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마모토와 오타니(사진=LA 다저스)
야마모토와 오타니(사진=LA 다저스)

 

[더게이트]

LA 다저스 일본인 트리오의 WBC 출전 가능성이 다시 열렸다.

다저스의 데이브 로버츠 감독은 19일(한국시간) 일본 도쿄에서 열린 키노시타 그룹 광고 촬영 제작발표회에서 일본 선수들의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출전과 관련해 "선수들이 각자 결단을 내릴 문제"라며 "시즌이 길었다. 선수들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오타니 쇼헤이, 야마모토 요시노부, 사사키 로키의 WBC 출전을 사실상 선수 결정에 맡기겠다는 뜻이다.

불과 5일 전만 해도 분위기는 달랐다. 로버츠 감독은 14일 일본 OTT 플랫폼 아베마와의 인터뷰에서 "WBC는 정말 중요한 대회다. 우리 팀 일본 선수들이 출전한다면 적극 지원할 것"이라면서도 "개인적으로는 출전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다저스는 올해 토론토 블루제이스와 월드시리즈 7차전까지 가는 혈투 끝에 우승을 차지했다. 야마모토는 선발과 불펜을 오가며 혼자 3승을 거두는 투혼을 보였고, 오타니는 월드시리즈 3차전에서 타자로 연장 18회를 뛰고 4차전에서 선발등판하는 강행군을 펼쳤다. 사사키도 원래 보직이 아닌 불펜에서 팀에 기여했다.

로버츠 감독이 우려한 건 바로 이런 과부하가 다음 시즌에 미칠 영향이었다. 실제로 19일에도 "특히 투수는 몸과 어깨에 많은 부담이 간다. 휴식이 내년 시즌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걱정을 표했다. 다만 "WBC가 개별 선수들과 일본이라는 국가에 얼마나 중요한지 이해한다"며 한 발 물러섰다.

오타니와 트라웃의 WBC 대결(사진=MLB.com)
오타니와 트라웃의 WBC 대결(사진=MLB.com)

일본 전역 술렁...이바타 감독은 한국 기자 질문에 당황

애초 일본 야구계는 로버츠 감독이 일본 선수들의 WBC 출전에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을 때만 해도 심난한 분위기였다. 오타니, 야마모토, 사사키는 일본 대표팀의 핵심 전력이다. 이들 없이는 대회 2연패가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14일 도쿄돔에서 열린 K-베이스볼 시리즈 기자회견에선 평소 냉정하고 침착한 이바타 히로카즈 일본 감독이 한국 기자의 질문에 당황하는 장면도 연출됐다.이바타 감독은 다저스 선수들의 WBC 출전을 묻는 한국 기자의 질문에 난처한 표정으로 "한국 쪽에는 솔직히 말할 수 있는데, 일본이 술렁일 거라 말씀 못 드린다. 죄송하다"고 답했다.

이바타 감독이 노련하게 답을 피해갔음에도 파장은 적지 않았다. 기자회견 이후 일본 현지 매체와 포털이 이바타 감독의 발언으로 뒤덮였다. 다음날에는 '오타니라면 WBC에 반드시 출전할 것'이라고 주장한 한국 매체 기자가 번역돼 일본 언론에 보도되기도 했다. 그만큼 일본에서 관심이 큰 사안이었다. 같은 C조에 속한 한국 입장에서도 이들의 출전 여부는 중요한 변수다.

사사키 로키(사진=LA 다저스 공식 SNS)
사사키 로키(사진=LA 다저스 공식 SNS)

"계약서에 WBC 제한 조항 없어"

미국 스포츠 전문 매체 알톤 스포츠는 19일 "오타니가 다저스와 체결한 계약에는 WBC 출전을 제한할 조항이 없다"며 "부상 관련 이슈가 있을 때만 선수의 참가를 막을 수 있다"고 보도했다. 결국 최종 결정권은 선수들에게 있고, 로버츠 감독의 입장 변화도 이런 현실을 인정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편 로버츠 감독은 이날 인터뷰에서 오타니에 대해 "MVP 수상 후 문자를 보냈다. 축하한다, 자랑스럽다, 내년에도 MVP를 따고 우승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며 "오타니에게 한계를 두고 싶지 않다"고 평가했다.

월드시리즈 MVP 야마모토에 대해선 "올해 큰 발전을 이뤘다. 시즌 초반부터 월드시리즈까지 성장이 엄청났다"고 말했다. 사사키에 대해선 "많은 역경을 극복했다. 선발 투수이고 계획은 다시 선발로 돌려놓는 것"이라며 "아마 일주일에 한 번 던지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오타니는 2023 WBC 당시엔 출전 의사를 여러 차례 밝혔으나 이번 대회에 대해선 아직 입장을 내지 않고 있다. 야마모토와 사사키도 WBC 관련 확실한 입장을 내진 않은 상태다. 일본계 2세 로버츠 감독의 입장 변화가 세 선수의 결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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