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춘추]
8년 만의 가을야구 진출을 꿈꾸는 롯데 자이언츠가 결국 극약처방을 시도한다. 왼쪽 팔꿈치 불편을 호소해 16일 삼성전 등판을 취소했던 알렉 감보아를 17일 선발로 투입한다고 발표했다. 절박한 상황이 낳은 결정이다.
롯데는 16일 대구에서 삼성에 5대 7로 패하며 다시 한 번 무너졌다. 64승 6무 65패로 승률이 5할 아래로 떨어졌고, 5위 삼성과의 격차는 1.5게임으로 벌어졌다. 잔여시즌 9경기를 앞둔 상황에서 한 경기도 허투루 넘길 수 없는 처지다.
애초 롯데의 계획은 달랐다. 15일 "감보아가 왼쪽 바깥쪽 팔꿈치 불편감을 호소해 선발등판을 한 턴 쉬면서 상태를 지켜볼 예정"이라고 발표했을 때만 해도 16일과 17일 삼성전에는 등판시키지 않고 충분한 휴식을 줄 계획이었다. 하지만 16일 경기 패배 후 모든 계산이 바뀌었다.
만약 17일 경기마저 패한다면 롯데는 삼성과 2.5게임차로 벌어진다. 남은 9경기에서 뒤집기 쉽지 않은 격차다. 결국 롯데는 부상 불안감이 남아있는 감보아를 다시 마운드에 올리는 모험을 택했다. 팔꿈치 상태가 호전됐다고는 하지만, 일반적인 상황에선 등판 강행보다는 추가 휴식을 부여했을 법한 이슈다.

다만 감보아 카드가 성공을 거둘지는 미지수다. 팔꿈치 불편감을 호소하기 전에도 최근 투구 내용이 그리 좋지 않았다. 6월 월간 MVP를 차지할 정도로 압도적이었던 초반 폼은 온데간데없다. 최근 8경기에선 1승도 거두지 못하고 4연패를 당했다. 10일 한화전에서는 4이닝 8실점으로 무너지기도 했다.
감보아의 부진은 프로 커리어에서 한 시즌 최다 이닝을 투구하면서 과부하가 걸린 것으로 풀이된다. 2022년 AA에서 88.1이닝이 커리어 하이였던 감보아가 올시즌에는 이미 99.2이닝을 소화하면서 100이닝이 가까워졌다. 여기에 팔꿈치 불편까지 호소한 만큼 정상적인 컨디션이라고 보기 어렵다.
정상 컨디션이 아닌 감보아에게 팀의 운명을 맡기는 상황 자체가 롯데의 현실을 말해준다. 하지만 마땅히 다른 선택의 여지는 없다. 17일 경기는 단순한 승부를 넘어 롯데의 시즌 전체가 걸린 운명의 한 판이 될 전망이다. 감보아의 어깨가 그 어느 때보다 무겁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