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춘추=수원]
30일 수원KT위즈파크에서 KIA 타이거즈는 구단 역사에 남을 굴욕을 당할 뻔했다. 8회까지 단 하나의 안타도 때려내지 못하면서 노히트 패배 위기에 몰렸고, 노히트를 면한 뒤에도 무득점 패배를 거의 당할 뻔 했다. 이때 팀을 구한 건 화려한 간판스타들이 아니라 올해 입단한 19세 신인 두 명이었다.
상대 KT 선발투수는 이날이 생애 첫 1군 선발등판인 문용익이었다. 지난 100경기를 전부 불펜으로만 등판한 투수를 상대로 KIA는 5이닝 동안 볼넷 1개만 얻고 안타는 하나도 때리지 못했다. 삼진도 무려 8개나 당했다.
전날 3안타를 때린 김호령은 두 타석 연속 삼진에 그쳤다. 6년 150억원 슈퍼스타 나성범도 첫 타석에서 삼진을 당했고, KBO 역사의 모든 기록을 새로 쓰고 있는 리빙 레전드 최형우도 두 타석 연속 삼진을 당했다.
최고 151km/h 패스트볼보다 포크볼을 더 많이 던지는 문용익의 희한한 구종 조합에 KIA 타자들은 처음에는 낯설어했고, 다음에는 만만치 않다는 걸 느꼈으며, 그다음에는 당황했고, 나중에는 말려들기 시작했다.
오히려 KIA 외국인 선발 애덤 올러가 먼저 무너졌다. 올러는 4회말 장성우에게 선제 솔로홈런을 맞고 실점했고, 5회에는 허경민의 안타를 시작으로 안타와 볼넷을 계속 허용하며 투구수가 불어났다. 결국 4.1이닝 4실점하고 마운드에서 내려갔다. 5회가 끝났을 때 점수는 0대 6까지 벌어졌다.
경기가 깊어질수록 KIA 타자들의 마음은 급해졌다. 전날까지 2경기 연속 10득점을 올린 강타선이 제대로 된 공격 한 번 못 하고 끌려갔다. 6회 직선타 2개가 2루수 정면으로 가는 불운까지 겪은 KIA는 7회, 8회에 삼자범퇴를 당하며 0대 8로 뒤진 채 9회 마지막 공격을 맞았다.
KT 투수는 주권. 남은 아웃카운트 3개 안에 안타를 때리지 못하면 KBO리그 역대 5번째 팀 노히트노런의 희생양이 될 위기였다. KIA 프랜차이즈 탄생 이후로는 한 번도 당한 적 없는 노히트 패배. 마지막 노히트 패배는 해태 시절인 2000년 5월 18일 한화전에서 송진우를 상대로 당한 패배로, 무려 25년 전 일이었다.
여기서 리드오프 박찬호가 팀을 구했다. 박찬호는 주권을 상대로 중전안타를 날렸다. 4회 중견수 쪽 안타성 타구가 KT 앤드류 스티븐슨의 다이빙캐치에 잡혔던 박찬호지만 이번에는 스티븐슨이 몸을 날려도 잡을 수 없는 타구였다. 박찬호의 안타로 KIA는 간신히 노히트 위기에서 탈출했다.
이제 무득점 굴욕에서 벗어날 차례. 그러나 형들의 방망이는 끝까지 말을 듣지 않았다. 김호령은 우익수 뜬공으로 1아웃, 나성범이 이날 두 번째 삼진으로 물러나며 2아웃이 됐다.

이범호 감독은 여기서 최형우를 빼고 신인 정현창을 대타로 투입했다. 정현창은 지난 7월 말 3대 3 트레이드를 통해 NC 다이노스에서 건너온 신인 내야수다. 2006년생으로 2025 드래프트에서 NC 7라운드 67순위로 입단해 이날 전까지 8경기 6타수 무안타였다. 아직 프로에서 한 개의 안타도 기록하지 못한 상태였다.
뛰어난 수비 기본기와 컨택 능력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프로 1군에서 안타는 없었던 선수. 정현창은 초구 한가운데 체인지업을 지켜본 뒤 2, 3구 투심에 파울을 쳐 0-2로 불리한 카운트가 됐다. 여기서 4구째 주권의 투심이 가운데로 들어왔고, 정현창은 놓치지 않고 배트를 휘둘렀다.
우전안타. 정현창의 프로 데뷔 첫 안타가 나왔다. 1루 주자 박찬호가 3루까지 진루하며 2사 1, 3루 기회가 이어졌다. 이날 경기 KIA의 두 번째 안타이자, KIA 주자가 처음으로 3루를 밟은 순간이다.
패트릭 위즈덤 타석에서 다시 대타가 나왔다. 이번에도 신인인 박재현이 대타로 나섰다. 박재현은 인천고를 졸업하고 드래프트 3라운드 25순위로 올해 입단한 KIA 신인이다. 이 경기 전까지 36경기 33타수 3안타로 타율 0.091에 그쳤다. 아직 1군에서 타격 능력은 보여주지 못했지만, 빠른 발과 다양한 수비 포지션 소화 능력으로 쓰임새가 많다는 평가를 받는 선수다.
박재현도 초구 파울, 2구 헛스윙으로 0-2 불리한 카운트에 몰렸다. 하지만 3구째에 약간 낮은 체인지업이 들어온 것을 정확하게 받아쳤다. 이번에도 우익수 쪽 앞에 떨어지는 안타가 됐다.
3루 주자 박찬호가 홈을 밟았고, 우익수 장진혁이 공을 뒤로 빠뜨리는 실책이 겹쳐 정현창도 홈인했다. 박재현의 데뷔 4번째 안타이자 이날 경기 KIA의 세 번째 안타였다. 그리고 박재현의 데뷔 첫 타점이 나오면서 KIA는 무득점 패배 굴욕을 면하고 2점을 얻었다.

경기는 2대 8 KIA 패배로 끝났다. 결과적으로 이날 경기에서 KIA는 31타수 3안타 2볼넷 2득점에 그쳤다. KIA가 자랑하는 초호화 타선 베테랑 주전 타자들은 도합 29타수 1안타를 기록했다. 28타수 무안타 끝에 29번째 타수 만에 박찬호의 안타가 터졌다. 나머지 2안타는 올해 입단한 19세 신인 정현창과 박재현이 기록했다.
정현창의 안타와 박재현의 적시타가 아니었으면 KIA는 한 점도 내지 못하면서 굴욕적인 패배를 당할 뻔했다. KIA를 수모에서 구한 2025 신인 야수 듀오의 데뷔 첫 안타와 첫 타점. 이날 경기에서 KIA가 위안삼을 부분이자, 이날 KIA의 거의 유일하게 좋았던 부분이기도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