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강한화의 마무리와 무적엘지 포수의 배터리(사진=한화)
최강한화의 마무리와 무적엘지 포수의 배터리(사진=한화)

 

[스포츠춘추]

지금까지 이런 순위 경쟁은 없었다. 전반기가 끝나고 후반기 개막을 앞둔 시점에 무려 8개 팀이 가을야구 진출 확률 30% 이상을 기록하는 초유의 사태다. 10개 구단 체제가 시작된 2015년 이후 전반기 종료 시점에서 30% 이상 팀이 8개인 건 최초다.

피타고리안 기대승률 기반으로 가을야구 진출 확률을 계산하는 사이트 PSODDS.com에 따르면, 후반기 개막을 앞둔 18일 현재 가을야구 진출이 사실상 물 건너간 팀은 단 2개뿐이다. 키움 히어로즈는 이미 5월 22일 확률 0%가 됐고, 9위 두산 베어스도 1.1%로 기적을 기대해야 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이 두 팀을 제외한 나머지 8개 팀은 모두 가을야구 경쟁권에 남아 있다.

2025년 전반기 종료 시점 기준 10개 구단 가을야구 진출 확률(통계=PSODDS.com)
2025년 전반기 종료 시점 기준 10개 구단 가을야구 진출 확률(통계=PSODDS.com)

단독 선두 한화 이글스는 가을야구 확률 99.1%로 전체 1위를 달리고 있다. 한국시리즈 직행 확률도 69.4%로 압도적이다. 올스타 브레이크 기간 각종 전문가와 해설위원, 감독들 대부분이 한화를 최종 1위로 점쳤다. 우울했던 암흑기에도 8회만 되면 팬들이 한 목소리로 외쳤던 '최강한화' 주문이 현실이 되고 있는 상황이다.

2위로 전반기를 마친 LG 트윈스도 가을야구 9부 능선을 넘었다. 포스트시즌 확률 90.9%로 2위를 기록 중이다. 한국시리즈 직행 확률은 17.8%로 2위지만, 플레이오프 직행(2위) 확률은 34.3%로 1위다. 무난히 플레이오프 진출 이상을 노려볼 만한 위치에 있다.

문제는 그 아래부터다. 3위로 전반기를 마친 롯데 자이언츠는 가을야구 확률 69%로 3위다. 플레이오프 직행 확률 13.9%, 준플레이오프 직행(3위) 확률 18.3%를 기록했다. 마지막으로 포스트시즌에 올라갔던 2017년 이후 그 어느 때보다 가을야구에 가까이 다가선 롯데다.

지난해 챔피언 KIA 타이거즈는 4위로 가을야구 확률 60.8%를 유지하고 있다. 한국시리즈 직행 확률은 2.8%로 상당히 낮아졌지만 플레이오프 직행 확률 10.4%, 준플레이오프 직행 확률 15.5%를 기록하고 있다. 디펜딩 챔피언으로서는 다소 아쉬운 위치지만, 후반기 부상자들의 대거 복귀에 기대를 건다.

5위 KT 위즈와 6위 SSG 랜더스는 각각 54.9%와 50.3%의 확률로 전반기를 마쳤다. KT는 한국시리즈 직행 확률 2.2%, 플레이오프 직행 확률 8.1%, 준플레이오프 직행 확률 12.8%를 기록했다. SSG는 한국시리즈 직행 확률 1.7%, 플레이오프 직행 확률 6.7%, 준플레이오프 직행 확률 11.8%다. 이 두 팀까지 포함해 가을야구 확률 50% 이상 팀만 해도 무려 6개에 달한다.

놀라운 건 여기서 끝이 아니라는 점이다. 승률 0.497에 순위 8위로 전반기를 마친 삼성 라이온즈는 39%로 가을야구 확률 7위다. 한국시리즈 직행 확률 0.9%, 플레이오프 직행 확률 4.1%, 준플레이오프 직행 확률 8.0%를 기록했다. 앞의 6팀과는 다소 거리가 있지만 여전히 포스트시즌을 노려볼 만한 위치에 있다.

마지막 퍼즐 조각은 NC 다이노스다. 전반기 홈구장 창원NC파크에서 벌어진 인명사고로 인해 2달 동안 원정경기만 치르면서도 5할 승률을 기록하는 기적을 이룬 NC는 35.0%로 가을야구 확률 8위를 기록했다. 한국시리즈 직행 확률 0.7%, 플레이오프 직행 확률 3.8%, 준플레이오프 직행 확률 7.6%다. 악조건 속에서도 가을야구를 충분히 노려볼 만한 위치를 유지하고 있다.

끝내기 홈런의 영웅 디아즈(사진=삼성)
끝내기 홈런의 영웅 디아즈(사진=삼성)

이런 양상은 과거 어느 시즌에서도 볼 수 없었던 일이다. 10개 구단 체제 이후를 돌아보면 올 시즌 순위싸움이 얼마나 치열하고 처절한지 한 눈에 보인다.

지난해 전반기엔 6개 팀만이 30% 이상의 가을야구 확률을 기록했다. KIA(98.4%), LG(89.2%), 두산(87.4%), 삼성(76.8%)이 4강을 형성하고 NC(51.8%)와 SSG(37.2%)가 뒤따르는 6개 팀 구조였다. 1위 경쟁은 치열했지만 경쟁 팀 수는 올해보다 적었다.

2023년에는 7개 팀이 30% 이상을 기록해 상당히 치열했다. LG(99.7%)와 SSG(96.5%)의 1, 2위 경쟁 속에 두산(75.9%), NC(69.3%), KIA(45.8%), 롯데(42.7%), KT(30.5%)가 뒤를 이었다. 올해 다음으로 많은 팀이 5강 경쟁한 시즌이었다.

가장 극단적이었던 건 2022년이다. 단 5개 팀만이 30% 이상을 기록했는데, 이들은 모두 75% 이상의 압도적 확률을 보였다. SSG(100%), LG(99.9%), 키움(99.9%), KT(90.1%), KIA(75.9%)의 5강과 롯데(19.1%), 두산(11.7%), 삼성(2.3%), NC(1.2%), 한화(0.0%)의 5약으로 극명하게 갈렸다. 올해와는 정반대 상황이었다.

2021년엔 7개 팀이 30% 이상을 기록했다. KT(95.4%), 삼성(90.7%), LG(88.9%), SSG(68.9%), NC(59.1%), 키움(57.2%), 두산(34.7%)의 구도로 두산을 제외한 6팀의 확률은 50% 이상에 달했다. 그래도 8팀이 경쟁하는 올 시즌보다는 덜 치열했다. 

2020년 역시 6개 팀이 30% 이상을 기록했지만, 이 6팀 모두 50% 이상의 확률을 보여 상하위 구분이 뚜렷했다. NC(99.2%), 키움(87.5%), 두산(78.6%), KIA(67.2%), LG(64.7%), KT(56.2%)가 경쟁했고, 삼성(23.9%)과 롯데(22.8%)는 30% 미만에 그쳤다.

2019년에도 6개 팀이 30% 이상이었다. SK(현 SSG)(100%), 키움(99.9%), 두산(99.8%), LG(93.3%)의 빅 4와 NC(64.8%), KT(38.6%)의 구조였다. 2018년 역시 6개 팀 체제로 두산(100%), 한화(98.2%), SK(97.2%), LG(87.9%)의 4강과 넥센(현 키움)(63.2%), KIA(34.1%)가 경쟁했다.

2017년에는 6개 팀이 30% 이상을 기록했는데, 이들 모두가 50% 이상의 높은 확률을 보였다. KIA(100%), NC(94.3%), SK(84.2%), 넥센(72.3%), 두산(64.6%), LG(59.4%)의 치열한 경쟁이었고, 결과적으로 KIA가 우승했다.

2016년과 2015년도 각각 6개 팀이 30% 이상을 기록했다. 2016년은 두산(100%), NC(99.9%), 넥센(98.1%), SK(78.5%), 롯데(46.9%), KIA(46.7%)가 경쟁했고, 2015년은 삼성(97.6%), NC(95%), 두산(92.2%), 넥센(84.7%), 한화(54.4%), SK(48.9%)의 구도였다. 그 어떤 시즌도 8개 팀이 30%를 넘긴 올 시즌의 치열함에 비할 바는 아니었다. 

목발을 짚고 나선 박경수와 유한준의 우승 세리모니는 모두에게 감동을 선사했다(사진=KT)
목발을 짚고 나선 박경수와 유한준의 우승 세리모니는 모두에게 감동을 선사했다(사진=KT)

물론 가을야구 확률이란 숫자가 절대적인 건 아니다. 과거 전반기를 낮은 확률로 마감하고도 후반기 상승세로 이변을 일으킨 사례가 여럿 있었다. '마법사 군단' KT 위즈가 대표적이다. 지난해 전반기 종료 시점에 15.7%에 불과했던 KT는 후반기 상승세를 타고 5위로 시즌을 마감하며 가을야구에 진출했다. 2023년에도 30.5%로 7위에 그쳤지만 후반기 급상승세를 타고 한국시리즈까지 진출하는 파란을 연출했다.

'미라클 두산'도 있다. 2021년 전반기 종료 시점에서 34.7%로 7위였던 두산은 후반기 상승세로 가을야구에 진출해 한국시리즈까지 올라갔다. '우주의 기운'이 돕는 KIA는 어떤가. 2018년 전반기 34.1%로 6위였던 KIA는 가을야구에 진출했고, 오히려 전반기 87.9%였던 LG는 탈락했다.

가장 극적인 사례는 2017년의 롯데다. 전반기 가을야구 확률이 22.2%에 불과했던 롯데는 후반기 미친 상승세를 타고 준플레이오프에 직행하는 대이변을 연출했다. 반면 72.3%였던 넥센(현 키움)과 59.4%였던 LG는 모두 탈락했다. 

올해는 어느 팀이 후반기 이변과 기적의 주인공이 될까. 또 누가 희생양이 될까. 역대 최다 8개 팀이 벌이는 전례 없는 가을야구 경쟁의 결말이 그 어느 때보다 궁금하다. 17일 전국에 내린 비로 그라운드 온도는 조금 식었을지 몰라도, 후반기가 시작되는 오늘부터 그라운드는 다시 뜨겁게 달아오를 전망이다.

통계출처=PSODD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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