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춘추]
리오넬 메시의 인터 마이애미가 극적으로 FIFA 클럽월드컵 16강 진출을 확정지었다. 하지만 기대했던 최상의 결과는 아니었다. 조 1위로 상대적으로 수월한 대진을 노렸지만, 마지막 순간 역전을 허용하며 가장 만나기 싫었던 상대와 맞붙게 됐다.
6월 24일(현지시간) 플로리다주 마이애미가든스 하드록 스타디움에서 열린 A조 최종전에서 마이애미는 브라질 팔메이라스와 2대 2 무승부를 기록했다. 조 2위로 간신히 16강에 올랐지만, 이길 수 있었던 경기를 비긴 대가로 16강에서 B조 1위 파리생제르맹(PSG)과 격돌하게 됐다.
마이애미는 전반 16분 타데오 아옌데의 선제골과 후반 20분 루이스 수아레스의 추가골로 2대 0 리드를 잡으며 조 1위 확정 분위기를 만들었다. 하지만 후반 35분과 42분 연속 실점하며 값비싼 무승부를 기록했다. 팔메이라스는 파울리뉴와 마우리시우가 연속골을 터뜨리며 극적인 동점에 성공했다.
같은 시간 뉴욕 메트라이프 스타디움에서 열린 A조 다른 경기에서는 포르투와 알 아흘리가 골잔치를 벌인 끝에 4대 4 무승부를 기록하며 두 팀 모두 탈락했다. 이로써 팰메이라스가 조 1위로 16강에 진출했고, 마이애미는 조 2위로 간신히 16강 티켓을 확보했다.
스포츠 전문매체 디 애슬레틱은 "마이애미가 2골 앞선 상황에서 수비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며 "보타포고와의 대결 대신 훨씬 더 위험한 팀 PSG와 맞붙게 됐다"고 분석했다.
마이애미의 16강 상대가 PSG로 확정되면서 메시와 옛 소속팀의 재회가 성사됐다. 메시는 2021년부터 2023년까지 2년간 PSG에서 뛰었지만, 파리 팬들의 야유와 가족의 적응 문제로 불편한 프랑스 시절을 보냈다.
특히 2022년 카타르 월드컵에서 아르헨티나가 프랑스를 꺾고 우승한 이후 메시는 PSG 팬들로부터 더욱 거센 야유를 받았다. 메시 본인도 파리에서의 시간이 자신과 가족에게 힘들었다고 공개적으로 인정한 바 있다.
ESPN은 "메시가 이전 소속팀과 맞붙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며, PSG의 루이스 엔리케 감독과의 재회도 흥미로운 포인트"라고 전했다. 엔리케는 바르셀로나에서 메시와 함께 9개의 트로피를 들어올린 바 있다.

PSG는 시애틀 루멘필드에서 열린 시애틀 사운더스와의 경기에서 흐비차 크바라츠헬리아와 아슈라프 하키미의 골로 2대 0 승리를 거뒀다. 크바라츠헬리아의 선제골은 동료 비티냐의 슛이 자신의 등에 맞고 방향이 바뀌어 들어간 행운의 골이었다.
승리를 거뒀지만 PSG의 피로도는 심각한 수준이다. 디 애슬레틱은 "PSG가 이번 시즌 61경기를 치르는 등 극심한 피로에 시달리고 있으며, 보타포고에게 패배한 것이 다른 팀들에게 PSG 공략법을 제시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시애틀은 3경기 전패로 탈락했지만 유럽 강팀들을 상대로 선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브라이언 슈메처 시애틀 감독은 보타포고의 전술을 참고해 중앙을 막고 PSG를 측면으로 몰아내는 전략을 구사했다.
한편 B조에서는 충격적인 결과가 나왔다. 스페인의 아틀레티코 마드리드가 로스앤젤레스 로즈볼에서 브라질 보타포고를 1대 0으로 꺾고도 조 최하위로 탈락하는 비극을 맞았다.
아틀레티코는 후반 42분 안토안 그리즈만의 골로 승리를 거뒀지만, 동시에 시애틀에서 열린 경기에서 PSG가 시애틀 사운더스를 2대 0으로 이겨 PSG, 보타포고, 아틀레티코가 모두 승점 6점으로 동률을 이뤘다. 결국 골득실에서 밀린 아틀레티코가 유럽팀 중 첫 번째 탈락팀이 됐다.
특히 아틀레티코는 전반 추가시간 훌리안 알바레스에 대한 페널티킥 상황에서 비디오판독(VAR) 끝에 반칙이 인정되지 않아 아쉬움을 남겼다. 알렉산데르 쇠를로트의 파울이 먼저 발생했다는 판정이 나왔기 때문이다.
디 애슬레틱은 "아틀레티코가 첫 경기에서 PSG에 0대 4로 대패한 게 결정적이었다"면서 "보타포고의 PSG 상대 승리 이변과 맞물려 탈락하게 됐다"고 분석했다.

16강 대진이 확정되면서 주목할 만한 매치업들이 성사됐다. 팔메이라스와 보타포고는 29일 필라델피아에서 브라질 더비를 펼치게 됐고, 마이애미와 PSG는 30일 애틀랜타에서 격돌한다.
ESPN은 "FIFA가 이번 대회를 기획하면서 꿈꿨던 바로 그런 대결"이라며 "마이애미가 PSG를 상대로 이변을 일으킬 수 있을지 주목된다"고 전망했다.
마이애미는 LAFC와 시애틀이 모두 탈락한 가운데 MLS의 마지막 희망으로 남았다. 하지만 5년 된 젊은 구단이 카타르 자본의 PSG를 상대로 16강 돌파를 이뤄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보타포고의 레나투 파이바 감독은 "브라질은 거대한 나라이고 특별한 축구를 가지고 있다"며 "많은 사람들이 브라질을 과소평가하지만 우리는 조국을 대표하는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2024년 코파 리베르타도레스 우승팀인 보타포고는 이번 대회에서도 강팀들을 상대로 이변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