엠마뉴엘 클라세(사진=MLB.com)
엠마뉴엘 클라세(사진=MLB.com)

 

[스포츠춘추]

스포츠 베팅의 그림자가 메이저리그 시즌 후반을 뒤흔들고 있다. MLB는 31일(한국시간) 도박 수사를 받고 있는 클리블랜드 가디언스의 엠마누엘 클라세(27)와 루이스 오티즈(29)에 대해 "추가 통지가 있을 때까지" 유급 휴직을 연장한다고 발표했다.

당초 8월 31일까지였던 휴직 기간이 연장되면서 두 선수의 시즌 복귀는 사실상 무산됐다. 포스트시즌은 물론 정규시즌 복귀도 불투명해진 상황이다.

USA투데이의 밥 나이팅게일 기자는 최근 클리블랜드의 클럽하우스 현장을 전했다. "더 이상 클리블랜드 가디언스 클럽하우스에는 그들의 로커가 없다. 유니폼도 장비도 찾을 수 없다. 마치 가디언스에서 뛴 적이 없는 것처럼 모든 흔적이 사라졌다."

동료들도 조심스럽다. 새로운 마무리가 된 케이드 스미스는 "팀에게는 분명히 큰 손실이다. 그들은 떠났고 언제 돌아올지 모른다. 하지만 우리는 잊고 앞으로 나아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올스타 외야수 스티븐 콴도 "그들이 돌아오길 바라지만 돌아오지 않을 준비도 해야 한다"고 털어놨다.

사건은 7월 초부터 시작됐다. 오티즈가 7월 3일 첫 번째로 휴직 처분을 받았고, 3주 후인 7월 28일에는 클라세도 수사 대상에 포함됐다. 오하이오 카지노 통제위원회는 6월 말 "클리블랜드 가디언스 관련 경기의 의심스러운 베팅 활동"에 대한 정보를 받았다고 밝혔다.

주목할 점은 수사 기간이다. 오타니 쇼헤이의 통역사 도박 사건은 며칠 만에 오타니의 혐의가 벗겨졌다. 하지만 클라세-오티즈 사건은 2개월째 장기화되고 있다. 스티븐 보트 감독은 "우리가 모르는 것은 모르는 것"이라며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매일 최선을 다하는 것뿐이다"고 말했지만, 내심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클라세의 경우가 특히 충격적이다. 지난 3시즌 연속 아메리칸리그 세이브 1위를 기록한 현역 최고 마무리였다. 2024년에는 평균자책 0.61로 사이영상 투표 3위에 올랐고, 통산 평균자책도 1.88에 불과했다. 7월 트레이드 데드라인을 앞두고 클라세 영입을 원하는 팀이 많았지만, 휴직 처분과 함께 모든 계획이 무산됐다.

MLB 규정은 엄격하다. 규정 21d(2)는 "자신이 소속된 팀 경기에 베팅하는 선수는 영구 자격박탈"이라고 명시한다. 만약 야구 경기 베팅이나 상황별 베팅 조작 혐의가 입증되면 영구 제명이다. 현재 클라세는 연봉 490만 달러, 오티즈는 최저 연봉 76만 달러를 받으며 유급 휴직 중이다.

루이스 오티즈(사진=MLB.com)
루이스 오티즈(사진=MLB.com)

아이러니하게도 클리블랜드는 두 선수가 없는 상황에서 오히려 부활했다. 7월 7일부터 8월 14일까지 아메리칸리그 최고 성적인 23승 9패를 거두며 디트로이트 타이거스와 5.5게임 차까지 좁혔다. 와일드카드 경쟁에서도 1게임 차에 근접했다.

하지만 한계가 드러났다. 최근 8경기에서 7패를 당하며 디트로이트와는 12.5게임, 와일드카드와는 4.5게임 차로 벌어졌다. 새로운 마무리 스미스가 연속으로 세이브를 날리면서 팀 전체가 흔들리고 있다. 카를로스 산타나는 "두 선수와 여전히 연락하고 있다.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는 우리 중 누구도 모른다"며 안타까워했다.

한때 메이저리그 최고의 마무리였던 클라세와 기대주 오티즈. 도박이라는 유혹이 선수 개인은 물론 팀 전체를 어떤 나락으로 빠뜨릴 수 있는지 보여주는 생생한 사례가 되고 있다. 이들의 운명은 수사 결과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잃어버린 것들을 되돌리기엔 너무 늦은 것처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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