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게이트=고척]
"포털사이트에 들어가면 안 볼 수가 없어요."
포스팅을 통한 메이저리그(MLB) 도전을 앞둔 송성문이 자신을 향한 미국 현지 매체들의 평가에 대해 쿨하게 반응했다. 9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체코와의 K-베이스볼 시리즈 2차전을 앞두고 취재진과 만난 송성문은 "네이버에 들어가서 스포츠 기사를 보고 야구 소식을 보는데 (나에 대한 평가를) 안 볼 수가 없더라"며 웃었다.
최근 미국 통계전문매체 팬그래프와 스포츠매체 디 애슬레틱 등에선 송성문에 대한 평가, 분석 기사가 잇달아 나왔다. 디 애슬레틱은 "늦깎이로 꽃핀 KBO 내야수"라며 "지난 2시즌 타격 생산성이 크게 향상됐다"고 평가하면서도 "스카우트들은 송성문을 매일 출전하는 주전 선수보다는 유틸리티 타입으로 본다"고 전했다.
팬그래프는 수비와 주루에 대해서는 "3루 수비에서 강한 어깨를 활용해 뛰어난 송구를 보여주고, 움직임이 우아하고 유연하다"며 "평균 이상의 주력을 지닌 송성문은 최근 2년간 장타력과 함께 도루 능력도 폭발했다"고 높이 샀다. 다만 타격에 대해서는 "헛스윙 비율이 30% 안팎까지 치솟았다. 평균 패스트볼 구속이 146km/h 정도인 KBO리그 환경에서조차 그랬다"며 "타율 0.330을 기록하는 것보다는 0.230이 훨씬 가능성 있어 보인다"고 냉정하게 평가했다.
팬그래프는 내부에서도 의견이 갈렸다고 밝혔다. "평가자 중 한 명은 송성문을 3루수 자리에서 준주전급으로 보는 반면, 다른 한 명은 그의 스윙이 바깥쪽 공에 통하지 않을 것을 우려한다"는 것이다.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2년 연속 리그 최고 타자로 활약한 송성문으로서는 다소 섭섭할 수도 있는 평가였다.
하지만 이런 평가를 접한 송성문의 반응은 의연했다. "예상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다"고 답한 송성문은 "내가 미국에 주전 선수로 가겠다는 게 아니다. 당연히 미국에 가면 최고의 선수들과 경쟁에 도전해야 하는 입장이고, 확실히 로스터에 들어갈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도 전혀 안 한다"고 힘줘 말했다.
이어 송성문은 평가보다 중요한 건 준비라고 강조했다. 그는 "평가는 누구나 할 수는 있다. 내가 가서 어떻게 하느냐, 어떻게 준비하느냐에 달린 것"이라며 다짐하듯 말했다.

"유격수도 할 수 있다…시키면 뭐든 열심히"
'유틸리티'라는 미국 매체의 평가에는 송성문의 다양한 포지션 소화 능력이 반영돼 있다. 송성문은 2015년 데뷔 이후 3루수부터 1루수, 2루수까지 내야 여러 포지션을 오가며 전천후로 활약한 쓰임새 많은 선수다. 다만 아직 프로 무대에서 유격수는 한번도 한 적이 없다.
현재 메이저리그 FA 시장은 유격수가 품귀 현상이다. 유격수 최대어 보 비솃은 불안한 수비력이 약점으로 꼽힌다. 덕분에 한국인 메이저리거이자 송성문의 1년 선배 김하성이 높은 가치를 인정받는 상황이다. 만약 송성문도 유격수 수비가 가능하다면 더 높은 가치를 평가받을지도 모른다.
유격수도 할 수 있다고 어필할 생각은 없느냐는 질문에 송성문은 씩 웃으며 "상상 속에서는 뭐든 할 수 있다. 팀에서도 장난삼아 유격수 해볼 생각 없냐고도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유격수도 자신 있습니다'라는 식의 과장 광고는 끝까지 고사했다. "자신이 없는 데 있다고 말씀을 드릴 수는 없잖아요." 솔직한 답변이었다.
대신 팀에서 요구한다면 최선을 다해 해보겠다는 의욕은 보였다. "나는 항상 팀에서 어느 포지션을 준비하라고 하면 항상 그 자리에서 평균 이상을 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그렇기에 이렇게 좋은 날도 온 것 같다." 송성문의 목소리에 자신감이 묻어났다. "유격수를 해보라고 하면 열심히 해봐야 한다. 중학교 때 이후로는 안 해봤지만, 시키면 뭐든 열심히 하는 스타일이다."

"주전 금액 아니어도 괜찮아…기회가 중요"
그렇다면 송성문이 생각하는 미국 진출의 '조건'은 어느 정도일까. 송성문은 "제 입장에서는 그게 제일 현실적으로 중요한 포인트"라고 인정했다. 송성문은 "포스팅이라는 게 선수가 가겠다면 얼마든지 갈 수 있는 FA와 다르다. 에이전시와도 얘기하겠지만 구단에서도 허락을 해야 하고, 다년 계약도 했기 때문에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키움은 지난 8월 송성문과 6년 120억원 규모의 비FA 다년 계약을 체결했다. 포스팅을 통해 MLB에 가려면 구단과 어느 정도 교감이 필요하다. 송성문도 "미국에 가서 기회를 받을 수 있을 만한 조건이어야 구단에서도 허락을 해줄 것이다. 저 역시도 그래야 도전을 선택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엄청난 대형 계약을 원하는 건 아니다. 송성문은 "주전 선수의 금액은 아닐지라도, 기회를 받을 수 있는 정도의 조건이면 도전해 보고 싶다"고 강조했다. 이어 "정확한 금액 기준을 구체적으로 논의해 보진 않았지만, 구단에서도 '미국에 가서 메이저 로스터에 들어갈 정도의 조건이어야 보내줄 수 있을 것 같다'고 말씀하셨다"고 전했다. 헐값에는 보내지 않겠다는 원칙이 분명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