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산조각나는 나무배트(이미지=Bing AI)
산산조각나는 나무배트(이미지=Bing AI)

 

[스포츠춘추]

“비목재 배트가 곧 알루미늄 배트인 줄 잘못 알고 있었는데, 명확하게 이해하는 계기가 됐다.”

비목재 배트에 대한 편견을 해소하고 학생야구의 발전적 방향을 모색하는 토론의 자리가 만들어졌다.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KBSA)는 2월 28일 개최한 ‘18세 이하부(고등) 대회 사용 배트 관련 공청회’에서 공식 선정 인원의 발표와 참석자들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는 시간을 가졌다. 

서울대학교 체육교육과 박재범 교수의 주재로 진행된 동 공청회엔 현역 심판인 이금강 칼럼니스트(광역세인트루이스심판협회와 미주리주체육협회)를 비롯해 마해영 전 야구선수, 장강훈 스포츠서울 부장, 최민규 한국야구학회 이사가 발표자로 나섰다. 

이날 발표에선 비목재 배트에 대한 정확한 규정부터 프로와 아마추어 야구 지도자, 공인 배트 업체 관계자 등 현장의 목소리를 전달하는 순서가 이어졌다. 또 배트 인증 제도의 철저한 운영 및 관리의 중요성, 경기 데이터를 통한 해석의 다양성 및 시사점, 스포츠 산업적 측면과 대학 입시 제도를 비롯한 종합적인 상황에 대한 신중한 검토 필요성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비목재 배트엔 알로이 배트만 있는 것이 아니다(이미지=Bing AI)
비목재 배트엔 알로이 배트만 있는 것이 아니다(이미지=Bing AI)

참석자들 사이에선 일반 대중에 알로이(알루미늄) 배트로 잘못 알려진 비목재 배트에 대한 설명이 특히 유익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국 아마야구는 2003년까지 알로이 배트를 사용하다 2004년부터 나무 배트를 전면적으로 도입해 사용하고 있다.

이후 한국야구가 국제대회에서 부진한 성적을 거두거나, ‘경기력 저하’ 문제가 대두할 때마다 야구계에선 전가의 보도처럼 “알로이 배트로 돌아가자”는 주장이 제기되곤 했다. 고교 선수들이 나무 배트를 사용하면서 한국 야구가 질적으로 저하됐다는 게 이들 ‘알로이파’의 주장이다. 반발력 좋은 배트를 도입해서 타자들이 자신 있게 자기 스윙을 하도록 유도하자는 게 주장의 요지다.

그때마다 야구계에선 나무배트/알로이 배트 이분법에 근거한 논쟁이 반복됐다. 최근 기술의 발전으로 다양한 비목재 배트가 등장했지만 여전히 나무 배트 아니면 알로이 배트라는 인식이 뿌리 깊다. ‘비목재 배트 사용을 검토해야 한다’는 제안엔 “다시 알로이로 돌아가자는 얘기냐”고 반박하는 식이다.

이날 공청회에선 알로이 외에도 컴포짓, 하이브리드 등 비목재 배트의 여러 카테고리를 소개했다. 컴포짓 배트는 기존 알로이 배트의 손잡이, 배럴, 코어 부분에 탄소 화합물인 카본 소재를 사용한 배트를 가리킨다. 일반 알로이 배트보다 월등히 뛰어난 반발력이 특징이다.

최근 미국 고교, 대학야구에서 사용하는 하이브리드(혼합 목재) 배트도 있다. 흔히 말하는 ‘나무 배트’가 단일 목재 배트라면, 하이브리드는 목재 조각을 결합하거나 탄소 합성 소재를 삽입해 내구성을 강화한 것이 특징이다. 또 겉면만 나무로 만들고 속에는 플라스틱과 합성수지를 넣은 하이브리드 배트도 있다. 외형상으로는 나무배트처럼 보이지만, 엄연히 비목재 배트다. 

이런 하이브리드 배트는 일반 나무배트보다 뛰어난 내구성을 자랑한다. 배트 하나의 가격은 단일 목재 배트보다 비싸지만, 오래도록 사용할 수 있기에 학생 선수들의 금전적 부담을 줄일 수 있다. 

단일 목재 배트보다 스윙하기 편하고, 스윗 스팟의 범위가 넓은 것도 특징이다. 나무배트 수준으로 반발계수를 떨어뜨려 알로이 배트처럼 강한 타구가 나오진 않지만, 대신 정타가 나올 확률이 높아진다는 장점이 있다. 또 같은 제품도 성능이 천차만별인 나무배트와 달리, 인위적으로 품질을 관리할 수 있어 성능이 균일한 것도 장점이다.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가 개최한 비목재 배트 관련 공청회(사진=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가 개최한 비목재 배트 관련 공청회(사진=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가 개최한 비목재 배트 관련 공청회(사진=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가 개최한 비목재 배트 관련 공청회(사진=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

 

이날 공청회에선 KBSA가 진행한 설문 조사 결과와 2004년 목재 배트 전환 시기를 기점으로 학생선수의 경기 데이터(타율, 안타 수, 홈런 수, 장타율, 평균자책, 탈삼진, 경기당 평균 투구 수 등) 변화 추이를 비롯해 비목재 배트 시험 방법 및 기준 등의 참고 자료도 공유했다. 

KBSA에 따르면 이날 공청회 참석자들은 ‘비목재 배트에 대해 명확하게 이해하게 된 계기가 됐다’, ‘협회 제도와 관련해 이런 행사나 기회들이 자주 있었으면 좋겠다’, ‘학생야구 발전에 많은 관심을 갖고 고민하시는 분들이 공청회에 참석했다는 느낌을 받았다’, ‘같은 경기 데이터를 가지고도 다른 해석이 가능하다는 부분에 있어서 흥미로웠다’ 등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또한 ‘전문가 집단을 구성해 검증되어야 할 부분들이 있는 것 같다’, ‘신중한 접근과 명확한 절차를 통해 충분한 유예기간을 두고 진행되었으면 좋겠다’는 등의 반응도 있었다. 이날 참석한 한 야구 지도자는 “오랫동안 나무 배트를 사용해왔는데 바꿔야 할 필요를 느끼지 못한다”는 소감을 남겼다.

실제 공청회 종료 후 참석자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선호도 조사(무기명 투표 방식)에서는 비목재 배트(30.9%), 목재 배트(67.9%), 중립(1.2%)으로 여전히 목재 배트에 대한 선호가 높게 나타났다. 다만 이제 비목재 배트 논의의 첫발을 뗀 만큼, 앞으로 많은 토론과 숙의를 거치면 여론이 달라질 가능성은 있다.

KBSA도 “18세 이하부 대회 사용 배트라는 주제로 개최된 이번 공청회는 궁극적으로 학생야구 발전을 위한 공식적인 논의의 장이었다”면서 “다양한 현안에 대해 지도자, 선수, 학부모를 포함한 여러 분야의 관계자들의 의견을 지속적으로 수렴하고 심도 있게 고민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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