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춘추=인천]
최하위 키움 히어로즈의 선발 로테이션 운영이 또 한번 시험에 들었다. 국내 에이스 하영민이 손가락 물집으로 1군 엔트리에서 말소되고, 새 외국인 투수로 영입한 CC 메르세데스의 선수단 합류까지도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릴 예정이라 이 기간 선발진 운영이 중요해졌다.
키움은 30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리는 SSG 랜더스전을 앞두고 1군 엔트리를 조정했다. 전날 경기 선발로 나왔던 하영민과 내야수 양현종, 외야수 임병욱이 엔트리에서 빠지고 좌완투수 정세영과 내야수 고영우, 외야수 박주홍이 1군 엔트리에 등록됐다.
하영민의 엔트리 제외는 전날 경기에서 문제가 생긴 손가락 물집 때문이다. 3회까지 3실점한 하영민은 4회 무사 2루 안상현 타석에서 3구를 던진 뒤 더그아웃에 신호를 보냈고, 김선기로 교체됐다. 손가락에 물집이 잡혀 더 이상 투구하기 어려운 상태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영민은 30일 바로 엔트리에서 말소됐다. 경기 전 취재진과 만난 설종진 키움 감독대행은 “5일 뒤 선발 등판이 어렵고 하루는 더 쉬어야 할 것 같다. 어차피 등판이 어려워서 열흘간 엔트리에서 빼기로 하고 퓨처스에서 정세영을 불러올렸다”고 밝혔다.
하영민은 올 시즌 키움 선발진의 버팀목이다. 국내 에이스로 20경기에 등판해 6승 10패 평균자책 5.04를 기록하고 있다. 5월 9일 한화전부터 11경기 연속 5이닝 이상을 책임지며 마운드가 취약한 키움에서 몇 안되는 '계산이 서는' 투수로 역할을 해왔다.
설 대행도 “하영민이 전반기에 나름대로 역할을 해줬는데, 이렇게 빠지면서 선발 운영이 힘들어질 것 같다”며 안타까워했다. 설 감독은 “젊은 선수들에게 기회를 줘야 하는 상황이다. 어찌됐든 경기는 해야 한다.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밝혔다.
일요일 하영민 자리에 들어갈 대체 선발은 아직 고민 중이다. 설 감독은 “정세영을 선발로 낼지는 좀 더 생각해봐야 한다. 일단은 좀 시간이 있으니까. 오늘 경기 끝난 뒤 다시 한번 고민해볼 예정”이라고 했다.
키움이 합류를 기다리는 투수가 한 명 더 있다. 30일 입단 계약 소식을 발표한 새 외국인 투수 CC 메르세데스다. 키움은 이날 오후 기존 외국인 투수 케니 로젠버그를 웨이버 공시하고 도미니카공화국 출신 CC 메르세데스를 총액 28만 달러에 영입했다.
메르세데스는 2012년 탬파베이에서 프로 생활을 시작해 2017년 요미우리 자이언츠로 이적하면서 일본 프로야구 활동을 시작했다. 요미우리, 지바 롯데 등에서 활약했고 올해는 타이완 프로야구 퉁이 라이온즈에서 활약해 왔다. 구속보다는 다양한 변화구와 제구, 경기 운영이 장점인 피네스 피처로 알려져 있다.
설 대행은 “어제 밤에 메르세데스 투구 영상을 보느라 많이 못 잤다"면서 "구속은 140km/h 초반을 던지고 변화구를 많이 던지는 스타일이다. 슬라이더 구사율이 높고 체인지업, 커브를 던지는데 제구가 좋은 편인 것 같다”고 평가했다.
설 대행은 “메르세데스는 8회까지도 길게 던질 수 있는 제구력을 갖고 있다. 우리 중간 투수들에게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면서 "남은 시즌 몇 경기 안 남았지만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1승 1승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외국인 투수 하나 더 있는 게 우리 선수들에게도 도움이 되고 팀에도 도움이 될 것 같다”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다만 메르세데스의 1군 첫 등판 일정은 아직 유동적이다. 키움은 영입 발표 당시만 해도 비자 발급 등 행정절차를 마친 뒤 이르면 8월 초 합류한다는 계획을 공개했다. 설 대행은 "일본에 건너 가서 취업 비자 발급을 하고, 국내에 입국해서 연습경기 피칭을 한 번 정도 하면 8월 8일 정도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감독 브리핑이 끝난 뒤 키움은 예정보다 일정이 조금 앞당겨졌다고 공지했다. 메르세데스는 31일 바로 한국에 입국한 뒤 비자 발급 등의 절차를 밟을 예정이다. 키움 관계자는 "예정보다 좀 더 팀에 빨리 합류할 수 있을 것"이라고 알렸다.
하영민이 돌아오고 외국인 투수 메르세데스가 합류하면 키움은 알칸타라-메르세데스-하영민으로 이어지는 1-2-3 선발 가동이 가능해진다. 나머지 4, 5선발 자원들과 불펜으로 나오는 젊은 투수들이 지는 부담이 상당히 줄어들 전망이다. 다만 두 투수가 오기 전까지는 현재 있는 자원들로 버텨야 한다. 앞으로 최소 일주일, 길면 열흘 동안이 키움 마운드에는 고난의 시험대다.
한편 키움은 30일 선발 라인업을 1번 이주형(중견수), 2번 임지열(좌익수), 3번 송성문(3루수), 4번 루벤 카디네스(지명타자), 5번 최주환(1루수), 6번 박주홍(우익수), 7번 김태진(2루수), 8번 김건희(포수), 9번 어준서(유격수) 순으로 구성했다. 선발투수로는 신인 좌완투수 정현우가 등판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