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그들만의 리그'의 한 장면.
영화 '그들만의 리그'의 한 장면.

 

[스포츠춘추]

70년 만에 미국에서 부활하는 여자프로야구가 새로운 역사를 쓸 주역들을 찾는다. 1954년 올아메리칸 걸스 프로페셔널 베이스볼 리그(AAGPBL) 해체 이후 공백기를 깨고 다시 시작되는 여자프로야구의 첫 관문이 열린다.

7월 3일(한국시간) 미국 여자프로야구리그(WPBL)는 오는 8월 워싱턴 D.C에서 첫 트라이아웃을 개최한다고 발표했다. 2026년 출범을 앞둔 이번 트라이아웃에는 600여 명이 등록했으며, 최종 150명이 가을 드래프트 대상자로 선발될 예정이다. 8월 22일부터 25일까지 내셔널스파크와 내셔널스 유스 베이스볼 아카데미에서 진행되는 이번 선발전은 미국 여자프로야구 부활의 상징적 출발점이 될 전망이다.

트라이아웃은 체계적인 단계별 과정으로 설계됐다. 첫 3일간(8월 22~24일)은 내셔널스 유스 베이스볼 아카데미에서 기본기 드릴과 체력 테스트가 실시된다. 전 미국 대표팀 선수 알렉스 휴고가 이끄는 평가진이 선수들을 종합 평가한 뒤 1차 컷오프를 진행한다.

마지막 날인 8월 25일에는 워싱턴 홈구장 내셔널스파크에서 실제 경기를 통해 최종 150명을 가려낸다. "우리는 최고 중의 최고를 보고 싶다. 전 세계 최고의 선수들을 찾고 있다"고 리그 공동 창립자이자 전 야구 선수 겸 코치인 저스틴 시걸은 CBS 모닝스 플러스와의 인터뷰에서 강조했다.

WPBL은 1943년부터 1954년까지 존재했던 AAGPBL 이후 미국 최초의 여자프로야구리그로, 2026년 여름 6개 팀으로 시작될 예정이다. 1992년 영화 '그들만의 리그'를 통해 대중에게 각인된 AAGPBL의 정신을 이어받아 현대적으로 재탄생하는 셈이다.

조지아대와 캔자스대에서 소프트볼을 했던 휴고는 "소프트볼에는 소프트볼만의 길이 있고, 우리는 우리만의 길을 만들어가고 있다"며 "오랫동안 이를 원했고 꿈꿔왔던 많은 여성들이 있었는데, 이제 그 꿈이 현실이 되고 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리그 출범을 뒷받침하는 사업적 기반도 탄탄하다. 시걸과 변호사 키스 스타인이 공동 창립한 WPBL은 글로벌 여성 스포츠 투자자 아시아 그라지올리-베니에를 회장으로 영입했으며, 그라지올리-베니에의 회사 뮤즈 캐피털의 스포츠 자문 부문인 뮤즈 스포트가 공식 자문 파트너로 참여한다. 특히 지난 5월 체결한 제작사 프리맨틀과의 파트너십을 통해 경기 중계 제작과 배급, 스폰서 확보, 리그 마케팅 등 핵심 사업 영역을 전문화했다.

자문진 구성에서도 전문성을 확보했다. 지난 5월 캐나다 남자프로야구리그에서 뛴 최초의 여성 선수가 된 일본 투수 사토 아야미와 전 메이저리그 감독 시토 개스턴이 자문위원으로 활동할 예정이다. 이들의 참여로 WPBL은 국제적 네트워크와 메이저리그급 전문성을 동시에 확보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여성 스포츠 시장의 성장세도 WPBL 출범에 우호적인 환경을 조성하고 있다. 지난달 MLB가 후원하는 새로운 프로 소프트볼 리그인 애슬리츠 언리미티드 소프트볼 리그가 첫 시즌을 시작하는 등 여성 스포츠에 대한 관심과 투자가 확산되고 있다. 70년의 공백을 깨고 다시 시작되는 여자프로야구가 과연 성공적으로 정착할 수 있을지 스포츠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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