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춘추]
LA 다저스에서 9년간 활약하며 월드시리즈 2회 우승을 함께한 베테랑 유틸리티 선수 크리스 테일러가 같은 지역 연고 라이벌팀 LA 에인절스로 둥지를 옮겼다.
에인절스는 5월 27일(한국시간) 테일러와 1년 계약을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테일러는 빅리그 최저 연봉인 74만 달러를 받게 되며, 다저스는 올 시즌 테일러에게 지급하기로 한 1500만 달러의 나머지 금액을 부담해야 한다.
2014년 시애틀 매리너스에서 빅리그에 데뷔한 테일러는 2016년 트레이드를 통해 다저스로 이적한 후 팀의 핵심 선수로 자리잡았다. 2017년부터 2023년까지 타율 0.256, 출루율 0.336, 장타율 0.444를 기록하며 17.7 WAR(대체선수대비 기여승수)를 쌓아올렸다. 좌익수, 중견수, 우익수, 3루수, 2루수, 유격수 등 6개 포지션을 소화하며 팀의 만능 빨간약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특히 포스트시즌에서의 활약은 눈부셨다. 2018년 내셔널리그 챔피언시리즈에서 공동 MVP를 수상했고, 2021년 와일드카드 게임에서는 끝내기 홈런을 터뜨리며 팀을 승리로 이끌었다. 2020년과 2024년 월드시리즈 우승의 순간에도 테일러가 함께였다.
하지만 최근 2시즌 동안 테일러의 성적은 급격히 하락했다. 2024년 87경기에서 타율 0.202, OPS 0.598에 그쳤고, 올 시즌에는 35경기 출전해 28타석에서 7안타에 그치며 타율 0.250을 기록했다. 13개의 삼진을 당하면서 볼넷은 한 개도 얻지 못했다.
더욱이 '혜성특급' 김혜성의 등장으로 테일러의 입지는 더욱 좁아졌다. 포스팅 시스템을 통해 올시즌 입단한 김혜성이 인상적인 활약을 보이며 새로운 대안으로 떠오른 것이다. 김혜성은 테일러처럼 2루수, 유격수는 물론 외야까지 다양한 포지션을 소화하고 빠른 발과 도루능력을 갖춰 쓰임새가 다양하다. 이에 다저스는 로스터 정리를 위해 베테랑 테일러를 방출하는 결정을 내렸다.
테일러는 방출 소식에 대해 현지 매체와 인터뷰에서 "마음이 복잡했다"며 "다저스에서 9년을 보냈지만, 때가 된 것 같다"고 담담하게 받아들였다. 이어 "새로 시작할 시간이 됐고, 페이지를 넘겨 새로운 챕터를 쓰고 싶다. 에인절스에서 그렇게 할 수 있어 설렌다"고 포부를 밝혔다.
론 워싱턴 에인절스 감독은 "그가 가진 경험이 우리에게 필요하다"며 "젊은 선수들과 소통할 수 있는 귀중한 자산이다. LA에서 치열한 경쟁을 견뎌낸 베테랑이고, 바로 그런 선수를 우리가 원했다"고 영입 배경을 설명했다.
에인절스는 테일러를 주로 중견수로 기용하면서, 내야 여러 포지션에서도 활용할 예정이다. 마이크 트라웃이 무릎 부상에서 복귀하면 내야 출전 기회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에인절스는 테일러의 영입을 위해 최근 부진한 신예 카이렌 패리스를 마이너리그로 내보냈다.
테일러는 "내 자신에게 증명할 것이 많다고 느낀다"며 "지난 몇 시즌 내가 할 수 있는 플레이를 보여주지 못했다. 바꾸고 싶다"고 의지를 드러냈다. 그는 최근 부진의 원인을 스윙 폼의 문제로 진단하며, 몸은 건강하고 출전 기회가 적었던 만큼 오히려 체력적으로 여유가 있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한편 테일러를 밀어낸 김혜성은 같은날 클리블랜드 가디언스전에 9번 타자 2루수로 선발 출전했지만 3타수 무안타에 그쳤다. 시즌 타율은 0.395에서 0.366으로 하락했다. 하지만 6회 무키 베츠의 적시타 때 홈을 밟아 시즌 10번째 득점을 기록했고, 다저스는 7대 2로 승리해 시즌 33승째를 거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