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춘추]
야구 경기에도 블록버스터가 있다. 지난해 월드시리즈에서 만났던 뉴욕 양키스와 LA 다저스가 다시 격돌한 5월 31일(한국시간) 다저스타디움에서 애런 저지(33·뉴욕 양키스)와 오타니 쇼헤이(30·LA 다저스)가 메이저리그 역사를 새로 썼다.
지난 시즌 양대리그 MVP가 같은 경기 1회에 나란히 홈런을 터뜨리는 사상 초유의 기록을 세운 것이다. MLB닷컴의 브라이언 호크 기자는 "전 시즌 MVP 선수들이 같은 경기 첫 이닝에 홈런을 친 것은 역사상 처음"이라고 전했다. 경기는 다저스가 8대 5로 승리했다.
저지는 경기 후 "(오타니가) 날 따라한 것 같은데?"라며 농담을 던진 뒤 "정말 대단한 선수다. 타석에서든 주루에서든, (조만간 투수로 복귀할) 마운드에서든 그가 보여주는 플레이는 특별하다"고 오타니를 극찬했다.
포문은 지난해 아메리칸리그 MVP 저지가 먼저 열었다. 저지는 1회초 다저스 선발 토니 곤솔린을 상대로 시즌 19호 홈런을 터뜨렸다. 89.7마일 속구를 113마일로 되받아친 이 홈런은 스탯캐스트 기준 446피트(약 136m)를 날아가 중앙 외야 관중석에 꽂혔다.
그러자 작년 내셔널리그 MVP 오타니가 바로 맞받아쳤다. 1회말 좌완 선발 맥스 프리드의 초구 93.7마일짜리 싱커를 출구속도 105.5마일로 받아쳐 좌중간 담장을 넘겼다. 417피트(약 127m)를 날아간 오타니의 시즌 21호 홈런으로 경기는 1대 1 동점이 됐다.
데이브 로버츠 다저스 감독은 "우리는 스타 플레이어들을 좋아한다"며 "저지가 홈런으로 시작하고 오타니가 바로 답하는 모습은 모든 사람에게 짜릿했다"고 소감을 밝혔다고 MLB닷컴이 전했다.
오타니는 여기서 끝내지 않았다. 6회말 프리드를 상대로 시즌 22호 홈런을 추가하며 멀티홈런을 기록했다. 112.5마일의 강한 속도로 날아간 이 홈런은 다저스가 4점을 뽑아내며 대반격하는 신호탄이 됐다.
오타니는 통역을 통해 "두 팀 모두 출발이 좋았다"며 "이런 경기에서는 기세가 정말 중요한데, 그 순간에 점수를 낼 수 있어서 좋았다"고 말했다.
애런 분 양키스 감독은 "비슷한 홈런들이었다. 시작부터 강펀치 몇 방이 나왔다"며 "오늘 이 그라운드에 있는 선수들을 보면 정말 감탄스럽다. MVP와 올스타가 즐비하고, 오늘 밤 스타들이 제대로 빛났다"고 평가했다.
두 선수는 메이저리그를 대표하는 스타 중의 스타이면서 동시에 성적 면에서도 압도적이다. 현재 메이저리그 총 루타 1, 2위를 차지하고 있으며(저지 153개, 오타니 140개), 득점 부문에서도 1, 2위를 달리고 있다. 4월 30일 이후 타격 성적에서도 저지(OPS 1.237)와 오타니(1.186)가 75타석 이상 출전한 선수 중 1, 2위를 기록하고 있다.
저지는 "최고와 맞붙는 게 좋다"며 "최고 팀, 최고 선수들과 경기하고 싶다. 오타니는 확실히 최고 중의 최고고, 오래전부터 그래왔다. 이번 시즌도 또 대단하게 시작했다"고 말했다고 전해졌다.
로버츠 감독은 오타니에 대해 "본인은 평소와 똑같다고 말하겠지만"이라면서도 "상대편에 현역 MVP가 있고 그가 잘하는 걸 보면, 오타니에게서 더 강한 승부욕이 나온다. 팬들도 엄청 흥분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양키스와 다저스는 6월 1일, 2일에도 다저스타디움에서 승부를 이어간다.
한편 이날 경기에서 김혜성은 선발 라인업에서 제외됐으나 9회초 대수비로 출전했다. 3경기 만에 그라운드를 밟은 김혜성은 저지의 뜬공을 안정적으로 처리했다. 다만 타석에는 나설 기회가 없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