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춘추=인천]
고교 시절엔 그렇게도 쉬웠던 승리가, 프로에 오니 이렇게도 어려울 수가 없다. 키움 히어로즈의 슈퍼루키 정현우가 4회까지 잘 던지고도 5회 고비를 넘지 못해 또 다시 승리와 인연을 맺지 못했다.
정현우는 30일 인천 SSG 랜더스필드에서 열린 2025 신한 SOL뱅크 KBO리그 SSG 랜더스전에 선발등판해 4.1이닝 동안 5피안타 4사구 4개 4탈삼진 5실점을 기록하고 마운드에서 내려왔다. 승리투수 요건인 5이닝을 채우지 못한 채 강판되면서 4월 12일 시즌 2승 이후 오랜 승리 가뭄이 계속됐다.
4회까지만 해도 승리는 따 놓은 당상처럼 보였다. 1회 SSG 최정에게 선제 솔로홈런을 허용해 1점을 내줬지만, 이후 4회까지는 큰 위기 없이 안정적인 투구를 선보였다. 키움 타선도 SSG 선발 문승원을 집중 공략해 5득점을 올리며 5대 1로 앞선 상황에서 5회말을 맞았다.
아웃카운트 3개만 잡으면 승리투수 자격이 주어지는 상황. 하지만 5회 들어 거짓말처럼 흔들리기 시작했다. 선두타자 하재훈에게 스트레이트 볼넷을 내주며 위기가 시작됐다. 이어진 안상현의 절묘한 번트 안타로 무사 1, 2루가 됐고, 최지훈에게도 볼넷을 허용하며 무사 만루 상황을 자초했다.
정준재의 희생플라이로 1점을 내준 뒤, 앞서 홈런을 친 최정이 다시 한 번 좌익선상으로 강하고 빠른 타구를 날렸다. 주자들이 한 베이스씩 진루하며 다시 1사 만루가 됐고, 슈퍼루키에게 승리를 주기 위해 최대한 참고 참은 키움 벤치의 인내심이 마침내 바닥을 드러냈다.
바뀐 투수 조영건은 기예르모 에레디아에게 2타점 적시타를, 김성욱에게도 적시타를 맞고 정현우가 남긴 주자를 전부 들여보냈다. 정현우는 이날 최종 4.1이닝 5실점으로 투구를 마감했다.

덕수고 시절의 정현우는 그야말로 무패의 에이스였다. 3학년인 지난해 16경기에 등판해 8승 무패를 기록하며 단 한 번의 패배도 경험하지 않았다. 신세계 이마트배 고교야구대회에서 3승, 황금사자기 고교야구대회에서 2승을 거두며 팀을 전국대회 3관왕으로 이끌었다. 이런 활약으로 연말 고교 최동원상을 수상했고, 신인 드래프트에서는 강속구 투수 정우주를 제치고 전체 1순위로 키움에 지명됐다.
프로에서도 데뷔 초반에는 나쁘지 않았다. 3월 6일 KIA전 데뷔전에서 타선의 17득점 지원에 힘입어 선발승을 거뒀고, 4월 6일 NC전과 4월 12일 한화전에서 연속 5이닝 2실점 호투를 펼치며 시즌 2승을 기록하는 등 승승장구했다.
하지만 데뷔전에서 122구를 던진 여파인지 세 번째 등판 이후 어깨 뭉침 증세가 나타나 1군 엔트리에서 말소됐다. 그리고 휴식과 재정비를 거쳐 6월 8일 1군에 복귀한 이후로는 좀처럼 승리와 인연을 맺지 못하고 있다. 최근 6경기에서 5연패를 기록하며 패배의 수렁에 빠졌다.
특히 4회까지 좋은 투구를 펼치다 5회 들어 무너지는 징크스가 정현우의 발목을 잡고 있다. 이날 경기 전까지 정현우는 1-4회 36이닝 15자책점으로 3.75의 평균자책을 기록했지만, 5회에는 7.1이닝 동안 10자책점으로 평균자책이 12.27에 달한다. 5회 피안타율도 0.353, OPS는 0.992로 승리투수 자격이 걸린 5회에 유독 부진했다.
이날 경기에서도 5회 징크스가 여지없이 발목을 잡았다. 4회까지 1실점으로 잘 나가다 5회에만 0.1이닝 동안 4실점을 허용하며 승리를 놓치는 결과로 이어졌다. 이날 노디시전으로 정현우의 시즌 성적은 2승 5패 평균자책 5.44가 됐다.
한편 이날 경기는 연장 11회까지 가는 대혈투 끝에 5대 5 무승부로 끝났다. SSG는 47승 4무 46패로 5위를 유지했고, 키움은 28승 4무 68패로 10위에 머물렀다. SSG 최정은 14호 홈런을 포함해 3안타를 기록했고, 키움에서는 9번 타자 어준서가 멀티히트를 기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