강도 높게 질타했다. 노팅엄 측은 이에 대해 "오해"라며 선수 교체를 둘러싼 의사소통 문제였을 뿐이라고 해명했지만, 이미 관계는 돌이킬 수 없이 악화된 상태였다.

네빌과 노팅엄의 갈등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지난해 7월엔 네빌이 노팅엄을 "마피아 갱단 같다"고 비판한 사건도 있었다. 당시 노팅엄이 에버턴 상대로 0대 2 패배 후 심판 판정을 강하게 비판하는 성명서를 발표하자, 네빌이 "유치한 어린애 같은 일이다. 부끄럽다"며 맹비난했다.

노팅엄은 네빌의 발언에 대해 스카이스포츠에 법적 서한을 보냈고, 스카이스포츠는 "불쾌감을 끼쳤다면 사과한다"며 공식 사과했다. 이후 네빌은 2024-25 시즌 내내 시티 그라운드에서의 중계에 참여하지 않았다.

프리미어리그 사무국은 이번 노팅엄의 조치를 인지하고서도, 경기장 출입 권한은 각 구단에 있다면서 관여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리그 규정상 미디어 출입을 결정할 권리가 사무국이 아닌 구단 쪽에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지 언론에서는 비판적 언론인에 대한 보복성 조치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50세인 네빌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잉글랜드 대표팀에서 활약한 전 수비수로, 은퇴 후 14년간 스카이스포츠 해설위원으로 활동해왔다.

네빌은 자신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14년간 이 일을 하면서 비판과 칭찬을 적절히 해왔지만 이런 전례없는 조치를 당한 적은 없다"고 밝혔다. 그는 "노팅엄 같은 훌륭한 클럽이 이런 결정을 내리게 된 것이 실망스럽다"며 "그들이 자신의 경기장에 누구를 들여보낼지 선택할 권리는 있지만, 지난 12개월 동안 구단 운영의 문제점들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비판했다.

스카이스포츠는 네빌의 출입 금지로 당초 시티 그라운드에서 진행하기로 한 스튜디오 중계를 서런던 스카이 스튜디오로 변경했다. 네빌은 중계 참여를 포기하기로 했고, 현장 해설진만 시티 그라운드에 배치될 예정이다. 스카이스포츠는 애초 네빌을 위해 보안요원 2명을 배치할 계획이었지만, 노팅엄의 출입 불허로 모든 계획이 무산됐다.

노팅엄과 첼시의 최종전은 양 팀 모두 챔피언스리그 진출을 놓고 벌이는 중요한 경기다. 하지만 이번 사건으로 정작 경기 자체보다 언론 자유를 둘러싼 논란이 더 큰 화제가 되고 있다. 좋은 축구보다는 구단주 심기 경호가 우선인 노팅엄이 과연 최종전 승리로 구단주에게 기쁨을 안겨줄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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