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춘추]
2019년 월드시리즈 우승 후 참혹한 몰락을 겪은 워싱턴 내셔널스가 새로운 야구 운영 책임자 영입에 본격 나섰다. 스포츠 전문 매체 디애슬레틱은 10일(한국시간) 리그 소식통을 인용해 내셔널스가 시카고 컵스의 카터 호킨스 단장,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의 임원 아미엘 소데이, LA 다저스의 조시 번즈 수석 부사장과 접촉했다고 보도했다.
워싱턴의 이번 행보는 단순한 인사 교체를 넘어 근본적인 체질 개선을 의미한다. 지난 7월 마이크 리조 야구운영 사장과 데이비 마르티네스 감독을 동반 해고한 후, 구단은 완전히 새로운 방향을 모색하고 있다. 리조 체제하에서 워싱턴은 2020년 이후 메이저리그에서 세 번째로 많은 패배를 기록하며 콜로라도 로키스, 피츠버그 파이리츠와 함께 최하위권을 맴돌았다. 특히 올해도 내셔널리그 동부지구 꼴찌에 처하며 구단주 마크 러너의 인내심을 한계까지 밀어붙였다.
워싱턴의 몰락은 잘못된 리빌딩 전략에서 비롯됐다. 2019년 우승 후 베테랑들을 정리하고 젊은 선수 중심으로 재편했지만, 선수단의 경험 부족과 구단의 투자 중단이 겹치면서 팀이 완전히 무너졌다. 2014년부터 2021년까지 8년 중 7년을 연봉 상위 10위 안에서 보냈던 워싱턴은 최근 3년간 하위 10위권으로 추락했다. 명확한 방향성이 부재했다는 게 구단 안팎의 평가다.

워싱턴이 주목하는 후보들은 모두 현대적 구단 운영의 상징적 인물들이다. 호킨스는 시카고 컵스 혁신의 아이콘으로 통한다. 그는 통계 모델 의존도 확대를 주도하며 선수 평가와 모든 거래에서 숨은 가치를 찾아내는 데 데이터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2020년 이후 첫 플레이오프 진출을 눈앞에 둔 컵스에서 R&D 부서 개편을 주도하며 프로, 아마추어, 국제 스카우팅 시스템을 간소화했다. 스몰마켓 구단의 성공 모델로 평가받는 클리블랜드 가디언스에서 14시즌을 보내며 익힌 데이터와 영상 분석, 절제된 투자의 노하우가 그의 핵심 자산이다.
디 애슬레틱에 따르면 호킨스는 이미 워싱턴과 예비 면접을 마쳤다. 컵스와 함께 애틀랜타 원정 중인 그는 10일 트루이스트 파크에서 열린 경기 전 논평을 거부했다. 하지만 워싱턴의 관심이 진짜라는 것은 다른 후보들의 면면을 봐도 알 수 있다.
소데이 수석 부사장 겸 부단장이 몸담은 애리조나는 빅마켓 구단이 아님에도 부자 구단 다저스,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 대등하게 경쟁하고 있다. 볼티모어 지역 출신으로 메릴랜드대학에서 정보시스템학을 전공한 소데이는 제너럴일렉트릭에서 일하다가 보스턴 레드삭스에서 야구계 경력을 시작했다. 보스턴에서 3차례 월드시리즈를 경험한 후 마이크 헤이즌을 따라 애리조나로 이적해 2023년 내셔널리그 우승을 일궈냈다. 다이아몬드백스가 탱킹 전략을 거부하고 당당히 강호들과 맞선 배경에는 그의 역할이 컸다.
워싱턴 출신인 번즈와의 접촉도 의미가 있다. 세인트앨번스 스쿨을 졸업한 번즈는 지역에 연고가 있는 인물로, 2004년 보스턴이 월드시리즈를 우승할 때 부단장이었고, 애리조나와 샌디에이고에서 단장을 역임했다. 다저스가 메이저리그 최강팀으로 군림하는 동안 프런트오피스의 핵심 인물로 활약해온 그의 경험은 워싱턴에게 큰 자산이 될 수 있다.
이 후보들에겐 명확한 공통점이 있다. 제한된 자원으로 최대 효율을 뽑아내는 능력과 데이터 기반의 현대적 운영 철학이다. 워싱턴이 이런 인재들에게 러브콜을 보내는 것은 과거 무작정 돈을 쏟아붓거나 반대로 리빌딩만 되풀이하는 방식에서 벗어나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실제로 러너 구단주는 리조와 마르티네스를 해고하며 "새로운 접근법과 새로운 에너지가 필요하다"고 강조한 바 있다.
워싱턴의 이번 선택은 메이저리그 전체의 트렌드를 상징한다. 무작정 돈을 쏟아붓던 시대는 끝났고, 이제는 데이터와 효율성이 승부를 가른다. 한때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후진적인 운영으로 악명 높았던 워싱턴이 가장 선진적인 인재들을 물색하는 것 자체가 변화의 증거다. 과연 새로운 지도부가 2019년의 영광을 되찾을 수 있을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