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춘추]
도대체 무슨 속내일까. 팀에선 '스스로 나가주길' 바라는 눈치인데, 선수는 아랑곳않고 팀 훈련장에 등장했다. 새 팀을 찾으라며 훈련 합류를 뒤로 미뤘는데도 굳이 구단 훈련장에 나타나 개인 훈련을 하고 있다.
스포츠 매체 디 애슬레틱은 7월 9일(한국시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새 팀을 찾을 여유를 주겠다'며 시간을 준 5명 중 하나인 마커스 래시포드가 월요일과 화요일 캐링턴 훈련장에 모습을 드러냈다"고 전했다.
래시포드는 루벤 아모림 감독이 이끄는 팀 훈련에는 끼지 않고 혼자서 따로 연습했다. 다른 선수들은 단체 훈련으로 새 시즌 준비에 들어갔는데, 래시포드만 동떨어진 채 공을 찼다.
맨유는 지난 금요일 래시포드를 비롯해 알레한드로 가르나초, 제이든 산초, 안토니, 티렐 말라시아 등 5명에게 "7월 말까지 갈 곳을 알아보라"며 훈련 참가를 미뤄달라고 했다. 이들 모두 아모림 감독 눈 밖에 난 선수들이다.
맨유 입장에서는 '품위 있는 이별'을 원했던 것 같다. "의료진이나 재활 시설은 언제든 써도 된다"고 말은 했지만, 실제 속내는 "제발 새 팀이나 빨리 찾아라"였을 것이다. 그런데 래시포드가 정말로 나타났다. 맨유가 원치 않는 상황이 벌어진 셈이다.
더 이상한 건 양쪽의 말이 전혀 다르다는 점이다. 맨유는 "5명 모두 팀을 떠나고 싶다고 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래시포드 쪽은 "우리가 언제 나가겠다고 했나"라며 "원래 다른 선수들과 함께 훈련할 생각이었다"고 반박했다.
영국 황색지 '더 선'에 따르면 래시포드 측 관계자들은 "팀에 복귀할 준비가 돼 있었고 100% 최선을 다하려 했다"고 말했다고 한다. 맨유 측의 주장과는 전혀 다른 이야기다. 맨유가 일방적으로 내보내려 한 건지, 아니면 래시포드가 정말 떠나고 싶다고 했다가 말을 바꾼 건지 알 수 없다.
래시포드가 훈련장에 나타난 이유도 여러 추측이 나온다. 정말로 맨유에 남을 생각이 있는 것인가. 아모림 감독의 마음을 돌려보려는 건 아닐까. 아니면 미디어의 집중적인 스포트라이트를 받기 위한 일종의 트롤링인가.

하지만 래시포드의 의사와 상관없이 맨유는 이미 마음을 정한 것 같다. 지난주 맨유는 울버햄튼에서 마테우스 쿠냐를 1077억원에 데려오면서 래시포드가 달고 있던 등번호 10번을 바로 넘겨줬다. 2018년부터 착용해온 번호를 빼앗은 것은 확실한 신호였다.
아모림 감독과 래시포드의 관계도 이미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넜다. 아모림은 3월 말 "래시포드를 정말 잘 알고 모든 사람들이 그의 재능을 알고 있다"며 여전히 실력을 인정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실제로는 자신과 가까운 사람들에게 "래시포드를 떠나보내기로 한 결정은 쉬웠다"고 털어놓은 것으로 전해진다.
래시포드의 이적 시장에서의 입지도 녹록지 않다. 지난 1월 아스턴 빌라로 임대를 떠나 16경기에서 3골 5도움을 기록하며 나쁘지 않은 활약을 펼쳤다. 하지만 빌라는 4000만 파운드만 내면 래시포드를 영구 영입할 수 있었음에도 옵션을 행사하지 않았다. 현재는 바르셀로나가 니코 윌리엄스 영입이 무산된 후 대안으로 래시포드에게 관심을 보이고 있지만, 아직 구체적인 제안은 나오지 않은 상태다.
앞으로 상황이 어떻게 될지는 오리무중이다. 래시포드가 계속 훈련장에 나타날지, 맨유가 어떤 반응을 보일지도 알 수 없다. 7월 19일 리즈와 친선경기부터 프리시즌이 시작되는데, 래시포드를 어떻게 처리할지도 관심사다. 결국 8월 말 이적시장이 끝나기 전에 답이 나올 것이다. 래시포드가 새 팀을 찾을지, 아니면 맨유에 그대로 남을지. 지금으로서는 모든 것이 안갯속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