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우석(사진=펜사콜라 블루 와후)
고우석(사진=펜사콜라 블루 와후)

 

[스포츠춘추]

마이애미 말린스 마이너리그 팀에서 방출당한 고우석이 새 팀을 찾았다. 미국야구에 정통한 소식통은 6월 24일(한국시간) "고우석이 디트로이트 타이거스와 마이너리그 계약을 맺었다"며 "미국에 남아서 야구 도전을 이어간다"고 전했다.

고우석의 새로운 도전지인 디트로이트는 최근 아메리칸리그의 신흥 강호로 떠오른 팀이다. 지난해 10년 만에 포스트시즌에 진출했던 타이거스는 올해도 49승 30패로 아메리칸리그 전체 1위를 질주하며 깜짝 선전을 이어가고 있다.

고우석이 합류할 디트로이트의 빅리그 불펜은 나름 짜임새가 있지만, 주요 선수들의 부상으로 보강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현재 총 4명의 투수가 세이브를 기록하고 있는 가운데, 윌 베스트가 12세이브로 주요 마무리 역할을 맡고 있고 8세이브의 토미 케인리가 2번 옵션으로 활용되고 있다.

그 외에도 브레넌 하니피, 타일러 홀튼, 보 브리스키, 체이스 리, 존 브레비아, 브랜트 허터 등이 주력 불펜투수로 활약하고 있다. 다만 브리스키와 건터는 최근 마이너리그로 내려간 상태다.

주목할 점은 작년 시즌 마무리를 맡았던 제이슨 폴리와 알렉스 랭이 현재 60일 부상자 명단에 올라 있다는 것이다. 특히 폴리는 시즌 초 트리플A로 옵션된 후 어깨 부상으로 시즌 아웃 수술을 받은 상황이어서, 불펜 보강이 필요했던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AJ 힌치 감독의 스타일상 다양한 불펜 투수를 골고루 활용하는 경향이 있다는 점에서, 상황에 따라 고우석에게도 기회가 주어질 가능성이 있다. 힌치 감독은 특유의 '피칭 카오스' 전략으로 유명하다.

힌치 감독은 "정해진 이닝보다는 유연한 역할 분담을 선호한다"며 "불펜 운영에서 너무 경직되면 안 된다. 클로저로 지명한 투수라도 7회나 8회에 필요할 수 있기 때문이다"라고 밝힌 바 있다. 이러한 유연한 불펜 운영 철학은 고우석에게 기회가 될 수 있다.

실제로 디트로이트는 지난해 포스트시즌에서 타릭 스쿠발 외에는 모든 경기를 불펜게임으로 치르며 휴스턴 애스트로스를 꺾고 와일드카드 시리즈를 돌파했다. 올해도 주어진 선수들을 매 경기마다 새로운 타순과 포지션에 기용하면서 현란하고 유연한 선수 기용을 가져가고 있다.

LG 왼손 에이스 디트릭 엔스(사진=LG)
LG 왼손 에이스 디트릭 엔스(사진=LG)

디트로이트의 트리플A 팀 톨레도에는 전 두산 외국인 투수 조던 발라조빅과 전 LG 외국인 투수 디트릭 엔스가 소속되어 있다. 엔스와 고우석이 같이 뛴 적은 없지만 모두 LG 출신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엔스는 지난해 LG에서 30경기 선발등판을 기록했던 투수다.

그 외에도 라이언 밀러, PJ 파우린, 맷 매닝, 타일러 오웬스, 브렌든 화이트, 맷 게이지, 리키 바나스코 등이 소속되어 있다. 이 가운데 매닝과 게이지는 40인 로스터에도 포함된 선수들로 빅리그 진입을 두고 치열한 경쟁을 펼칠 상대다.

디트로이트는 지금까지 한국인 선수를 영입한 적이 한 번도 없는 구단이다. 최근 대부분의 미국 팀이 고용하고 있는 한국 국적의 동아시아 담당 스카우트도 따로 두고 있지 않지만, 고우석의 합류로 새로운 인연이 만들어지게 됐다.

지난해 서울시리즈에서 친정팀 LG 동료들과 만난 파드리스 우완투수 고우석(사진=샌디에이고 파드리스 구단) 
지난해 서울시리즈에서 친정팀 LG 동료들과 만난 파드리스 우완투수 고우석(사진=샌디에이고 파드리스 구단) 

고우석은 2024년 1월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 450만 달러(63억원)에 계약하며 메이저리그에 진출했지만, 같은 해 5월 마이애미로 트레이드된 후 곧바로 지명양도 조치를 받으며 마이너리그 신세가 됐다.

올해는 스프링캠프에서 오른손 검지 부상을 당해 개막을 놓쳤고, 재활을 마친 후 루키리그부터 차례로 승격하며 트리플A까지 올라왔다. 최근 트리플A에서 5경기 평균자책 1.59의 안정된 투구를 보이며 메이저리그 콜업을 기대하던 상황에서 뜬금없는 방출 통보를 받았다.

업계에서는 마이애미의 결정을 "250만 달러(35억원)를 어차피 줘야 하는 선수인데 써보지도 않고 방출했다"며 "이해하기 어려운 결정"이라고 평가했다. 마이애미의 성급한 결정 덕분에 디트로이트는 고우석을 최소한의 비용으로 영입해 활용할 수 있게 됐다. 

고우석이 샌디에이고와 마이애미에서 못 이룬 빅리그 꿈을 디트로이트에서 이룰 수 있을지 주목된다. 현재 아메리칸리그 최고 성적을 달리고 있는 강팀에서 플레이오프 무대까지 경험할 수 있다면, 그동안의 아쉬움을 말끔히 씻어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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