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타격 페이스가 떨어지고 있는 안현민(사진=KT)
최근 타격 페이스가 떨어지고 있는 안현민(사진=KT)

 

[스포츠춘추=수원]

“인플레이 타구가 되던 게 파울이 되고 있다. 본인은 아니라고 해도, 체력적으로 힘들어한다고 봐야 한다.”

KT 위즈 이강철 감독이 안현민의 최근 부진을 진단하며 내린 결론이다. 전반기 눈부신 활약으로 신인왕을 넘어 리그 MVP 후보까지 거론되던 안현민이 최근 눈에 띄게 페이스가 떨어진 근본적인 원인을 첫 풀시즌 소화에 따른 체력적 부침으로 바라본 이 감독이다.

최고의 전반기를 보낸 안현민은 최근 들어 페이스가 눈에 띄게 떨어졌다. 전반기 타율 0.356(216타수 77안타) 16홈런 53타점 OPS 1.113의 초현실적인 성적으로 리그 MVP 레이스에 코디 폰세와 경쟁하던 안현민이지만 후반기 들어 홈런 2개에 타율 0.294(109타수 32안타) OPS 0.807로 내림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8월 들어서는 타율 0.239(71타수 17안타)에 홈런 없이 OPS 0.649로 고전하는 모습이 뚜렷하다. 최근 26~28일 롯데를 상대로 한 사직 원정시리즈에서도 안현민은 3경기에서 안타 1개에 그치면서 침묵했다. 3경기에서 12타수 1안타만 기록했고 타점 1개 볼넷 2개를 얻는 데 그쳤다. 안현민이 침묵한 2경기에서 KT는 롯데에 3대 4, 2대 3으로 패하면서 중요한 사직 원정을 1승 2패로 아쉽게 마무리했다.

29일 수원 홈으로 돌아와 KIA 타이거즈와 3연전을 앞둔 KT 이강철 감독은 안현민의 최근 부진에 관한 질문을 받자 “못 쳐서 아닌가”라고 너스레로 받은 뒤 “상대가 분석도 어느 정도 끝냈을 거다. 또 안현민이 치면 전에는 인플레이 타구가 됐다. 플라이로 잡혀도 어쨌든 인필드 타구가 갔는데 지금은 파울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인플레이가 되던 타구가 파울이 되기 시작하는 것은 체력이 떨어지기 시작한다는 방증이다. 안현민은 사실상 올해가 첫 풀타임 시즌이다. 마산고를 졸업하고 2022년 신인 4라운드 지명으로 KT에 입단해 첫해 16경기 출전한 뒤 바로 군입대했다. 현역으로 복무를 마치고 돌아와 올해부터 본격적인 1군 무대에서 활약하고 있다.

안현민은 28일까지 92경기에 출전해 325타수를 소화하는 강행군을 펼치고 있다. 92경기 가운데 87경기를 외야수로 출전했고 76경기는 선발로 출전했다. 지명타자 자리에 강백호가 붙박이로 뛰는 팀 사정상 휴식 없이 계속 외야 수비로 나오다 보니 서서히 체력적인 한계가 오고 있다.

컨택한 타구가 파울이 되기 시작하자 안현민의 장기인 선구안과 카운트 싸움에도 문제가 생겼다. 이 감독은 “아무리 선구안이 좋아도 카운트가 몰리다 보니까 볼에 배트가 나간다. 투수들이 완전 낮은 공 아니면 높게 던지는데, 예전 같았으면 참았을 텐데 좀 급해진 것 같다. 급해지니까 빠른 카운트에 치기 시작한다. 그때부터는 유인구에 배트가 나오고 안 좋은 수순으로 가고 있다”고 진단했다.

안현민은 지난 7월에 한 달간 타율 0.441(68타수 30안타) 5홈런 14타점의 무시무시한 활약으로 KBO 월간 MVP를 수상할 정도로 절정의 타격감을 자랑했다. 이 감독은 이를 두고 농담 삼아 “월간 MVP를 안 받았으면 했다”면서 “한참 잘 해가지고 조금 떨어질 때가 됐다. 특히 타격은 투수보다 사이클이 크지 않나”라고 말했다.

이 감독은 “그래도 처음 치고는 그래도 잘 버티고 있다고 생각한다. 첫 풀시즌을 소화하면서 타율이 크게 폭락하는 경우도 많은데, 안현민은 그래도 골라 나갈 때는 골라 나간다”고 말했다. 실제 안현민은 8월 침체에도 여전히 타율 0.335에 OPS 1.010으로 리그 정상급 타격 스탯을 기록 중이다. 침체를 벗어나서 다시 타격 사이클 상승세로 돌아서면 다시 MVP 레이스에 뛰어들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

최근 타격 페이스가 떨어지고 있는 안현민(사진=KT)
최근 타격 페이스가 떨어지고 있는 안현민(사진=KT)

이 감독이 아쉬워하는 것은 안현민에게 지명타자 기회를 주기 어려운 팀 사정이다. 이 감독은 “본인은 아니라고 해도 맞아야 될 게 파울이 되는 걸 보면 체력적으로 힘들다고 봐야 한다. 3, 4개월 정도 풀타임으로 나가지 않았나. 웬만한 선수들도 다 체력이 떨어지기 시작하는데, 우리 팀 형편상 지명타자를 못 쓰는 입장이라 체력적으로 많이 힘들지 않았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체력적으로 한계에 달한 신호는 2주 전 경기에서 발생한 종아리 뭉침으로도 나타났다. 안현민은 키움전에서 외야 수비 중 양쪽 종아리를 감싸고 그라운드에 쓰러져서 모두를 깜짝 놀라게 했다. 다행히 검진 결과 큰 부상은 아닌 것으로 나타났지만 이후 KT는 안현민을 라인업에서 빼거나 경기 후반 교체하면서 체력 관리를 해주고 있다.

이 감독은 “매일 나와서 수비를 하려니까 힘들 거다”면서 “만약 내년 시즌 팀 포지션이 어느 정도 정리되면 좀 더 여유가 생길 것 같다. 내년에는 강백호도 포지션을 갖고 수비를 해야 한다. 어느 한 선수만 지명타자를 하면 운영이 안 된다. 내년엔 지명타자를 돌려서 쓸 생각”이라고 밝혔다.

안현민은 이날 경기에서도 3번타자 우익수로 KT 중심타선을 지킨다. KT는 허경민(유격수)-앤드류 스티븐슨(중견수)-안현민(우익수)-강백호(지명타자)-김상수(2루수)-황재균(1루수)-강현우(포수)-장진혁(좌익수)-장준원(유격수)으로 이어지는 선발 라인업을 가동했다. 선발투수는 패트릭 머피가 등판해 KIA 제임스 네일과 맞대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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