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나 출신의 전 아스날 미드필더 토마스 파티가 성폭행 5건, 성추행 1건으로 기소되면서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사진=토마스 파티 SNS)
가나 출신의 전 아스날 미드필더 토마스 파티가 성폭행 5건, 성추행 1건으로 기소되면서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사진=토마스 파티 SNS)

 

[스포츠춘추]

토마스 파티가 성폭행 혐의로 기소된 지 2주가 지났다. 아스널의 대응은 예상 범위를 벗어나지 않았다. 미켈 아르테타 감독은 7월 21일(한국시간) 스포츠 매체 디 애슬레틱과의 인터뷰에서 "구단이 올바른 절차를 따랐는지 확신하느냐"는 질문에 "100% 그렇다"고 답했다. 딱 거기까지였다.

아스널이 말하는 '올바른 절차'란 무엇일까. 2021년 파티의 성폭행 피해자가 직접 구단에 연락했을 때 "18세 미만이 아니어서 관련 보호 법규가 적용되지 않는다"며 외면한 것이 올바른 절차였을까. 경찰이 구단에 파티의 중대한 성범죄 혐의를 공식 통보한 뒤에도 계속 그를 기용하고 소셜미디어에 노출시킨 것이 올바른 절차였을까.

당시 구단은 이 문제를 "극도로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동시에 파티를 홍보하고, 아르테타는 공개적으로 그를 지지했다. 2022년 토트넘전 골 이후 감독은 이렇게 말했다. "그가 겪어온 일들과 부상들, 그리고 팀을 위해 이번 주 보여준 노력을 생각하면 정말 기쁘다. 그는 이럴 자격이 있다." 구단 고위 직원도 당시 "우리는 파티를 믿어야 한다. 그는 우리 선수다"라고 감쌌다.

축구계엔 이런 상황에서 다른 선택을 한 사례가 있다. 맨체스터 시티는 벤자민 멘디가 성범죄 혐의로 기소되자 즉시 무급 출전 정지시켰다. 2021년 9월부터 2023년 6월까지, 거의 2년간 출전 정지를 지속했다. 같은 리그, 같은 상황에서 완전히 다른 대응이었다.

법률 전문가들은 아스널에게 다른 길이 있었다고 말한다. 온사이드 로의 알렉스 클라크 변호사는 "구단이 선수를 경기에 출전시킬 의무는 없다"며 "훈련 참여시키고 급여를 지급하는 한, 경기 출전 없이도 고용 의무를 충족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런 당연한 사실을 아스널이 몰랐을 리 없다.

구단의 위선적이고 이중적인 태도를 보여주는 다른 예도 있다. 아스널은 여자 챔피언스리그 우승팀을 보유하고 있고, 다양성과 공동체 가치를 내세운다. 채용 페이지엔 "아무도 보지 않을 때도 올바른 일을 한다"고 적혀 있다. 그런데 정작 피해자가 도움을 요청했을 때는 차갑게 외면했다. 팬들이 그녀에게 살해 위협까지 보내며 괴롭혔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아르테타는 파티가 직면한 혐의와 계약 연장 불발 간의 연관성에 대한 질문에도 "구단이 이미 성명으로 입장을 분명히 했다. 매우 복잡한 법적 문제들이 많아서 그 어떤 것에 대해서도 언급할 수 없다"고 답했다. 이전에 언론에서 파티의 혐의에 대해 문의했을 때도 아스널은 "선수의 계약이 6월 30일 만료됐다. 진행 중인 법적 절차로 인해 구단은 이 사건에 대해 논평할 수 없다"는 성명만 냈었다.

가나 출신의 전 아스날 미드필더 토마스 파티가 성폭행 5건, 성추행 1건으로 기소되면서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사진=토마스 파티 SNS)
가나 출신의 전 아스날 미드필더 토마스 파티가 성폭행 5건, 성추행 1건으로 기소되면서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사진=토마스 파티 SNS)

사건 발생으로부터 3년이 지난 뒤에 나온 아르테타의 "100%" 답변은 아스널의 여전히 비뚤어진 현실 인식을 보여준다.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면 도덕적 책임도 없다는 식이다. 피해자의 고통이나 구단 직원들의 실망은 그들에게 고려 대상이 아니었다. 2024년 11월 당시 9000명이 서명한 팬들의 공개서한도, 에미리츠 스타디움 앞 시위도 그들에겐 잡음일 뿐이었다.

그러나 세상은 바뀌었다. 리사 난디 영국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이번 주 우려를 표명한 것처럼, 구단마다 제각각인 대응에 대한 비판이 커지고 있다. 아스널이 말하는 '올바른 절차'가 과연 앞으로도 계속 통할지는 의문이다.

파티는 계약 만료 4일 후인 7월 4일 5건의 성폭행과 1건의 성추행 혐의로 기소됐으며, 8월 5일 화요일 웨스트민스터 치안법원에 출석할 예정이다. 파티는 모든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아스널은 여전히 진행 중인 법적 절차를 이유로 한 뻔한 변명만 되풀이하고 있다. 100% 확신한다던 그 절차가 무엇이었는지는 아스널 외에는 누구도 모른다. 아스널은 알기는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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