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게이트]
타선이 바닥을 치는데도 데이브 로버츠 감독의 눈엔 김혜성이 보이지 않는 모양이다. 타격 부진에 빠진 외야수 앤디 파헤스를 대신해 월드시리즈 5차전 라인업에 이름을 올린 선수는 김혜성이 아닌 알렉스 콜이다. 김혜성이 이번 시리즈에서 그라운드를 밟을 날이 오긴 올까.
다저스는 30일 오전 9시(한국시간) 로스앤젤레스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리는 월드시리즈 5차전에 대폭 손질한 라인업을 들고 나왔다. 로버츠 감독은 경기 전날 기자들에게 "라인업 변경을 고려 중이냐"는 질문을 받고 "그렇다. 깊이 고민해 볼 것이며 내일 라인업은 조금 달라질 수 있다"고 답했다. 시리즈 전적 2승 2패. 승부처에서 내놓은 카드치곤 소극적이다.
윌 스미스가 2번 타순으로 올라갔고, 무키 베츠는 3번 타자로 내려갔다. 9번 타자 자리엔 파헤스 대신 콜이 들어갔다. 로버츠 감독은 이렇게 설명했다. "포스트시즌에선 정규시즌보다 조금 더 능동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오늘 우리에게 최고의 승리 기회를 준다고 판단한 결정이다."
다저스 타선은 와일드카드 라운드부터 지금까지 타율 0.220, 출루율 0.314, 장타율 0.369에 그친다. 경기당 평균 득점은 3.8점. 정규시즌 5.1점에 한참 못 미친다. 득점권 타율은 0.207(29타수 6안타)로 더 참담하다. 무키 베츠(19타수 3안타, 타율 0.158), 맥스 먼시(17타수 3안타, 타율 0.176), 토미 에드먼(18타수 3안타, 타율 0.167), 키케 에르난데스(16타수 3안타, 타율 0.188)가 줄줄이 얼어붙었다. 오타니 쇼헤이(15타수 6안타, 타율 0.400)의 원맨쇼로 버티는데, 그것도 한계가 있다.
파헤스는 더 심각하다. 월드시리즈 15타수 1안타, 타율 0.067. 포스트시즌 전체로 넓혀도 50타수 4안타 11삼진 무사구다. 한 시즌 포스트시즌에서 50타수 이상 기록한 선수 중 최악의 출루율(0.215)이다. 2025년 정규시즌 타율 0.272, 27홈런, 14도루를 기록하며 돌풍을 일으켰던 그 모습은 온데간데없다.
김혜성은 어떤가. 월드시리즈 4경기 내내 벤치만 지켰다. 충분히 파헤스를 대체할 수 있는 선수인데도 기회는 돌아오지 않는다. 로버츠 감독이 라인업 변경을 예고하면서 관심이 쏠렸지만, 결국 콜에게 기회가 갔다. 우타자인 콜은 끈질기게 상대 투수를 괴롭히는 스타일이다. 5차전 토론토 선발 트레이 예세비지가 좌타자(피 OPS 0.479)보다 우타자(0.769)에 약했던 점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로버츠 감독은 콜을 좌익수로 기용하고 에르난데스를 중견수 자리에 배치했다. 18회 연장 혈투 속에서도, 연장 혈투 다음날에도, 타자들의 집단 타격 부진에도 벤치만 지키는 김혜성에게 5차전 경기 중에 기회가 찾아올지는 미지수다. 이제 5차전이 끝나면 남은 기회는 6, 7차전뿐이다. 같은 우승 반지라도 직접 경기에 나서서 받는 것과 벤치만 지키다 받는 것은 느낌이 전혀 다르다. 시리즈가 끝나기 전에 로버츠 감독이 김혜성의 존재를 뒤늦게라도 떠올리기를 바랄 뿐이다.

한편 4차전 패전 투수 오타니 쇼헤이가 이번 월드시리즈에서 다시 마운드에 오를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오타니는 4차전 직후 일본 언론과 만나 "6차전이나 7차전에서 필요하다면 불펜으로 도울 준비를 하겠다"고 밝혔다. 로버츠 감독은 "아직 오타니와 그 가능성에 대해 얘기하지 않았다"면서도 "그가 던질 수 있고, 의미가 있다면 분명히 선택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메이저리그의 이른바 '오타니 룰'에 따르면 투타겸업으로 지정된 선수는 선발 투수로 나선 뒤 마운드에서 내려와도 지명타자로 남을 수 있다. 하지만 구원 투수로 들어간 경우엔 이 규정이 적용되지 않는다. 오타니가 구원으로 나서면 그가 마운드에서 내려오는 순간 다저스는 지명타자를 잃게 된다.
스포츠 매체 디 애슬레틱은 "가장 합리적인 방법은 오타니를 7차전 선발로 쓰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오타니는 2023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 결승전에서 마무리로 등판해 마이크 트라우트를 삼진으로 잡아내며 금메달을 확정지은 적이 있다. 하지만 그땐 경기 중 불펜에서 워밍업을 해야 했고, 무엇보다 2023년 가을 두 번째 팔꿈치 인대재건 수술을 받기 전이었다.
다저스는 올 시즌 복귀한 오타니의 투구 부담을 세심하게 관리해왔다. 그래서 극적인 구원 등판보다는, 3차전에 선발로 나선 타일러 글래스노를 오타니와 1+1으로 쓸 가능성이 있다. 오타니가 4일 턴으로 7차전에 선발로 나서고, 글래스노가 롱 릴리프를 맡는 식이다. 로버츠 감독은 "주말에 오타니의 컨디션을 확인할 것"이라고 했다. 월드시리즈가 7차전까지 간다면, 투수 오타니를 다시 볼 수도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