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건, 박준혁 단장과 함께 포즈를 취한 김화중(사진=롯데)
신동건, 박준혁 단장과 함께 포즈를 취한 김화중(사진=롯데)

 

[스포츠춘추]

매년 열리는 신인드래프트는 기쁨과 환희, 눈물과 웃음이 교차하는 행사다. 17일 서울 롯데호텔 월드 크리스탈볼룸에서 열린 2026 KBO 신인드래프트도 다르지 않았다. 1라운드 1순위 박준현(키움)의 아버지 박석민을 시작으로 단상에 올라 마이크를 잡는 선수 아버지마다 하나같이 눈물을 쏟아냈다. 마치 전염이라도 된 듯 다들 울컥하며 아들의 프로 지명을 기뻐하는 모습이 이날의 풍경이었다.

눈물은 선수들도 마찬가지였다. 이날 롯데 자이언츠 4라운드 34순위로 지명받은 김화중(덕수고)이 대표적이다. 유니폼을 건네받은 뒤 고개를 숙이고 한참 얼굴을 들지 못하는 그의 모습에선 여러 복잡한 감정이 읽혔다. 1년 유급까지 해가며 도전한 끝에 얻은 프로 지명의 기쁨, 지명받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걱정이 해소된 안도감, 그리고 무엇보다 정말로 좋아하는 팀의 선수가 됐다는 벅찬 감격이 뒤섞인 눈물이었다.

김화중의 롯데 사랑은 진짜였다. 드래프트 전부터 여러 차례 하는 인터뷰마다 롯데를 응원한다고 밝혀온 '찐팬'이다. 뽑히고 난 뒤에야 "원래 이 팀 팬이었다" "꼭 이 팀에 오고 싶었다"며 외교적인 발언을 내놓는 선수들과는 차원이 다르다. 좋아하는 야구를 하면서 프로 생활을 하는 것도 행운인데, 응원팀 유니폼까지 입게 됐으니 이보다 완벽한 시나리오가 어디 있을까.

롯데에 지명받은 뒤 한참 동안 얼굴을 들지 못한 김화중(사진=자이언츠 TV 화면)
롯데에 지명받은 뒤 한참 동안 얼굴을 들지 못한 김화중(사진=자이언츠 TV 화면)

"(지명 순번에)아쉬움이 전혀 없다고 하면 거짓말이겠죠." 드래프트 행사가 끝난 뒤 만난 김화중은 솔직했다. "생각한 대로만 흘러가지 않은 것 같아서 많이 긴장도 하고 걱정도 했었습니다." 하지만 이내 환한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 "너무 좋은 시나리오로 롯데에 뽑히게 돼서 정말 큰 영광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김화중에게 올시즌은 순탄하지 않았다. "멘탈적으로 많이 흔들렸던 것 같다"는 고백처럼, 처음 경험하는 상황들이 연속됐다. "주변의 영향도 있겠지만 내 욕심도 있고, 여러 가지가 겹쳐지다 보니까 아쉬운 점이 있었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도 "지금 이 순간도 정말 값진 거라고 생각한다. 앞으로 열심히 준비할 일만 남았다"며 각오를 다졌다.

본인은 스스로를 겸손하게 낮췄지만, 김화중은 올해 명문 덕수고의 좌완 에이스로 활약했다. 188cm, 90kg의 뛰어난 신체조건에서 나오는 150km에 가까운 강속구가 무기다. 투구폼의 디셉션이 뛰어나 타자 입장에서는 실제보다 빠르게 느껴지고, 여기에 스플리터까지 구사해 강력한 탈삼진 능력을 자랑한다. 올해 15경기 39이닝에서 5승 2패 평균자책 2.08, 46탈삼진의 좋은 성적을 남겼다.

특히 청룡기 전국고교야구대회에선 '본드 투혼'으로  팀을 우승까지 이끌어 큰 화제를 모았다. 부산고와의 결승전에서 왼손 검지 끝 살이 심하게 찢어진 상태였지만, 정윤진 감독의 만류에도 강한 의지를 보여 등판을 강행했다. 3.1이닝 무실점 역투 끝에 덕수고는 7대 3으로 이겼고, 2016년 이후 9년 만의 청룡기 우승을 차지했다. 자신보다 팀을 먼저 생각하는 마음가짐은 지금 롯데에 꼭 필요한 덕목이다.

신동건과 김화중 가족의 단체사진. 신동건은 과거 청원고 시절 1년 후배였고, 이제는 드래프트 동기가 된 사이다(사진=롯데)
신동건과 김화중 가족의 단체사진. 신동건은 과거 청원고 시절 1년 후배였고, 이제는 드래프트 동기가 된 사이다(사진=롯데)

롯데에서 김화중을 기다리는 반가운 인연들도 있다. 덕수고 선배 한태양이 주전 내야수로 활약하고 있어 든든한 지원군이 될 예정이다. "덕수고 선배님이셔서 항상 지켜보고 있었는데, 가면 잘 챙겨주실 것 같아서 기분 좋다"고 김화중은 기대감을 드러냈다.

롤모델 김원중과의 만남도 기다려진다. "김원중 선배님의 마인드나 마운드에서의 모습이 너무 멋있고, 많이 닮고 싶다고 TV로 보면서 항상 생각했다"는 김화중은 이제 TV가 아닌 같은 라커룸에서 그를 만나게 된다. 청원고 시절 1년 후배이자 이제는 롯데 입단 동기가 된 신동건과 함께하는 것도 기분 좋은 인연이다.

김화중은 "내 최고 장점은 강한 구위"라면서 "구위가 좋고 스플리터까지 던지기 때문에 타자들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자신감을 보였다. 이어 롯데 팬들을 향해서도 "강한 인상을 남겨드리려고 노력하겠다. 자신있는 모습을 많이 보여드리면 팬들께서도 좋아하시지 않을까"라고 포부를 밝혔다. 롯데팬이었던 만큼 롯데팬들의 마음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는 김화중. 모든 롯데팬이 원하는 단 하나 '우승'을 이제는 자신이 직접 만들어갈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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