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 데포데스타(사진=MLB.com)
폴 데포데스타(사진=MLB.com)

 

[더게이트]

영화 '머니볼'의 피터 브랜드, 그 실제 인물이 최악의 팀을 살리러 야구계로 돌아온다. 만약 성공한다면 '머니볼 2'를 찍어야 할 정도로 불가능에 가까운 미션이다.

ESPN이 7일(한국시간) 최약체 콜로라도 로키스가 폴 데포데스타(52)를 야구 운영부 수장으로 영입하는 계약을 마무리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데포데스타는 지난 10년간 NFL 클리블랜드 브라운스에서 최고 전략 책임자로 일하다 야구계로 복귀한다.

데포데스타는 '머니볼' 시대 오클랜드 애슬레틱스의 핵심 인물이었다. 빌리 빈 단장의 오른팔로 데이터 분석 기반 야구를 정착시켰고, 이후 LA 다저스 단장을 지냈다. 영화 '머니볼'에서 배우 조나 힐이 연기한 캐릭터 피터 브랜드가 데포데스타를 모델로 만들어졌다. 실제 데포데스타와는 많이 다르고 본인 동의 없이 만들어진 캐릭터지만, 어쨌든 영화 덕분에 대중에게 각인된 건 사실이다.

영화 '머니볼'의 장면.
영화 '머니볼'의 장면.

"리빌딩 너무 힘들다"...후보들 줄줄이 거절

데포데스타 영입은 험난한 과정 끝에 이뤄졌다. 클리블랜드 가디언스 단장 보좌 맷 포먼과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 단장 보좌 아미엘 소다예 등 주요 후보 2명이 이 자리를 거절했다. 수년간 리빌딩 작업이 필요한 일이라는 게 이유였다.

후보들이 왜 거절했는지 이해하기 어렵지 않다. 콜로라도는 2025시즌 메이저리그 최악인 43승 119패를 기록했다. 메이저리그 단일 시즌 최다 패배 기록(120패)을 세울 뻔했다. 내셔널리그 서부지구 4년 연속 꼴찌, 3년 연속 100패 이상을 기록한 최약체다. 이런 팀을 잘못 맡았다가는 야구계에서 신세 망치기 딱 좋다.

스포츠 매체 디 애슬레틱에 따르면 구단 채용 과정에 참여한 일부 관계자들은 구단주 딕 몬포트가 야구 운영부 수장에게 상당수 직원을 유지하라고 요구한 게 후보들에게 걸림돌이었다고 말했다. 데포데스타는 이 조건을 받아들인 것으로 보이지만, 자신의 사람들도 일부 데려올 것이 확실하다. 이 때문인지 데포데스타는 약 한 달간 콜로라도와 지난한 협상 과정을 거쳤다.

야구계 최악의 팀(사진=콜로라도 로키스 SNS)
야구계 최악의 팀(사진=콜로라도 로키스 SNS)

10년 뒤처진 조직, 드래프트는 참사

콜로라도의 반등은 쉽지 않아 보인다. 메이저리그에 곧바로 올라올 만한 유망주가 부족하고, 폐쇄적인 조직 문화로 인해 데이터 분석에서도 뒤처졌다. 경쟁 구단들은 콜로라도를 10년 뒤처진 조직으로 평가하고 있다.

데포데스타가 빌리 빈의 오른팔로 오클랜드에서 거둔 성공은 데이터 분석 기반 접근법에서 나왔다. 이 방식은 메이저리그 전체에 퍼졌지만 콜로라도만은 예외였다. 전 콜로라도 투수 제프 호프만은 작년 "솔직히 콜로라도에는 분석 부서라는 게 사실상 없었다"고 폭로한 바 있다.

드래프트 실패, 선수 스카우트 실패도 심각하다. 지난 10년간 1라운드 지명 16명 중 플러스 WAR을 기록한 선수는 브렌단 로저스 단 한 명뿐이다. 2022년 FA로 영입한 전 MVP 크리스 브라이언트는 7년 1억8200만 달러(약 2548억원) 계약을 맺었지만 대부분 부상으로 대체 선수 이하 성적만 냈다.

설상가상으로 내셔널리그 서부지구는 최대 격전지다. 다저스가 지난 6년간 3차례 월드시리즈 우승을 차지했고,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는 여전히 강력한 경쟁력을 갖췄다.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도 올 겨울 FA 시장에서 활발히 움직일 것으로 예상된다. 가장 폐쇄적이고 낙후된 조직을 이끄는 데포데스타가 이 전쟁터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영화 '머니볼'의 한 장면. 과거 앞서가는 몇몇 팀만이 채용했던 데이터 분석가는 이제 모든 메이저리그 구단의 필수 요소로 자리잡았다.
영화 '머니볼'의 한 장면. 과거 앞서가는 몇몇 팀만이 채용했던 데이터 분석가는 이제 모든 메이저리그 구단의 필수 요소로 자리잡았다.

다저스 단장 20개월 만에 해고...야구계 떠났다 복귀

이전까지 데포데스타가 야구계에서 맡았던 가장 높은 자리는 LA 다저스 단장이었다. 2004년 2월 부임했지만 20개월 만에 해고됐다. 그 전에는 클리블랜드 인디언스와 오클랜드 애슬레틱스에서 일했다. 이후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특별 보좌관, 뉴욕 메츠 선수 육성 및 스카우트 부사장을 거쳐 2016년 초 야구계를 떠나 NFL로 갔다.

브라운스는 데포데스타 재임 기간 초반 몇 가지 성공을 거뒀다는 평가를 받는다. 2016~2018년 드래프트에서 33명을 선발하는 장기 로스터 재정비 전략을 구축했다. 하지만 2022년 3월 디숀 왓슨 트레이드라는 치명적 실수를 저질렀다. 데포데스타는 2016년 이후 브라운스에서 56승 99패 1무를 기록했다. 

과거에는 선수를 트레이드하면 모자 사이즈, 유니폼 핏을 일일이 확인해야 했다. 사진은 영화 '머니볼'의 한 장면.
과거에는 선수를 트레이드하면 모자 사이즈, 유니폼 핏을 일일이 확인해야 했다. 사진은 영화 '머니볼'의 한 장면.

첫 과제는 감독 선임...메이저리그 유일 공석

프런트 수장 데포데스타의 첫 과제는 감독을 찾는 일이다. 올겨울 8명의 신임 감독이 임명됐다. 자이언츠가 테네시 대학 감독 토니 비텔로를 영입했고, 샌디에이고는 7일 크레이그 스탬멘을 감독으로 선임했다. 둘 다 놀라운 선택이란 평가를 받는다.

콜로라도는 5월 버드 블랙 감독을 해고한 뒤 임시 감독 워런 셰퍼를 아직 교체하지 못했다. 메이저리그에서 유일하게 감독이 없는 팀이다. 프런트 수장을 찾기가 쉽지 않았던 것처럼, 감독 찾기도 결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제대로 된 커리어가 있고 판단력이 있는 감독이라면 이런 팀의 지휘봉을 잡으려고 할 리가 없다. 초보 감독이나 실패자 출신 중에서 감독을 찾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

데포데스타가 작년 43승밖에 못한 이 최악의 팀을 살려낸다면, 그때는 정말 영화 '머니볼 2'를 찍어야 할지도 모른다. 다만 그 사이 야구계도 많이 변했고, 10년의 공백이 있는 데포데스타의 방식이 여전히 통할지는 지켜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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