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춘추]
좋은 의미로든 나쁜 의미로든 항상 '어메이징'한 팀 뉴욕 메츠가 또다시 시즌 최종일의 악몽을 맛봤다. 지난 28년 가운데 네 번째로 정규시즌 마지막 날 플레이오프 진출이 좌절됐다. 그것도 세 번이나 약체팀 마이애미 말린스에게 당한 것이어서 더욱 뼈아프다.
메츠는 29일(한국시간) 론디포 파크에서 열린 마이애미와의 시즌 마지막 경기에서 0대 4로 완패하며 83승 79패로 시즌을 마감했다. 같은 성적을 기록한 신시내티 레즈는 최종전 패배에도 상대전적 우위로 내셔널리그 와일드카드 최종 티켓을 가져갔다. 메츠는 3억 4000만 달러(4760억원)에 달하는 팀 연봉과 후안 소토라는 1조원대 몸값의 스타를 영입하고서도 포스트시즌 문턱에서 주저앉은 셈이다.
시즌 초반 메츠의 행보는 누구도 의심하지 않을 만큼 화려했다. 6월 12일까지 45승 24패로 메이저리그 최고 승률을 달렸다. 하지만 그 이후의 행보는 처참했다. 38승 55패라는 참혹한 성적표를 써내며 서서히 무너져 내렸다.
특히 지난 6주간의 부진은 눈을 뜨고 볼 수 없을 정도였다. 내셔널리그 최하위 워싱턴 내셔널스와 말린스에게 각각 두 차례씩 시리즈를 내주며 바닥을 기었다. 9월 초 신시내티와의 시리즈 패배는 결정적이었다. 타이브레이커를 고려할 때 사실상 포스트시즌 탈락을 예고한 경기였기 때문이다.
메츠 중계진은 경기 종료 직후 팀에 대한 냉혹한 평가를 쏟아냈다. 게리 코헨 캐스터는 "3개월 반에 걸친 메츠의 고통스러운 슬로모션 추락이 완성됐다"며 "확장된 플레이오프 시스템에서 이 정도 전력을 가진 팀이 탈락한다는 건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론 달링 해설위원 역시 "선수들도 팬들만큼이나 당황스러워하고 있다"며 "많은 선수가 이런 날이 절대 오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시즌 메츠의 몰락은 2007년의 악몽을 떠올리게 한다. 당시에도 메츠는 시즌 막판 7경기 리드를 2주 반 만에 날려버리며 마이애미전에서 탈락의 쓴맛을 봤다. 하지만 올해의 추락은 그보다 훨씬 길고 참혹했다. 6월까지만 해도 신시내티를 상대로 최대 10경기 차까지 벌렸던 격차를 3개월에 걸쳐 고스란히 내준 것이다.
스포츠 매체 디 애슬레틱의 메츠 담당 팀 브리튼 기자는 "메츠만큼 시즌 마지막 날의 가슴 아픈 탈락을 잘 아는 팀은 없다"며 "174일간(전체 186일 중) 플레이오프권에 머물렀던 팀이 이렇게 무너질 줄 누가 알았겠느냐"고 전했다. 브리튼 기자는 "공격적인 트레이드 데드라인 보강에도 불구하고 선발 로테이션이 무너지고 타선이 일관성을 잃었다"고 분석했다.
올시즌을 앞두고 15년 7억 6500만 달러(1조 710억원) 계약으로 영입한 소토의 개인 성적만큼은 화려했다. 타율 0.263에 43홈런 38도루 105타점을 기록하며 커리어 하이를 새로 썼다. 하지만 팀 전체의 부진을 스타 혼자만의 힘으로는 메울 수 없었다. 역대급 계약이 무색할 정도로 팀은 무너져 내렸다.
카를로스 멘도사 감독이 지난 몇 주간 반복해서 말했듯이, 메츠는 스스로 이 상황을 만들어냈다. 시즌 중반까지 최고였던 팀이 하위권 수준으로 추락한 것은 다른 그 누구의 탓도 아니었다.
메츠의 탈락으로 내셔널리그 와일드카드 대진이 모두 확정됐다. 6위 신시내티가 3위 LA 다저스를, 5위 샌디에이고 파드리스가 4위 시카고 컵스를 상대한다. 1위 밀워키 브루어스와 2위 필라델피아 필리스는 1라운드 부전승으로 디비전 시리즈를 기다린다.
뉴욕에는 길고 차가운 겨울이 기다리고 있다. 4760억원을 쏟아부었지만 10월 야구는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