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팬들은 구단 운영에 대한 불만과 관련해 2주 넘게 트럭 시위를 이어오고 있다(사진=한화, 주성성 씨 제공)
한화 팬들은 구단 운영에 대한 불만과 관련해 2주 넘게 트럭 시위를 이어오고 있다(사진=한화, 주성성 씨 제공)

[스포츠춘추]

올겨울 KBO리그 이슈 가운데 하나는 팬들의 ‘트럭 시위’다. 저마다의 외치고 싶은 말이 가득한 팬들은 코로나19 시국 트럭 시위 문구로 자신들의 의견을 표출한다. 한화 이글스 팬들도 마찬가지였다. 

한화는 올겨울 스토브리그에서 가장 주목받는 팀이 되는 듯했다. 시즌 중간부터 외부 FA(자유계약선수) 시장 참전 의지가 보였기에 한화 팬들의 기대치도 그만큼 컸다. 하지만, 한화는 FA 시장 초반 내부 FA 포수 최재훈을 잡은 뒤 일찌감치 외부 FA 철수를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카를로스 수베로 감독 체제 아래 나아가는 리빌딩 방향성을 고려해 내린 판단이었다. 

하지만, 일각에선 이런 구단의 결정에 분노의 감정을 드러냈다. 아무리 리빌딩 과정이라고 해도 외부 FA 전력 보강 의지를 보여줘야 장기적인 시선에서 팀 성적 상승도 가능하단 게 이들의 시선이다. 

그래서 한화 팬들은 트럭에 절박한 외침을 실었다. 트럭 시위에 나선 이들은 “단순히 비싼 FA를 사달라는 뜻이 아니다. 우리의 절박한 외침에 구단이 제대로 입을 열고 소통해달라는 뜻”이라고 목소릴 높였다. 스포츠춘추가 트럭 시위에 참여한 한화 팬 주성성 씨의 얘길 들어봤다.

- "'우리 팀은 항상 1등을 위해 도전할 거다'라는 수베로 감독 말에 감동, 하지만, 구단은 투자 없이 손 놓고 있다" -

한화생명 본사 빌딩 앞에서도 한화 팬들의 트럭 시위가 이어졌다(사진=주성성 씨 제공)
한화생명 본사 빌딩 앞에서도 한화 팬들의 트럭 시위가 이어졌다(사진=주성성 씨 제공)

언제부터 한화 이글스를 응원하기 시작했습니까. 

2008년 베이징 올림픽 때부터 야구를 보기 시작했습니다. 마침 집이 대전이고, 류현진 선수도 응원하게 돼 한화 이글스를 그때부터 응원하게 됐어요. 그때만 해도 류현진 선수에 이범호 선수, 김태균 선수까지 있어서 전력이 나쁘지 않았어요. 지금 정민철 단장님과 ‘레전드’ 구대성 감독님도 현역으로 계셨기에 보는 맛이 있었죠. 

그런데 어느 순간 한화는 만년 하위권의 대명사가 됐습니다. 

바깥에선 재미로 한화 팬들을 ‘보살 팬’이라고 말합니다. 처음엔 재미있게 받아들이다가 점점 팀이나 팬들이나 진짜 무기력증에 빠지게 되더라고요. 꼴찌나 하위권 성적이 당연하게 느껴지고요. 물론 10년 넘게 팀도 계속 무언가를 해보려는 변화를 줬죠. 그런데 어떤 기조 없이 이렇게 해봤다가 저렇게 해봤다가 하는 걸 보니까 임시처방에 구색 맞추기라는 생각이 드는 거죠. 

2018년 팀 암흑기를 깨는 듯했던 가을야구 진출의 순간은 어땠습니까. 

물론 오랜만에 가을야구에 갔기에 당시 분위기는 정말 뜨거웠습니다. 그런데 결국 반짝이었잖아요. 다시 우리가 알던 그 한화 이글스로 돌아왔습니다. 그 시점에서 구단이 확실한 투자를 했다면 그때 기운을 이어갈 여지가 있었을 것으로 생각해요. 그런데 큰 방향성 없이 손도 놓으니까 전력만 유출된 거죠. 

정민철 단장과 카를로스 수베로 감독 체제에선 ‘리빌딩’이라는 확실한 방향성을 제시했기도 합니다. 어떤 점이 아쉽게 느껴집니까. 

수베로 감독님이 오셨을 때 ‘리빌딩을 한다고 성적을 포기하는 게 아니다. 우리 팀은 항상 1등을 위해 도전할 거다’라는 말에 감동을 받았습니다. 수베로 감독님도 즉시전력 외야수 영입을 원했던 것으로 아는데 구단이 그만큼 지원을 안 해준 거잖아요. 그냥 감독 선임만 해놓고 팀 전력 강화엔 손을 놓고 있는 겁니다. 

- "'고액 FA 사달라' 요구 목적 트럭 시위 아니야, 구단이 진정한 소통과 함께 입을 열어달라는 뜻" -

한화 팬들은 더는 보살 팬이라는 소리를 듣지 않길 원한다. 투자 있는 리빌딩을 마친 강팀 한화를 보고 싶은 게 한화 팬들의 바람이다(사진=주성성 씨 제공) 
한화 팬들은 더는 보살 팬이라는 소리를 듣지 않길 원한다. 투자 있는 리빌딩을 마친 강팀 한화를 보고 싶은 게 한화 팬들의 바람이다(사진=주성성 씨 제공) 

2주 전 트럭 시위를 결심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이번 FA 시장에서 구단이 우리 한화 팬들의 의견에 진정성을 느끼고 있는지 의문이 들었습니다. 구단이 정작 팬들의 목소리를 외면하고 있단 느낌을 받았고요. 정민철 단장님도 시즌 중간에 분명히 외부 FA 영입 의지를 보여주셨는데 이런 식으로 철수 선언을 하셨으니까 화가 날 수밖에 없는 겁니다. 

직접 정민철 단장의 해명이나 설명을 듣길 원하는 겁니까. 

최근 롯데 성민규 단장님도 직접 매체에 출연해서 팬들이 제기한 문제에 대해 다 해명하셨잖아요. ‘아 저렇게 나와서 팬들과 소통하는 게 가능하구나’라고 느꼈습니다. 단장님께서 저렇게 팬들과 직접 소통을 하려는 노력만 보여도 여기까진 안 왔을 겁니다. 궁극적으로는 청문회를 열어주길 원하고 있고요.

청문회요?

그래서 오늘(12월 31일)까지 한 트럭 시위도 구단의 청문회 개최를 조건을 걸어서 이어온 겁니다. 그런데 구단 측에선 어떠한 반응도 대답도 나오지 않았어요. 이제 2022년 새해부터는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고민이 드는 것도 사실입니다. 구단이 소통의 장만이라도 열어주길 바란 건데…

일각에선 고액 FA 선수를 사달라고 하기 위한 목적의 트럭 시위냐는 지적도 나옵니다. 

그런 점이 억울해서 트럭 시위를 더 오랫동안 진행한 것도 있습니다. ‘고액 FA 선수를 안 데려와서 트럭 시위를 하냐. 돈 쓰라고 조르는 거 아니냐’라는 얘기들이 굉장히 상처로 다가왔고요. 오랜 기간 팀 전력이 약화된 상태에서 적절한 선수 보강이 없으니까 그것에 대한 구단의 진정성 있는 답변을 듣고 싶은 겁니다. 팬들이 해마다 매일 질 것 같은 경기를 보러 야구장에 돈을 내고 가는 게 아니잖아요. 모그룹도 더 관심을 가져줬으면 하죠. 

모그룹과 관련해 여의도 한화생명 빌딩 앞에서 트럭 시위도 진행했는데요. 

SSG 랜더스 구단을 보면 정용진 구단주님께서 직접 팀에 큰 관심을 보여주시고, 투자도 아끼지 않으시잖아요. 팬들은 그런 모그룹의 관심 자체에도 행복해 합니다. 우리 한화 구단도 유튜브나 상품에만 신경 쓰지 말고 정작 중요한 팀 성적과 투자에 더 관심을 보여줬으면 합니다. 

현재 구단에 가장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무엇입니까. 

제발 한화 구단과 정민철 단장에게 입이 있다면 입을 열어달라는 얘길 해드리고 싶고요. 더 과격하게 말하자면 우리 팬들에게 그렇게 입도 안 열려면 그냥 구단을 팔아달라는 말까지 하고 싶습니다. 절박한 우리 한화 팬들의 목소리를 듣고 제발 진정한 소통을 해주시길 바랍니다.

저작권자 © 스포츠춘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 후원하기 후원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