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승을 수확한 윤영철(사진=KIA)
2승을 수확한 윤영철(사진=KIA)

 

[스포츠춘추]

디펜딩 챔피언 KIA 타이거즈의 무서운 상승세와 함께 KBO리그 상위권 판도에 대격변이 일어나고 있다.

시즌 초반 주력 선수들의 줄부상으로 한때 1위와 9경기차까지 뒤처졌던 KIA가 6월 들어 폭발적인 상승세를 타며 선두 한화 이글스와의 격차를 3.5경기로 좁히는 데 성공했다. 이로써 전통의 인기 4팀인 'LG·롯데·KIA·한화(엘롯기한)'가 1위 자리를 놓고 경쟁하는 사상 초유의 상황이 만들어졌다.

KIA는 6월 29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5 신한 SOL뱅크 KBO리그 경기에서 LG 트윈스를 12대 2로 대파하며 주말 3연전을 2승 1패로 마무리했다. 5월 15일 기준 1위와 9경기차, 5월 31일에도 8경기차로 크게 뒤처져 있던 KIA는 6월 들어 파죽의 상승세로 어느새 선두를 위협하는 자리까지 올라왔다.

이날 경기에서도 KIA의 뒷심이 빛났다. 5회까지 LG 선발 요니 치리노스의 구위에 눌려 0대 1로 끌려가다 6회 한 이닝에 6점을 뽑아내며 승부를 뒤집었다. 선두타자 박민의 안타에 이어 고종욱의 2루타로 동점을 만든 뒤 패트릭 위즈덤의 적시타로 역전했다. 김석환의 2타점 싹쓸이 3루타가 이어지며 단숨에 6대 1로 달아났다. KIA는 이후에도 8회와 9회 각각 3점을 추가하며 12득점, LG 마운드를 초토화했다. 

리드오프로 활약한 고종욱(사진=KIA)
리드오프로 활약한 고종욱(사진=KIA)

부상으로 빠진 주전 선수들의 빈자리를 대체선수와 젊은 선수들이 훌륭하게 메우고 있다. 이날도 리드오프로 나온 고종욱이 4타수 3안타 1도루로 활약했고, 5번 타자 오선우는 2안타 3타점을 기록했다. 최근 해결사로 급부상한 김석환도 1안타로 2타점을 뽑아냈다. 시즌 초반 극심한 부진으로 2군에 다녀왔던 윤영철은 5이닝 1실점 호투로 시즌 2승째를 따냈다.

KIA의 상승세로 1위 한화(45승 1무 32패), 2위 LG(44승 2무 33패), 3위 롯데(43승 3무 34패), 4위 KIA(41승 3무 35패)로 이어지는 '한+엘롯기' 상위권 구도가 형성됐다. 1위부터 4위까지 승차는 불과 3.5경기 차로, 산술적으로는 4경기 만에 1위와 4위가 바뀔 수도 있는 순위표다.

높은 전국구 인기에 비해 늘 하위권을 맴도는 팀 성적을 놀리는 의미에서 '엘롯기한'으로 싸잡아 불리곤 했던 네 팀이 1위를 놓고 다투는 건 야구를 오래 본 팬에게도 낯선 상황이다. 실제 해태에서 KIA로 이름을 바꾼 2000년대 이후 네 팀이 동반으로 가을야구에 진출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네 팀 모두 2000년대 들어 상당 기간 암흑기를 겪은 관계로, 넷 중 한 팀이라도 가을야구에 올라가는 일 자체가 매우 드문 사건에 속했기 때문이다.

KIA 1루의 새 주인 오선우(사진=KIA)
KIA 1루의 새 주인 오선우(사진=KIA)

네 팀이 함께 하위권에 있는 건 자주 봤어도 동반으로 상위권에 오른 적은 거의 없었다. KIA와 LG가 나란히 포스트시즌에 올라간 2002년에는 한화와 롯데가 최하위에 머물렀다. 한화가 3년 연속 가을야구에 올라간 2005~2007년 기간에는 2006년 KIA만이 포스트시즌을 밟았다. 롯데의 마지막 전성기였던 2008~2012년 구간에도 2009년과 2011년 KIA만 가을야구에 동반 진출했다.

롯데의 마지막 포스트시즌 진출 시즌인 2017년에는 KIA가 정규시즌 1위와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했지만 LG, 한화는 하위권이었다. 한화의 마지막 가을야구 시즌인 2018년에는 한화 3위, KIA 5위로 두 팀만 포스트시즌을 밟았다. 2023년 LG, 2024년 KIA의 우승 시즌에도 한화와 롯데는 가을야구와 인연이 없었다.

만약 지금의 순위 판도가 유지된다면 '엘롯기한 동반 가을야구 진출'이라는 꿈같은 일도 가능하다. 무엇보다 네 팀이 1위 자리를 둘러싼 치열한 싸움을 벌이는 상황이 시즌 막판까지 계속된다면 KBO리그 흥행은 최고조에 달할 전망이다. 투수력의 한화, 투타 균형의 LG, 타선이 강한 롯데, 작년 챔피언의 저력이 살아있는 KIA 등 각 팀의 강점도 뚜렷해 더욱 흥미로운 경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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