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리 미국에서 신인드래프트 결과를 기다릴 청소년 대표팀 선수들. 사진 뒤쪽은 김범석, 김서현. 사진 앞은 김민석, 문현빈, 정준영(사진=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 스포츠춘추)
멀리 미국에서 신인드래프트 결과를 기다릴 청소년 대표팀 선수들. 사진 뒤쪽은 김범석, 김서현. 사진 앞은 김민석, 문현빈, 정준영(사진=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 스포츠춘추)

[스포츠춘추]

1라운드부터 반전과 이변이 예상된다. 전체 1순위와 2순위만 빼고는 누구도 섣불리 결과를 예상하기 힘든 ‘혼돈의 카오스’가 펼쳐질 전망이다. 타임 신청과 얼리픽이 난무하는 가운데, 그 어느 해보다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스릴 만점 신인드래프트가 기대된다. 

2023 KBO 신인드래프트가 어느새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KBO는 9월 15일 오후 2시 서울 웨스틴조선호텔 그랜드볼룸에서 신인드래프트를 개최한다. 2009년 이후 13년 만에 전면드래프트 방식으로 열리는 이번 드래프트에는 고교 졸업 예정자 793명, 대학교 졸업 예정자 359명, 기타 선수 13명 등 총 1,165명이 도전장을 던졌다. 이 가운데 9.4%에 해당하는 최대 110명만이 프로 구단의 부름을 받는다.

스포츠춘추는 올해도 여러 아마야구 관계자와 프로구단 고위 관계자, 스카우트를 대상으로 드래프트 전망과 주요 지명대상 선수를 취재했다. 투수 강세와 대졸 약세가 예상되는 상위 라운드 판도부터 일부 선수의 ‘학교폭력’ 전력이 가져올 여파까지 이번 드래프트 주요 이슈를 살펴봤다. 

3순위 롯데부터 예측불허, 김건희-이호성 1라운드 후보 급부상

김서현과 윤영철(사진=스포츠춘추 배지헌 기자)
김서현과 윤영철(사진=스포츠춘추 배지헌 기자)

올해 신인드래프트 전체 1, 2순위는 사실상 확정적이다. ‘심준석 리그’ 해체로 1순위 한화 이글스의 선택은 자연히 김서현(서울고)이 될 전망. 2순위 KIA 타이거즈 역시 좌완 최대어 윤영철(충암고)을 지명할 것으로 보인다. 드라마 ‘스토브리그’ 수준의 사고가 터지지 않는 이상, 두 구단이 다른 선택을 할 가능성은 극히 희박하다.  

갈림길이 등장하는 건 3순위 롯데 자이언츠부터. 롯데는 투수보다 야수 지명에 무게를 두는 것으로 알려졌다. 포수 김범석(경남고)과 내야수 김민석(휘문고)이 유력 후보다. 둘 다 고교야구 최고의 타자로 타격 재능만큼은 누구도 의문을 갖지 않는다. 현재 진행 중인 세계청소년야구선수권 대표팀에서도 나란히 좋은 활약을 보여주고 있다. 

문제는 수비 포지션이다. 범석, 민석 둘 다 프로에서는 고교 때와 다른 포지션으로 전향할 가능성이 크다. 김범석의 포수 수비력은 고교 평균 이상이지만, 프로에서 바로 포수 마스크를 쓸 정도는 아니다. 포수는 1군급으로 키우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는 포지션이다. 김민석은 유격수보다 2루수나 외야수가 적합하다는 평가다. 대표팀에선 1루수로 나오고 있다. ‘롤모델’ 이정후처럼 빠르게 외야 변신에 성공할지는 미지수다. 롯데가 고민하는 대목이다.

김범석은 타격은 물론 포수로서도 능력을 인정받고 있다(사진=스포츠춘추 배지헌 기자)
김범석은 타격은 물론 포수로서도 능력을 인정받고 있다(사진=스포츠춘추 배지헌 기자)

롯데의 선택에 따라 1라운드 전체 판도가 달라질 수 있다. 4순위 NC 다이노스는 투수 쪽에 좀 더 무게를 두고 있지만, 5순위 SSG 랜더스의 선택은 앞의 결과에 따라 바뀔 수 있다. 다른 구단 몰래 데이터 측정까지 해가며 공들인 김민석이 앞에서 빠져나간다면, 투수 쪽으로 방향을 틀 가능성이 생긴다. 그리고 SSG가 예상과 다른 선택을 하면, 이후 팀들의 선택도 연쇄적으로 달라질 것이다.

스카우트 사이에서는 1라운드 지명 대상 투수로 신영우(경남고), 이로운(대구고), 이진하(장충고), 이호성(인천고)이 거론된다. 신영우는 김서현, 윤영철과 함께 ‘투수 빅 3’로 분류되는 유망주다. 제구에 약점을 안고 있지만 150km/h대 강속구와 묵직한 구위가 매력적이다. 워크에식과 인성, 야구에 대한 탐구정신도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대구고 에이스 이로운(사진=스포츠춘추 배지헌 기자)
대구고 에이스 이로운(사진=스포츠춘추 배지헌 기자)

이로운은 최근 고교야구에서 가장 ‘핫’한 투수로 꼽힌다. 최재호 청소년대표팀 감독이 “이로운을 못 데려가는 게 아쉽다”고 할 정도로 최근 상승세가 돋보인다. 스카우트 사이에선 “요즘 폼만 봐선 김서현, 윤영철과 견줘도 뒤지지 않는다”는 평까지 나온다. 

다만 오른 팔꿈치 부상 우려가 있어 구단마다 평가가 엇갈린다. A구단 스카우트는 “팔꿈치 상태가 100%가 아닌데도 150km/h 빠른 볼을 던진다. 공만 빠른 게 아니라 제구와 경기운영도 수준급이다. 부상 문제는 프로에서 재활이나 수술로 해결하면 된다”며 호감을 표했다. 

반면 B구단 스카우트는 “아무리 잘 던져도 부상 문제가 있는 투수를 1라운드에서 지명하긴 망설여진다. 우리 구단은 지명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취재를 종합하면 아무리 늦어도 1라운드 안에는 이름이 불릴 것으로 보인다. 드래프트 당일 상황에 따라서는 1라운드 중반에 일찍 빠져나갈 가능성도 충분하다.

이진하는 키 190cm의 좋은 신체조건이 장점이다. 패스트볼 구속은 140km/h 초·중반대로 빠르지 않지만 투구 밸런스와 제구력, 성장 가능성 면에서 높은 평가를 받는다. 한 스카우트는 “서울 모 구단이 오래전부터 이진하를 집중적으로 관찰해 왔다. 이변이 없는 한 서울팀 유니폼을 입게 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호성은 높은 완성도와 안정감이 장점이란 평가. 구속은 140km/h 중반대로 엄청난 강속구는 아니지만 투구 메커니즘이 좋고, 컨트롤과 경기 운영 능력에서 경쟁력이 있다. 모 구단 스카우트는 “한 지방구단에서 이호성 지명을 검토하는 것으로 안다. 공만 빠른 미완성 투수를 지명하는 모험보다는 ‘안전한’ 선택을 할 것”으로 내다봤다.

인천고의 새 에이스 이호성(사진=스포츠춘추 배지헌 기자)
인천고의 새 에이스 이호성(사진=스포츠춘추 배지헌 기자)

한편 김건희(원주고)는 드래프트 당일 현장을 발칵 뒤집어 놓을 후보다. 복수 구단 관계자는 “김건희가 예상보다 훨씬 빨리 지명될 수 있다”면서 1라운드 중반 지명을 예상했다. 김건희의 주포지션은 포수지만 구단에 따라서는 투수로 보기도 한다. 140km/h 후반대  강속구를 뿌리는 강한 어깨를 포수로만 쓰기는 아깝다는 평가. 

물론 포수로서도 충분히 성장 가능성이 있다. 최재호 대표팀 감독은 “고교 포수 중에 수비만 놓고 보면 김건희가 가장 낫다. 프로에서도 충분히 포수로 활약할 선수”라고 평가했다. 일각의 예상대로 김건희를 ‘얼리픽’하는 구단이 나온다면, 1라운드 후반 판도에도 지각변동이 생길 수 있다. 

신인드래프트 1라운드 주요 지명 후보(표=스포츠춘추)
신인드래프트 1라운드 주요 지명 후보(표=스포츠춘추)

1라운드 10순위 지명권을 가진 KT 위즈의 선택도 관심을 모은다. KT는 당장 올 시즌 이후 내야진 구성에 큰 어려움이 예상된다. 이에 신인 지명부터 FA 영입까지 온갖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내야 보강에 나설 전망. 1라운드 야수 ‘얼리픽’도 KT가 쓸 수 있는 카드 중에 하나다. 

다만 일각에서 거론하는 수비형 고교 유격수는 야구 외적 이유로 지명 대상에서 제외됐다. 만약 야수를 지명한다면 대표팀 내야수 문현빈(북일고), 김재상(경기상고) 등이 대상자다. 

그러나 둘 다 프로에서 유격수를 맡기기 어렵고(문현빈은 2루수, 김재상은 대표팀 3루수) 일반적인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얼리픽이라 실제 지명할지는 미지수다. 야수보다는 1~2라운드 후보로 거론되는 김정운(대구고), 최준호(북일고), 송영진(대전고) 등 투수 쪽으로 방향을 틀 가능성도 있다.

모 스카우트는 “올해 지명 대상 중에 140km/h 이상 강속구 투수는 많지만, 확실하게 ‘이거다’ 확신을 주는 투수는 드물다”면서 “어중간한 투수보다는 야수나 확실한 특징이 있는 선수가 낫다. 포수도 가능한 김건희, 안정감 있는 이호성이 1라우드 후보로 급부상하는 것도 이런 이유”라고 설명했다.

2라운드 김유성 폭탄 누가 터뜨릴까…지명권 2장 가진 키움 선택 ‘주목’

올해 드래프트 최대 핵폭탄 김유성(사진=스포츠춘추)
올해 드래프트 최대 핵폭탄 김유성(사진=스포츠춘추)

1라운드부터 진땀을 쏙 빼고 나면 2라운드에선 스릴 만점의 폭탄 돌리기가 기다린다. 2라운드 1순위 한화는 1라운드에서 남은 투수 쪽에 무게를 두고 있다. 2순위는 박동원 트레이드로 KIA의 지명권을 넘겨받은 키움 차례다. 여기서부터 김유성(고려대) 이름을 누가 먼저 부를지를 두고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서스펜스 시작이다.

김유성은 올해 드래프트에 나온 여러 ‘학폭’ 선수 중에 가장 대중적으로 널리 알려진 이름이다. 김해고 시절인 2년 전 NC로부터 1차지명을 받았다가 중학교 때 학폭이 드러나 지명이 취소됐다. 이후 고려대에 진학해 대학야구를 씹어 삼켰고, 올해 신설된 ‘얼리 드래프트’ 제도에 따라 프로 무대에 재도전한다. 

150km/h를 가볍게 던지는 구위나 신체조건, 성장 잠재력은 1라운드 상위 지명도 충분하다는 평가. 다만 과거 학폭 이력이 만천하에 공개됐고, 아직 피해자의 용서도 받지 못한 상태라 지명하길 꺼리는 구단이 많다. 

2라운드 이후 주요 지명 대상 선수(표=스포츠춘추)
2라운드 이후 주요 지명 대상 선수(표=스포츠춘추)

구단마다 의견이 엇갈린다. “지명권을 날리기 부담스러운 2라운드 이내 지명은 어렵다”는 의견부터, “그래도 지명할 구단은 할 것”이란 예상까지 다양한 견해가 나온다. 지명을 앞둔 최근 피해자 측과 합의하려고 노력 중이라는 이야기도 들린다. 

모 구단 관계자는 “모기업 이미지가 중요한 삼성, KT 정도를 제외한 대부분의 구단이 2라운드 이후 김유성 지명을 고민할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2라운드에서 두 장의 지명권을 행사하는 키움이 어떤 선택을 할지도 관심사다. 모기업이 없는 키움은 이장석 최대주주가 구단 운영부터 현장까지 모든 것을 관장하는 구단이다. 모기업 눈치를 볼 필요도 여론을 의식할 필요도 없어서 김유성을 지명할 유력 후보로 거론된다. 

만약 키움이 김유성을 거르면 이후 어느 구단 차례에서 폭탄이 터질지도 주목된다. 한 야구 관계자는 “지방 모 구단도 김유성 카드를 계속 만지작거리는 것으로 안다. 적절한 타이밍이 되면 지명권을 행사할 것”으로 예상했다. 

고교 사이드암 투수 박명근(사진=스포츠춘추 배지헌 기자)
고교 사이드암 투수 박명근(사진=스포츠춘추 배지헌 기자)

김유성 외에는 잠재력 있는 고교 투수들이 2라운드 후보로 거론된다. 강속구 사이드암 박명근(라온고), 만능 에이스 박권후(전주고), 140km/h 후반대 강속구를 던지는 서현원(세광고), 194cm 장신 투수 김동규(성남고), ‘제 2의 원태인’ 김기준(경북고), 윤영철과 좌완 원투펀치로 활약한 이태연(충암고), 이름부터 남다른 사이드암 김관우(마산고), 선린 에이스 계보를 잇는 오상원(선린인고) 등이 2라운드에서 3라운드 사이에 호명될 후보다.

충암고 안방마님 김동헌(사진=스포츠춘추 배지헌 기자)
충암고 안방마님 김동헌(사진=스포츠춘추 배지헌 기자)

야수로는 넉살 좋은 포수 김동헌(충암고)과 강한 어깨가 일품인 신용석(마산용마고), 대표팀 내야수 문현빈과 김재상, 장타력 뛰어난 3루수 정해원(휘문고), 대표팀 외야수 트리오 정준영(장충고)-박한결(경북고)-김정민(경남고)이 3라운드 이내 지명이 유력하다. 

여기에 제구력 좋은 사이드암 조경민(강릉고), 변화구 구사능력이 좋은 사이드암 신윤호(장충고), 잘만 다듬으면 대형 좌완투수로 성장할 비밀병기 이준서(서울고) 등도 상위 라운드 다크호스로 거론된다.

스위치 히터 외야수 김지환(대구고), 투수 목지훈(신일고), 투수 박재규(개성고), 좌타 외야수 류승민(광주일고),  투수 서동욱(신일고), 좌타 내야수 손민석(경남고), 좌타 외야수 박세직(야탑고), 좌완투수 김범근(북일고), 수비 좋은 유격수 김민준(북일고) 등은 4라운드 이후 이름이 불릴 만한 이름이다. 

대학야구, 역대 최악의 흉년…김유성 빼면 상위 지명 대상 안보인다

최강야구 출연으로 이름을 알린 윤준호(사진=JTBC)
최강야구 출연으로 이름을 알린 윤준호(사진=JTBC)

한편 대학야구는 지난해보다 더한 흉년이 예상된다. 지난해엔 키움 1차지명 주승우(성균관대)를 비롯해 삼성 김재혁(동아대), NC 박동수(고려대) 등이 2차 2라운드에서 상위 지명을 받았다. 반면 올해는 김유성 외엔 3라운드 내에 뽑힐 만한 대학 선수가 눈에 띄지 않는다.

가장 지명권에 가까운 대학 선수는 고려대 ‘투펀치’ 석상호와 JTBC 예능 ‘최강야구’로 이름을 알린 포수 윤준호(동아대) 정도. 몇몇 구단이 4라운드 전후로 석상호, 윤준호의 지명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학야구 주요 지명 대상자(표=스포츠춘추)
대학야구 주요 지명 대상자(표=스포츠춘추)

그외 대학 선수 중에선 이준호(성균관대), 좌완 백승우(동아대), 1루수와 투수를 오가는 대학 오타니 김건웅(연세대), 외야수 송재선(한일장신대), 백현수(경희대), 외야수 김주승(경희대), 유격수 배영빈(홍익대) 등이 5~6라운드 지명 대상으로 분류된다.

모 구단 스카우트는 “침체된 대학야구를 살리기 위해 올해부터 얼리드래프트를 도입했지만, 막상 대학 경기를 보면 프로에서 통할 만한 선수가 많지 않다. 예년에는 대학 선수라면 즉시전력감이라는 인식이 있었는데 올해는 그마저도 보이지 않는 상황”이라며 “대학야구가 지금의 침체에서 벗어나려면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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