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이 최근 20경기 7승 13패 승률 0.350으로 고전을 면하지 못하고 있다(사진=두산)
두산이 최근 20경기 7승 13패 승률 0.350으로 고전을 면하지 못하고 있다(사진=두산)

 

[스포츠춘추]

이승엽만 '나가'면 모든 게 달라질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다. 감독 퇴진으로 반등 모멘텀을 노렸던 두산 베어스가 오히려 더 깊은 수렁으로 빠져드는 모양새다. 두산이 28일까지 내리 3연패를 당하며 이제 4할 승률마저 붕괴할 위기에 내몰렸다.

두산은 26일 SSG 랜더스전 패배를 시작으로 27일에는 창원에서 NC에 9대 10으로 역전패를 당했고, 28일에도 NC에 1대 3으로 완패하며 3연패를 기록했다. 8위팀과의 맞대결에서 이틀 연속 패하면서 8위와의 거리는 더욱 멀어졌다. 28일까지 두산의 성적은 30승 3무 45패로 승률이 정확히 0.400이다.

두산은 지난 6월 2일 이승엽 감독이 성적 부진의 책임을 지고 형식상 자진 사퇴했다. 2023년 부임 첫해 5위, 지난해 4위로 초보 감독으로는 드물게 2년 연속 가을야구 진출을 이뤘지만 팬들의 마음을 얻지 못했다. 올시즌 초반 58경기에서 23승 3무 32패 승률 0.418까지 떨어지자 이 감독은 결국 자리에서 내려왔다. 

대신 지휘봉을 잡은 조성환 QC 코치가 감독대행을 맡았다. 미래 감독감으로 오래전부터 기대를 모았던 스마트한 지도자 조성환이 이끄는 두산은 다를 거라는 기대가 있었다. 조성환 대행은 부임 이후 선수들에게 허슬을 강조했다. 젊은 선수들도 적극적으로 기용하면서 변화를 도모했다. 에이스 곽빈과 불펜 핵심 홍건희도 부상에서 복귀했다. 모든 신호가 두산의 반등을 가리키는 듯했지만 현실은 정반대였다.

두산 국내 에이스 곽빈(사진=두산)
두산 국내 에이스 곽빈(사진=두산)

아이러니하게도 이승엽 감독 시절보다 오히려 승률이 더 떨어졌다. 이승엽 감독이 승률 0.418을 기록하고 물러났는데 대행 체제로 치른 20경기에서는 승률 0.350을 기록 중이다. 감독 교체 효과가 아직까지 전혀 나타나지 않고 있다.

6월 2일 이승엽 감독 사퇴 당시 두산은 8위 NC와 3경기차, 5위 KT와는 6.5경기차였다. 그러나 이승엽 감독이 물러나고 20경기를 치른 현재는 8위 NC와 7경기차, 5위 KT와 9.5경기차로 오히려 격차가 더 크게 벌어졌다. 이제는 8위와의 거리와 10위 키움과의 거리(7.5경기차)가 별반 차이나지 않는 지경이다.

포스트시즌 진출 확률도 사라지기 직전이다. 이승엽 사퇴 전 가을야구 진출 확률이 9.0%로 희박하긴 했지만 완전히 사라진 상태는 아니었다. 그러나 지금은 0.6%로 소멸하기 직전이다. 이미 5월에 0.0%에 도달한 최하위 키움 히어로즈에 이어 두 번째로 가을야구 탈락 위기에 처했다. 나머지 8개 구단이 치열한 5강 싸움을 벌이는 중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씁쓸한 현실이다.

투타 각종 지표도 오히려 감독 퇴진 전보다 나빠졌다. 이승엽 감독 퇴진 전 두산은 득점 258개(6위), 홈런 37개(8위), 타율 0.258(4위), OPS 0.708(6위), 삼진 481개(최다 3위), 평균자책 4.14(6위), WHIP 1.33(5위)을 기록했다. 대부분의 지표가 리그 중위권 수준으로, 선수단 기량에 비해 팀 성적이 좋지 못하다는 평을 들었다. 

반면 감독대행 체제(6월 3일 이후) 20경기에서는 득점 71개(10위), 홈런 11개(최소), 타율 0.251(최하 2위), OPS 0.650(10위), 삼진 142개(최소), 평균자책 5.62(10위), WHIP 1.63(10위)을 기록 중이다. 시즌 초반 문제로 제기됐던 삼진이 줄어든 건 긍정적이지만 그 외의 다른 지표는 전부 하락했다. 선수단 실력이 실제 팀 성적으로 수렴하는 흐름이다.

베테랑과 외국인 선수들이 제몫을 못하는 게 아쉽다. 거포 김재환은 대행 체제 18경기에서 타율 0.296에 OPS 0.798로 정확성은 나아졌지만 홈런이 사라졌다. 0홈런 4타점으로 장타율 0.407에 그쳐 파워를 보여주지 못하는 게 아쉽다. 노장 양의지는 반대로 같은 기간 19경기에서 홈런 4개를 때렸지만 타율 0.227로 정확도가 떨어진다.

스프링캠프 기간 '어떻게 저런 선수를 영입했냐'는 극찬을 받았던 콜 어빈은 대행 체제 3경기에서 2패 평균자책 7.50으로 이제는 다른 의미에서 '어떻게 저런 선수를 영입했냐'는 말이 나오고 있다. 한화 코디 폰세급 활약을 기대하게 했던 시즌 초반과 비교하면 다른 선수가 가면을 쓰고 나온 듯한 성적이다. 외국인 타자 제이크 케이브도 보이는 숫자는 그럴듯 하지만, 외국인 타자에게 기대하는 위압감은 그다지 느껴지지 않는다.

어디서 이런 선수를 데려왔나. 콜 어빈(사진=두산)
어디서 이런 선수를 데려왔나. 콜 어빈(사진=두산)

마운드 붕괴는 심각한 수준이다. 기대를 모았던 곽빈은 6월 3일 1군에 돌아온 뒤 5경기에서 2승 2패 평균자책 5.67로 아직 기대에 못 미치는 성적을 보였다. 홍건희도 7일 복귀전부터 5경기 등판했지만 4경기에서 3실점 평균자책 6.75로 아직 필승조 투입하기 망설여지는 성적이다.

필승조 역할을 기대받은 최지강은 대행 체제 9경기에서 1패 평균자책 12.60, 선발 최승용은 3경기에서 1승 2패 평균자책 8.79를 기록했다. 이영하는 최근 10경기에서 평균자책 5.59를 기록하는 등 투수진이 전반적으로 부진했다. 특급 마무리 김택연도 최근 구원실패가 잦아지는 모습이다. 최근 9경기에서 1승 2패 평균자책 3.38을 기록했다.

두산 베어스 감독 퇴진 전/후 변화(통계=스탯티즈)
두산 베어스 감독 퇴진 전/후 변화(통계=스탯티즈)

그나마 희망적인 요소는 전임 감독 체제에서 출전 기회가 많지 않았던 젊은 타자들의 가능성이다. 김동준(타율 0.300), 김민석(0.319), 오명진(0.326) 등 신예들이 주어진 기회에서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신인 박준순도 16경기에서 타율 0.265로 조금씩 적응하며 첫 홈런을 기록했다.

신인 임종성이 좋은 활약을 보여주다가 손가락 부상으로 한 달간 이탈한 게 아쉽다. 투수 최민석도 4경기 등판(2선발)해서 평균자책 3.95로 가능성을 보여줬다. 이런 선수들의 활약이 남은 시즌 두산의 희망이다. 단지, 이 선수들을 보는 낙이 남은 시즌의 전부가 되어선 곤란하다. 

어느새 시즌 중반을 지나 두산 앞에 남은 경기는 66경기에 불과하다. 과연 66경기 안에 반등을 이룰 수 있을까. 두산으로서는 극적인 반등 모멘텀과 엄청나게 폭발적인 상승세가 필요한 상황이다. 다만, 지금까지 드러난 경기력은 두산의 문제가 단지 감독만의 문제는 아니었다는 사실만 입증하는 듯하다.

통계출처=스탯티즈, PSODD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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