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춘추]
NC 다이노스가 트레이드로 주전급 외야수 2명을 데려오면서 추가 트레이드설이 모락모락 피어나고 있다. 이미 지난 6월에 한 차례 나왔다가 소멸한 베테랑 외야수 박건우 트레이드설이 재점화하는 분위기도 읽힌다. 그러나 결론부터 말하면 어디까지나 다 추측과 소문일 뿐이다. NC가 박건우를 다른 팀에 보낼 의향이 전혀 없기 때문이다.
NC는 지난 28일 KIA와 3대 3 트레이드를 단행했다. 투수 김시훈·한재승과 내야수 정현창을 KIA로 보내고 외야수 최원준·이우성과 내야수 홍종표를 확보하는 대형 트레이드가 성사됐다. 임선남 NC 단장은 "이번 트레이드가 중견수 보강과 장타력 강화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최원준은 모든 면에서 밸런스가 뛰어난 선수로 팀 전력에 큰 힘이 될 것이고, 이우성은 장타 능력을 갖춘 타자로 타선 화력을 보완해줄 것"이라고 자평했다.
NC는 이미 권희동, 박건우, 손아섭, 최정원, 천재환 등의 1군 외야수를 보유한 팀이다. 넘치는 외야 교통정리를 위해 지난 6월 초에는 중견수 김성욱을 SSG로 보내는 트레이드도 단행했다. 그런 선수 구성에 2명의 외야수를 새로 추가했으니, 외부 시선엔 추가 트레이드를 염두에 둔 포석이라는 추론이 논리적으로 보일 법도 하다.
구체적으로는 박건우 같은 베테랑 외야수를 한화로 보내고 A급 투수 유망주를 받아오는 트레이드가 이어지는 게 아니냐는 루머가 팬은 물론 야구인 사이에서도 나오고 있다. 올시즌 단독 선두로 우승에 도전하는 한화는 강력한 투수력에 비해 타선이 다소 아쉬운 상황이다. 그러다 보니 검증된 강타자 박건우로 공격력을 강화하고 우승에 올인하려는 것 아니냐는 시나리오다. 나름 논리적이고 설득력이 있어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취재 결과 NC는 박건우 트레이드를 고려하지 않고 있다. NC 핵심 관계자는 통화에서 "박건우는 트레이드 대상 선수가 아니다. 현재 논의되는 것이 없다"고 못 박았다.
우선 NC의 현재 상황이 그런 트레이드를 할 만한 상황이 아니다. 29일 현재 순위는 8위지만 공동 5위 팀들과 불과 0.5경기 차로 가을야구 사정권에 있는 팀이다. 한창 가을야구를 놓고 경쟁할 팀이 주전 외야수를 내주고 유망주를 영입하는 식의 트레이드를 하는 경우는 없다. 올해로 NC 합류 4시즌째인 박건우는 올시즌 타율 0.272에 4홈런으로 예년보다 다소 부진하지만 여전히 타선에서 중요한 기둥 역할을 하고 있다.
페이롤을 덜어내기 위한 트레이드라는 논리도 성립하기 어렵다. 박건우의 100억원 총액 가운데 연봉은 총 54억원이다. 그런데 NC는 첫해 19억원을 시작으로 올해까지 이미 43억원의 연봉을 지급했다. 대부분의 연봉이 계약기간 앞쪽에 몰려있는 구조라서 트레이드해도 연봉 절감 효과는 미미하다. 오히려 영입하는 팀 입장에서는 리그 정상급 타자를 거저 사용하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 NC가 박건우를 다른 팀에 보낼 이유가 없는 셈이다.
NC의 이번 트레이드는 다른 트레이드를 위한 포석보다는, 공식 발표 내용 그대로 5강 싸움을 하는 팀의 전력상 필요에 의해 이뤄졌다고 봐야 한다. NC 관계자는 "최원준은 우리 외에도 여러 구단에서 노렸던 선수다. 올 시즌 전반기엔 다소 주춤했지만 남은 시즌 활약을 기대하고 영입했다"고 밝혔다.
NC는 이번 보강으로 권희동-최원준-박건우로 이어지는 외야 라인을 중심으로 선수 컨디션과 상대 매치업에 따라 다양한 방식으로 라인업을 짤 수 있게 됐다. 함께 영입한 이우성도 코너 외야 외에 1루 수비가 가능한 우타자다. 외국인 타자 맷 데이비슨이 8월 초까지 출전하기 힘든 가운데, 이우성이 1루를 커버하는 시나리오도 생각할 수 있다.
지난해 각 포지션별 주전 내야수가 있음에도 김휘집을 트레이드로 영입했던 것과 비슷한 효과를 기대한 영입이라고 볼 여지도 있다. 당시 주전 유격수 김주원이 있는데 김휘집을 영입한 것에 대해 의문을 표하는 목소리도 있었지만, 김휘집은 합류 이후 팀의 주전 3루수로 자리를 잡았다. 상황에 따라 유격수로도 출전하며 NC 내야 뎁스에 큰 보탬이 됐다.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새 외야수들의 합류로 외야진과 1루수 뎁스가 두터워지는 효과가 기대된다. 무엇보다 최원준과 이우성 두 선수는 당장 1군에서 즉시전력으로 활용 가능한 선수들이. 현재보다 미래를 기약하는 팀이라면 하지 않을 트레이드다.

반면 NC가 KIA에 내준 선수들은 현재 1군 주전과는 다소 거리가 있다. 정현창은 장래성 있는 유망주지만 아직 신인이라 1군까지는 시간이 걸린다. 한재승과 김시훈도 지난해까지는 1군 승리조에서 활약했지만 올해는 주력 불펜에서 멀어졌다.
한재승은 사실상 투피치 투수로 평균 147.7km/h 강속구를 던지지만 포심 피안타율이 0.400에 달한다. 김시훈은 2022년 146.7km/h에 달했던 구속이 올해 141.3km/h까지 떨어지면서 15경기 평균자책 8.44로 부진했다.
NC는 후반기 들어 불펜이 안정되면서 최근 6경기 불펜 평균자책 2.23으로 전체 1위를 기록하고 있다. NC 불펜진은 이 기간 무려 32.1이닝을 던지면서 단 8실점만 허용했다. 배재환 3이닝 무실점, 류진욱 2.2이닝 무실점, 김영규 2이닝 무실점, 전사민 5.1이닝 무실점, 조민석 5.2이닝 1실점, 소이현 3이닝 1실점, 이용찬 2.2이닝 1실점 등 불펜진이 일제히 호투하고 있다. 양과 질 면에서 불펜에 자신 있는 NC가 과감하게 불펜 2명을 주고 외야수를 받는 트레이드를 단행한 이유다.
물론 아직 트레이드 마감시한인 31일까지 사흘이 남아있고 단장들이 미국에 모여있어 얼마든지 추가 트레이드가 이뤄질 가능성은 있다. 다만 10위 키움 히어로즈를 제외한 나머지 9개 팀이 전부 가을야구를 노리는 현재 상황에서 유의미한 대형 영입이 일어나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NC 역시 주전 외야수가 포함된 대형 트레이드는 생각하지 않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