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는 2024년 ABS(자동 투구판정 시스템) 도입을 앞뒀다(사진=Bing AI)
KBO는 2024년 ABS(자동 투구판정 시스템) 도입을 앞뒀다(사진=Bing AI)

[스포츠춘추]

KBO리그는 올 시즌부터 ABS(자동 투구판정 시스템)를 도입한다. 아직 미국, 일본 등 국외리그에선 도입 전인 ‘로봇심판’의 등장이다.

KBO(한국야구위원회) 심판 역시 그 어느 때보다 숨 가쁜 겨울을 보내고 있다. 심판위원회는 2023년 12월 초를 기점으로 동계 훈련을 진행 중이다. 완벽한 제도 숙지 및 적용을 위해서다. 그런 훈련 모습은 언론에도 몇 차례 공개됐고, 다가오는 ‘새 시대’를 향한 기대를 부풀게 했다.

다만 일각에선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다. ABS가 도입되면, 커브를 던지는 투수가 더 유리해질 것이란 전망이 대표적이다. 실제로 심판진 훈련 도중 낙차 큰 커브가 애매한 코스로 들어온 뒤 바운드성으로 떨어졌는데, 로봇심판을 통해 스트라이크로 판정받는 장면이 이목을 끌기도 했다.


로봇심판 등장에 ‘커브’ 향해 이목 쏠렸다 “유리한 부분 있을 것”

스프링캠프에서 삼성 좌완 이승현과 대화 중인 정민태 투수코치(사진=삼성)
스프링캠프에서 삼성 좌완 이승현과 대화 중인 정민태 투수코치(사진=삼성)

이른바, ‘대(大)커브의 시대‘가 오는 것일까. 스프링캠프 출국을 앞둔 현장에서도 조심스러운 시선과 함께 커브를 주목했다.

“전반적으로 커브 구종 활용이 늘지 않을까요? ABS 제도에선 각이 큰 변화구를 잘 던지는 선수가 유리할 것 같아요. 이번 오키나와 캠프에서도 그런 부분을 신경 쓰려고 합니다.”

올 시즌을 앞두고 삼성 라이온즈에 새롭게 합류한 정민태 1군 투수코치의 전망이다. 정 코치는 현역 시절 강속구와 낙차 큰 커브를 무기로 리그 최고의 에이스로 활약했다. 

지난해까지 해설위원으로 고교야구 중계 경험이 있는 정 코치에게 로봇심판은 낯설지 않은 존재다. KBSA(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는 지난해 4월 신세계 이마트배 전국고교야구대회를 기점으로 로봇심판을 도입한 바 있다.

정 코치는 “올 시즌 KBO리그와 다를 수 있겠지만, 지난해(2023년) 고교야구에선 떨어지는 변화구가 확실히 돋보이더라. 커브 같은 구종은 존 경계선 위아래를 걸쳐 들어오면서 스트라이크 판정을 받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디펜딩 챔피언 LG 트윈스의 우완 임찬규는 1월 30일 애리조나 스프링캠프 출국 전 취재진을 만나 “(ABS는) 일단 겪어봐야 제대로 알 수 있을 것 같다”면서 “커브 구종 관련해서도 직접 경험한 뒤 판단하려고 한다”고 했다.

참고로 임찬규는 KBO리그를 대표하는 커브볼러다. 야구통계사이트 ‘스탯티즈’에 따르면, 2023년 정규시즌 때 커브 구종 구사율이 23.5%에 달했다. 이는 규정이닝(144) 진입 투수 17명 가운데 3번째로 높고, 국내 투수 중엔 으뜸이다.

“과거 퓨처스리그(2군)에서 로봇 심판이 시범도입됐을 때 등판한 적이 있습니다. 커브 같은 경우엔 볼이라고 생각한 게 스트라이크 판정을 받기도 하더라고요. 시즌 들어가기 전에 체크를 다 해봐야 할 듯싶습니다. 공 궤적을 최대한 크게 가져간다든지, 느린 커브를 던지는 등 개인적으로 테스트를 해보려고 해요.” 임찬규가 밝힌 올봄 ABS 대응 계획이다.

한편 선수들 사이에선 “ABS 관련해선 구종을 떠나 판정에 납득할 수 있는 근거가 구체적으로 마련돼야 이해하기 쉬울 것 같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이에 KBO는 2월 6일 “2024년 시즌 주요 규정, 규칙 변경사항을 담은 안내자료를 10개 구단에 배포했다”고 발표했다. 그중 공개된 자료를 보면, KBO가 그간 ABS 도입을 두고 고민해 온 흔적이 역력했다. 특히 커브 구종에 대한 우려를 파악해 그에 따른 보완을 명확히 한 게 돋보였다.


ABS 최종안, 지난 4년 시행착오 및 많은 고민 고스란히 담겼다

2023년 12월 이천 두산 베어스파크에서 진행된 KBO 심판위원회 1차 동계훈련(사진=KBO)
2023년 12월 이천 두산 베어스파크에서 진행된 KBO 심판위원회 1차 동계훈련(사진=KBO)

“1, 2차 훈련 동안 커브 구종 관련해서 말이 많았죠. 그런 고민도 충분히 담긴 결과입니다.”

6일 스포츠춘추와 연락이 닿은 오석환 신임 심판위원장의 말이다.

KBO는 지난 1월 24일 2024년 제1차 실행위원회를 열어 ABS 및 피치 클락(시범 운영)에 대한 세부 운영 규정을 확정 및 발표한 바 있다.

단기간 쌓인 데이터만으로 결정된 사안은 아니다. KBO는 지난 4년간 퓨처스리그에서 ABS를 시범운영하며 선수단, 심판의 의견을 반영해 보완점을 개선해 왔다. 또 감독자회의와 실행위원회(단장회의), 운영팀장회의 등은 물론이고, 거기에 전문가 자문회의, ABS를 앞서 경험한 선수단 대상 설문조사, 메이저리그(MLB) 사무국과 데이터 공유 및 논의 등을 더해 최종안을 마련한 것.

먼저 상하 기준에선 홈 플레이트 중간 면과 끝면 두 곳에서 상하 높이 기준을 모두 충족해야 스트라이크로 판정한다. 상·하단 높이는 선수별 신장의 비율을 기준으로 적용된다. 상단 기준은 선수 신장의 56.35%, 하단 기준은 선수 신장의 27.64% 위치가 기준이다. 해당 비율은 기존 심판 스트라이크 존의 평균 상·하단 비율을 기준으로 했다.

‘앞뒤’로 표현된 홈 플레이트 중간 및 맨 끝은 면적 기준이 다르다. 중간 면에선 타자의 신장 기준 비율을 그대로 적용하지만, 끝 면은 중간면 기준보다 1.5cm 낮췄다. 무엇보다, 총 2번의 판정을 거쳐야 한다. 이 때문에 커브의 위력은 당초 예상보다 반감될 것이란 의견이 나오고 있다. 또 확실한 판정 근거를 마련해 모호함을 줄였다.

ABS 스트라이크존(사진=KBO)
ABS 스트라이크존(사진=KBO)
ABS 스트라이크존(사진=KBO)
ABS 스트라이크존(사진=KBO)

함께 발표된 좌우 기준은 비교적 느슨하다. 홈 플레이트 중간면 기준에서 좌우 2cm씩 확대 적용한다. 좌우 존은 공 어느 일부분이 스치기만 해도 스트라이크로 판정된다. 이를 두고 오 위원장은 “마찬가지로 현장의 목소리를 고려한 것”이라면서 “로봇 심판 도입으로 스트라이크존이 예년보다 좁아질 수 있다. 볼넷 증가 가능성을 감안해 좌우를 확대했다”고 설명했다.

같은 날 오후 윤희상 KBSN 스포츠 야구 해설위원은 본지와 통화에서 “ABS가 리그에 어떤 변화를 불러올지 섣불리 예단하긴 어려울 것 같다”면서도 “그래도 새 변화를 앞둔 KBO가 대비를 잘 하고 있다”고 했다.

경기장에서 뛰는 선수들은 그 누구보다 규정 변화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판정 하나하나에 희비가 엇갈리는 스트라이크존의 경우엔 더욱 그렇다. 17년 동안 프로 무대에 선 윤 위원도 이를 언급하며 “아무래도 투수들이 걱정이 많았을 것이다. 그런데 이번 좌우 스트라이크존 확대도 그렇고, KBO가 선수들의 목소리를 어느 정도 반영하려는 건 긍정적인 면이 분명히 있다”고 덧붙였다.

어느덧 개막이 45여 일 앞으로 다가왔다. ‘대격변’에 임하는 KBO는 새 시즌 맞이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심판진도 예외는 아니다. 오석환 심판위원장이 다음과 같이 힘줘 말한 까닭이다.

“개막 전까지 빈틈없이 완벽해야죠. 심판들은 마산으로 이동해 조만간 ABS 관련 3차 훈련을 진행할 계획입니다. 또 오는 21일부턴 10개 구단 캠프지로 찾아가 규정 관련 설명회를 열 거에요. 선수들이 충분히 적응할 수 있도록 심판진 또한 철저히 준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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