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춘추]
메이저리그 가을야구에서 홈 어드밴티지가 사라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과거 포스트시즌의 절대 불문율로 여겨지던 홈 어드밴티지가 12팀 토너먼트 시대에 들어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스포츠 일러스트레이티드(SI)의 톰 버두치 기자가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2022년부터 포스트시즌이 12팀으로 확대된 이후 홈팀의 성적은 60승 64패로 승률이 0.484에 그쳤다. 정규시즌에서 홈팀 승률이 .530을 기록한 것과 비교하면 오히려 원정팀이 더 강한 모습을 보인 셈이다. 특히 와일드카드 라운드에서는 홈팀이 10승 16패(0.385)로 참담한 성적을 기록했다.
이는 과거 야구계의 상식을 뒤엎는 결과다. 1969년 디비전 시리즈가 도입된 이후 포스트시즌에서 홈팀들은 줄곧 정규시즌보다 높은 승률을 유지해왔다. 하지만 12팀 체제에서는 이 공식이 완전히 무너졌다. 버두치는 “2015년 캔자스시티 로열스, 2023년 텍사스 레인저스, 2024년 뉴욕 메츠 같은 팀들이 원정에서의 승리야말로 팀워크와 화학적 결합을 만드는 연료라는 점을 증명했다”고 분석했다.
그렇다면 왜 원정팀들이 포스트시즌에서 선전하고 있을까. 버두치 기자는 몇 가지 원인을 제시했다. 먼저 팀 간 전력 격차가 줄어든 점을 꼽았다. 최근 10년간 월드시리즈 우승팀 중 4팀이 와일드카드 출신이었고, 이들의 평균 승수는 94.2승으로 압도적 강팀이라 보기 어려운 수준이다. 올 시즌 아메리칸리그만 봐도 1번 시드와 6번 시드 간 전력 차이가 미미하다는 것이 이를 뒷받침한다.
구장 환경의 표준화도 한 몫했다. 30개 구장 중 25곳이 펜실베이니아주 슬리퍼리록에서 나는 동일한 내야 흙을 사용한다. 마운드 높이와 경사도는 정기적으로 점검돼 균일성을 유지하고 있다. 조명 시설은 어디나 최고 수준이고, 원정팀도 경기 중 실내 타격 연습장을 이용할 수 있다. 과거 리글리필드가 개보수 전까지 대타들이 습하고 좁은 복도에서 준비해야 했던 것과는 천지 차이다.
흥미롭게도 올 시즌 정규리그에서는 홈팀 승률이 0.547로 15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와일드카드 시대 다섯 번째로 높은 수치다. 이런 상황에서 포스트시즌 홈 어드밴티지가 어떻게 작용할지 더욱 관심이 쏠린다.

버두치 기자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홈 어드밴티지가 강력한 구장들을 소개했다. 필라델피아 필리스의 시티즌스뱅크파크가 1순위다. 필리스는 올 시즌 홈에서 51승 24패(.680)로 메이저리그 최고 기록을 세웠고, 홈과 원정 간 장타율 격차가 .080으로 플레이오프 진출팀 중 가장 크다. 롭 톰슨 감독 부임 후 필리스는 홈에서 포스트시즌 13승 5패를 기록했으며, 3득점 이상 올릴 때는 13전 전승을 달렸다.
시애틀 매리너스의 T모바일파크도 주목할 만하다. 넓은 외야와 타구의 비거리가 짧은 특성상 투수에게 유리한 구장이다. 7월 31일 이후 홈에서 20승 3패를 기록했고, 1점차 게임에서 8승 2패를 올렸다. 홈과 원정 간 평균자책 격차가 1.34로 플레이오프 진출팀 중 가장 크다.
토론토 블루제이스의 로저스센터는 빠른 인조잔디가 타격전에 최적화돼 있다. 6월 30일 이후 상대 선발투수들이 홈에서 4승 14패를 기록할 정도로 까다로운 구장이다. 토론토는 홈에서 50승 25패로 아메리칸리그 최고 성적을 올렸다.
LA 다저스의 다저스타디움에서는 투수들의 변화구 비율이 36.4%로 원정(34.8%)보다 높다. 홈에서 상대팀 타율 0.199, 장타율 0.318을 기록해 각각 5위와 3위에 올랐다. 데이브 로버츠 감독 시절 홈에서 포스트시즌 27승 17패를 기록했고, 절체절명의 순간에도 6승 3패를 올렸다.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의 펫코파크와 밀워키 브루어스의 아메리칸패밀리필드는 공동 5위에 이름을 올렸다. 두 팀 모두 월드시리즈를 한 번도 우승하지 못했지만, 충성도 높은 팬층과 이상적인 홈 경기 환경을 갖췄다. 특히 요즘 야구의 주류인 장타에 의존하지 않고 컨택 위주의 공격 스타일로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버두치 기자는 “3년의 포스트시즌 데이터만으로 홈 어드밴티지가 완전히 사라졌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면서도 “과거 우리가 알고 있던 홈 어드밴티지의 의미는 분명 변했다”고 결론지었다. 와일드카드 시대에 홈에서 포스트시즌 무패를 기록한 마지막 팀들은 2008년 필리스(7승 0패)와 1999년 양키스(6승 0패)다.
과연 올 포스트시즌에서 홈 어드밴티지의 진정한 의미를 되살릴 팀이 나타날 수 있을까. 그 답은 곧 가을야구 현장에서 확인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