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춘추]
가을야구 진출 경쟁의 결승선을 앞둔 롯데 자이언츠 앞에 또 예상치 못한 장애물이 나타났다. 외국인 좌완 에이스 알렉 감보아가 왼쪽 팔꿈치 불편감을 호소하며 중요한 삼성전 선발 등판이 취소되는 악재가 터졌다.
롯데는 16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펼쳐질 삼성과의 첫 번째 대결에서 당초 예정된 감보아 대신 박진을 선발 마운드에 올린다고 발표했다. 롯데 관계자는 "감보아가 왼쪽 바깥쪽 팔꿈치 불편감을 호소해 선발투수가 변경됐다"며 "병원 검진 결과 큰 문제가 발견된 건 아니지만, 선발등판을 한 턴 쉬면서 상태를 지켜볼 예정"이라고 밝혔다.
감보아는 KBO리그 합류 초반 압도적인 구위로 롯데의 새로운 에이스로 활약했다. 6월에는 5경기 5승 무패 평균자책 1.72를 기록하며 월간 KBO리그 MVP로 선정됐고, 7월에도 4경기에서 2승 1패 평균자책 1.46으로 호투를 이어갔다. 감보아의 활약에 힘입어 롯데는 한때 선두를 2경기 차로 위협할 정도로 안정적인 3위를 달렸다.
하지만 최근 감보아의 투구 내용은 우려를 자아냈다. 8월 23일 NC전에서 5이닝 4실점으로 패전투수가 된 뒤 28일 KT전에서 6이닝 무실점으로 반등하는가 했지만, 9월 3일 KT와의 재대결에서 5.1이닝 4실점으로 다시 부진했다. 가장 최근인 10일 한화전에서는 4이닝 동안 8실점(3자책)을 허용하며 크게 무너졌다.
최근 8경기에서 1승도 하지 못하고 4연패를 당한 감보아의 부진은 팔꿈치 불편함과 무관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올시즌 전까지 감보아의 한 시즌 최다 이닝은 2022년 AA에서 기록한 88.1이닝이 전부였다. 하지만 올시즌에는 트리플A에서 19.1이닝을 던진 뒤 KBO리그에서 99.2이닝을 소화하며 데뷔 이후 처음으로 100이닝을 돌파했다. 피로 누적과 과부하의 여파를 의심해 볼 만한 상황이다.
감보아를 대신해 마운드에 오르는 박진은 올시즌 주로 불펜에서 활약해온 우완 투수다. 47경기에 등판해 3승 1패 1세이브 3홀드 평균자책 4.37을 기록중인 전천후 투수지만, 선발 등판 경험은 많지 않다. 최근 13일 SSG전에서 3이닝을 소화한 만큼 사흘 만의 등판에서 정상적인 선발 역할을 기대하긴 어려울 전망이다. 사실상 오프너로 활용한 뒤 경기 상황에 따라 불펜을 총동원하는 투수 운영이 예상된다.

만약 감보아의 부재가 길어질 경우 이미 붕괴 직전인 롯데 선발진에게는 치명타가 될 전망이다. 또 다른 외국인 투수 빈스 벨라스케즈는 6경기 1승 4패에 평균자책 10.50으로 KBO리그 역사상 최악의 외국인 투수가 될 기세다. 13일 SSG전에서는 0.2이닝 만에 5점을 내주고 강판당하면서 롯데를 위기로 내몰았다. 최근 10경기 롯데 선발진은 승리없이 5패 평균자책 8.06에 그치고 있다.
마운드의 붕괴 속에 한때 안정적인 3위를 달리던 롯데는 어느새 6위까지 순위가 떨어졌다. 가을야구 진출 확률도 43.4%로 전체 6위로 내려앉은 가운데, 이제 남은 정규시즌 경기는 단 10경기 뿐이다. 16일과 17일 대구에서 펼쳐질 5위 삼성과의 대결은 롯데의 운명을 가를 중요한 시리즈다.
현재 삼성과 승차가 0.5게임 차이에 불과한 상황에서 이번 2경기 시리즈의 결과가 5강 진출 여부를 결정지을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순간에 에이스가 이탈했다. 2017년 이후 8년 만의 가을야구를 꿈꾸는 롯데의 희망이 위태롭게 흔들리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