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에 1라운드 3순위로 지명된 외야수 오재원. (사진=스포츠춘추 황혜정 기자)
한화에 1라운드 3순위로 지명된 외야수 오재원. (사진=스포츠춘추 황혜정 기자)

 

[스포츠춘추=잠실]

"누가 내려오더라도 오재원을 뽑을 생각이었다."

한화 이글스가 미래의 중견수 자리 주인을 찾았다. 한화는 17일 서울 롯데호텔 월드 크리스탈볼룸에서 열린 2026 KBO 신인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전체 3순위로 유신고 외야수 오재원을 지명했다. 6년째 해결하지 못해 한이 맺힌 중견수 문제를 풀 열쇠로 청소년 대표팀 외야수 오재원을 선택한 한화다.

지난 몇 년간 한화의 중견수 부재는 심각한 수준이었다. 2018년까지는 이용규(현 키움)가 주전 중견수로 활약했지만, 이후 마땅한 자리 주인을 찾지 못해 매년 주전이 바뀌었다. 2019년엔 외국인 타자 제러드 호잉이 중견수 역할을 맡았고, 2021년엔 노수광, 이원석, 유로결 등 국내 선수들이 돌아가면서 중견수를 소화했지만 누구 하나 만족스럽지 못했다.

2022년에도 외국인 타자 마이크 터크먼으로 중견수 부재를 임시 해결한 한화는 2024시즌엔 40대 노장 김강민을 영입해 중견수를 맡겨야 할 정도로 큰 어려움을 겪었다. 올시즌에도 외국인 타자 에스테반 플로리얼과 루이스 리베라토가 중견수를 맡을 정도로 여전히 적임자를 찾지 못하고 있다.

중견수는 외야 수비의 사령관이자 중견수-유격수-포수로 이어지는 센터라인의 한 축이다. 확실한 중견수가 없다 보니 한화는 외야 수비의 안정감이 떨어졌고, 이 불안감이 고스란히 투수들에게 가중됐다. 고교 넘버원 외야수 오재원은 이런 한화의 중견수 고민을 해결해줄 구세주가 될 만하다.

애초 드래프트 전까지만 해도 야구계에선 NC가 투수 대어 양우진 혹은 김민준을 지명하고, 한화는 야수 최대어 신재인을 지명할 거란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신재인의 주 포지션은 3루수지만 외야수도 충분히 가능하다는 평가가 많았다. 이에 한화가 신재인을 지명해 외야수로 전향시키거나 FA 자격이 다가오는 노시환의 뒤를 이을 3루수로 활용할 가능성이 제기됐다.

그러나 한화의 바로 앞 차례인 NC가 예상을 깨고 신재인을 지명하면서 한화의 지명 전략에도 변수가 생겼다. NC가 앞에서 뽑지 않은 투수 대어를 지명할 수도 있었지만, 한화는 애초 정한 방향대로 야수를 가장 먼저 지명했다. 그리고 한화의 선택은 외야수 오재원이었다.

오재원은 빠른 발과 넓은 수비범위가 돋보이는 외야수다. 지난해 2학년으로는 유일하게 청소년 대표팀에 발탁됐던 선수로, 올해 타율 0.411(90타수 37안타), 1홈런, 12타점, 30도루를 기록했다. 역동적인 플레이 스타일이 롤모델인 코빈 캐롤(애리조나)과 닮았다는 평을 듣는다. 발이 빠르고 어깨도 좋으며 컨택 능력이 수준급이고, 외야에서 타구 판단능력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오재원은 대전 한화생명 볼파크에서 열린 올해 한화 이글스배 고교-대학 올스타전에도 출전했고, 최근 일본 오키나와에서 열린 세계청소년야구선수권에서도 대표팀 멤버로 활약했다. 2학년인 지난해부터 2년 연속 올스타전과 대표팀을 모두 경험할 정도로 일찌감치 재능을 인정받은 선수다.

한화 손혁 단장이 2026 신인 드래프트 준비를 하고 있다. (사진=스포츠춘추 황혜정 기자)
한화 손혁 단장이 2026 신인 드래프트 준비를 하고 있다. (사진=스포츠춘추 황혜정 기자)

지명 행사 끝난 뒤 취재진과 만난 정민혁 스카우트 팀장은 "우리 팀이 몇 년 동안 투수 위주로 상위 지명을 해왔기 때문에 이번 드래프트는 야수에 중점을 두고 준비해왔다"며 "특히 가장 주력으로 생각한 건 중견수였다. KBO리그에서 중견수의 가치가 앞으로 훨씬 더 높아질 거라고 생각했고, 이번에 마침 좋은 기회가 왔다"고 드래프트 전략을 설명했다.

정 팀장은 "우리 차례에 어떤 선수가 내려와도 오재원을 뽑는 걸로 생각했다"며 앞 순위에서 신재인을 지명한 NC의 선택과는 상관없이 애초부터 오재원을 원했다고 강조했다. 100% 진심인지는 알 수 없지만 그만큼 한화가 오재원을 높게 평가한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이어 "오재원은 수비가 되고, 주력도 좋은 공수를 다 갖춘 선수다. 감각이 좋은 선수"라고 소개했다.

2라운드에선 외야수만큼이나 팀에 필요한 자원인 좌완투수를 지명했다. 우수한 체격조건으로 성장 잠재력이 충분한 북일고 좌완투수 강건우가 한화 유니폼을 입는다. 최고 140km 후반대 강속구를 던지는 강건우는 간결한 투구폼에서 나오는 공의 궤적이 좋다는 평가를 받는다. 고교 좌완 투수 가운데 최요한, 박준성 등과 함께 최고 수준으로 평가받는 선수다.

중위 라운드에서도 야수와 좌완 투수 보강을 이어갔다. 4라운드 경성대 우투좌타 내야수 최유빈은 1군 즉시 전력감 평가를 받는 선수로, 빠른 발과 강한 어깨에 준수한 수비력까지 보유했다. 5라운드 경북고 내야수 권현규는 고교 최상위급 수비력을 자랑하는 유격수 자원. 6라운드 라온고 좌완투수 하동준은 임팩트 있는 패스트볼을 던져 성장 잠재력이 높은 투수다.

한화에 1라운드 3순위로 지명된 외야수 오재원. (사진=스포츠춘추 황혜정 기자)
한화에 1라운드 3순위로 지명된 외야수 오재원. (사진=스포츠춘추 황혜정 기자)

하위 라운드에선 구위형 투수 육성과 우수 야수 확보에 집중했다는 설명이다. 7라운드 대구고 우완투수 여현승은 최고 150km에 달하는 투심 패스트볼이 장점이다. 8라운드 야탑고 내야수 김준수는 공수주 밸런스가 좋은 유격수 자원으로 평가받았다.

9라운드 물금고 외야수 이재환은 빠른 주력과 강한 어깨가 장점으로 향후 우수한 외야수로 성장이 기대되는 선수다. 10라운드 대전고 외야수 박주진은 우수한 펀치력을 보유해 파워히터로 성장 가능한 자원이다. 마지막 11라운드 공주고 투수 황희성은 현재 팔꿈치 수술을 했지만 빠른 팔 스윙과 변화구 감각이 좋은 투수라는 평가다.

한화 관계자는 "주력이 우수하고 감각이 좋은 야수자원과 팀에 부족한 좌완 투수 자원을 우선 보강하겠다는 기본 전략으로 드래프트에 임했다"면서 "오늘 지명된 선수들이 구단이 기대하는 모습으로 성장해 하루빨리 대전 한화생명 볼파크에서 팬 여러분들을 만날 수 있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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