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운드를 내려오는 코빈 번스(사진=MLB.com)
마운드를 내려오는 코빈 번스(사진=MLB.com)

 

[스포츠춘추]

3000억원 거액을 투자한 에이스 투수가 시즌을 마감했다.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의 남은 시즌 서부지구 우승 경쟁과 트레이드 데드라인 전략에도 큰 변화가 예상된다.

ESPN 등 미국 현지 매체는 6월 7일(한국시간) "애리조나가 올 시즌 총 2억1000만 달러(2940억원)의 거액을 투자한 에이스 코빈 번스(30)가 토미존 수술을 받게 됐다"고 보도했다. 6년 계약의 첫해부터 시즌 전체를 날리게 된 번스는 내년 시즌 대부분까지 결장할 가능성이 높아 애리조나에게는 치명타다.

토리 루블로 애리조나 감독은 라디오 방송 '번스 앤 갬보'에 출연해 "우리 팀으로선 정말 힘든 하루다. 코빈 번스에게도 힘든 하루"라며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이어 "이런 일들이 야구에서는 일어난다"면서도 "코빈과 대화했는데, 그가 오히려 나를 위로해줬다"고 털어놓았다.

번스는 지난 1일 워싱턴 내셔널스전 5회 2아웃 상황에서 CJ 아브람스에게 안타를 허용한 뒤 팔꿈치에 불편함을 느꼈다. 번스는 글러브로 덕아웃을 향해 신호를 보냈고, 팀이 3대 0으로 앞선 가운데 승리투수 자격에 아웃카운트 하나만 남겨놓고 마운드를 내려왔다. 이후 병원 정밀 검사에서 팔꿈치 인대 손상이란 최악의 결과가 나왔다.

수술 결정은 번스 본인이 내렸다고 루블로 감독은 설명했다. 감독은 "선수 주변에 훌륭한 전문가들이 있었고, 보수적 치료와 토미존 수술에 대한 모든 방안을 검토한 뒤, 본인이 모든 정보를 토대로 최종 결정을 내렸다. 우리는 그의 결정을 전적으로 지지한다"고 말했다.

번스는 지난 4시즌 연속 28경기 이상, 3년 연속 193이닝 이상을 소화하며 리그에서 가장 믿을 만한 투수 중 하나였다. 밀워키 시절인 2021년엔 내셔널리그 사이영상을 수상했고, 167이닝을 던지며 평균자책 2.43을 기록했다. 작년 볼티모어에서도 4년 연속 올스타에 선발되는 등 꾸준함을 자랑했다.

그런 번스마저 결국 쓰러졌다는 사실은 현대 야구의 투수 부상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지를 보여준다. 스포츠 매체 디 애슬레틱의 켄 로젠탈 기자는 칼럼에서 "번스 같은 내구성 있는 투수조차 부상을 피할 수 없다면, 과연 누가 다음 차례일까"라며 우려를 표했다.

좌절한 번스의 표정(사진=MLB.com)
좌절한 번스의 표정(사진=MLB.com)

애리조나는 번스 영입 과정에서 4년 1억8000만 달러(2520억원)를 제안한 원 소속팀 볼티모어를 이겼다. 볼티모어의 제안이 연평균 1000만 달러(140억원) 더 높았지만, 애리조나는 고향 팀이라는 메리트로 번스를 설득해 유니폼을 입히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볼티모어가 큰 화를 면한 격이 됐다.

번스의 이탈은 애리조나의 2025시즌뿐 아니라 2026시즌까지 큰 타격을 준다. 애리조나는 올 시즌 이미 조던 몽고메리가 토미존 수술로 시즌 전체를 결장하고 있고, 지난해 부상으로 상당기간을 결장한 에두아르도 로드리게스는 9경기 평균자책 7.05로 부진하다.

한때 사이영상 후보까지 올랐던 잭 갤런도 13경기 평균자책 5.13으로 실망스러운 성적을 내고 있다. 현재 로테이션에서 제몫을 하는 투수는 KBO리그 출신 메릴 켈리 정도다. 갤런과 켈리는 시즌 뒤 자유계약선수 자격을 얻는데, 갤런의 에이전트가 스콧 보라스란 점을 고려하면 잔류가 여의치 않을 전망이다.

현재 31승 31패로 내셔널리그 서부지구 1위에 6.5게임 뒤처진 애리조나는 최근 4연승으로 5할 승률을 회복했지만, 번스의 부상으로 남은 시즌 전망이 어두워졌다. 만약 여기서 성적이 더 떨어진다면 트레이드 데드라인에서 셀러 입장에 설 가능성이 높다.

만약 애리조나가 셀러가 된다면 갤런, 켈리, 에우헤니오 수아레스, 조시 네일러, 랜달 그리척, 셸비 밀러 등 6명의 자유계약선수 예정자를 트레이드 시장에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마이크 헤이즌 단장은 2019년에도 트레이드 데드라인에 에이스 잭 그레인키를 트레이드한 경험이 있다.

번스의 남은 계약에도 먹구름이 드리웠다. 토미존 수술 회복기간을 감안하면 번스가 계약에 포함된 2026년 후 옵트아웃 조항을 행사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막대한 투자에도 불구하고 첫해부터 주축 투수를 잃은 애리조나의 앞날에 먹구름이 짙게 드리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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