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춘추=고척]
약 2개월 전으로 시계를 돌려보자. 7월 4일 SSG 랜더스와 맞대결을 앞둔 키움 히어로즈는 8연승과 더불어 1.5경기 차 선두 추격에 나섰다. 비록 당시 맞대결 패배로 다시 경기 차가 벌어졌지만, 선두 SSG를 위협할 가장 유력한 후보는 키움이었다.
전반기만 본다면 키움은 탄탄한 불펜진과 끈덕진 경기력으로 어떻게든 승리하는 ‘되는 팀’이었다. 하지만, 후반기 키움은 전반기 키움과 완전히 달라졌다. 한 야구계 관계자는 “전반기 키움이 허상이었나 싶을 정도로 충격적인 후반기 추락이다. 최근 팀 분위기가 와해된 느낌”이라고 바라봤다.
후반기 들어 키움은 7승 1무 17패로 리그 최하위 승률을 기록 중이다. 최근 6연패에 빠진 키움은 KT WIZ에 3위 자리까지 내주는 충격적인 하락세를 보여줬다. 마땅한 반등 지점이 보이지 않는단 것도 후반기 키움에 암울한 요소다.
후반기 키움의 추락 원인은 투·타 동반 침체다. 후반기 키움은 팀 타율 9위(0.252), 팀 평균자책 최하위(5.61)에 머물러 있다. 전반기 때도 팀 타율은 리그 9위(0.247)였지만, 팀 평균자책은 리그 1위(3.23)였다. 전반기 때는 팀 타선 파괴력 부족이란 약점을 탄탄한 마운드 높이로 메웠지만, 후반기 들어선 기존 강점인 팀 마운드까지 붕괴됐다.
'리그 최강 원투 펀치' 안우진·요키시 내보내도 팀 승리가 없다

팀 마운드의 기본은 선발진 안정화다. 키움은 안우진과 에릭 요키시라는 리그 최강 ‘원투 펀치’를 보유했다. 하지만, 안우진과 요키시가 출격하는 경기에서 팀 승리가 나오지 않는 흐름이 이어졌다. 8월 들어 안우진과 요키시 등판 경기에서 키움이 거둔 승리는 단 1승뿐이다. 꼭 가져가야 할 에이스 등판 경기를 못 가져간다면 당연히 선수단에 부담감이 찾아올 수밖에 없다.
키움 홍원기 감독은 “순위 싸움으로 느껴지는 압박감이 없다고 하면 거짓말이다. 안우진과 요키시가 나올 때 승수를 쌓고 결과가 좋아야 하는데 그렇지 않았던 여파가 지금 많지 않나 싶다”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안우진과 요키시를 제외한 나머지 선발진이 흔들리는 점도 아쉽다. 교체까지 고민했던 타일러 애플러는 후반기 들어서도 여전히 불안한 등판 내용을 보여주고 있다. 키움 구단은 외국인 선수 시장 상황상 애플러 교체를 통한 외국인 타자 2명 체제를 고민했었다. 하지만, 외국인 선수 교체 시한이 지나면서 팀 타선 보강 기회를 놓쳤다. 이제 애플러의 팔만 바라봐야 한다.
예비 FA인 정찬헌과 한현희의 활용 방법도 물음표다. 정찬헌은 전반기 막판부터 불규칙적인 등판 간격 아래 선발 마운드에 오르고 있다. 한현희도 시즌 내내 선발과 불펜 사이에서 명확한 역할 없이 등판하고 있다. 그나마 나은 투구 내용을 보여줬던 최원태마저 골반 통증으로 선발 로테이션에서 이탈했다. 여러모로 총체적인 마운드 난국이다.
키움 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정찬헌과 한현희 선수 모두 예비 FA 자격을 갖춘 베테랑 투수들인데 벤치의 불규칙적인 기용 방향 아래 쉽지 않은 시즌을 보내고 있다. 특히 정찬헌 선수는 최근 들어 몸 상태가 가장 좋은 시즌인데도 규칙적인 등판 간격 아래 공을 못 던졌다. 선수 본인이 특별하게 추가 휴식을 요청한 것도 아니라고 들었다. 한현희와 정찬헌 선수는 사실상 키움 투수조의 리더 역할을 맡고 있다. 이런 상황인데 팀 투수조 분위기는 당연히 좋을 수가 없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새롭게 낼 '수'가 없는 후반기 키움, 효율적인 기존 마운드 자원 활용 방향성 필요

8월 20일 고척 SSG 랜더스전에서 선발 자원인 정찬헌, 한현희, 애플러를 모두 활용하고도 7대 14로 대패한 경기는 마운드 자원 활용이 얼마나 비효율적이었는지를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특히나 2회 병살타 유도 뒤 3회 곧바로 한현희와 교체된 장면은 정찬헌의 시선에선 아쉬움이 가득할 수밖에 없었다.
홍원기 감독은 “이번 주 대체 선발로는 윤정현과 김선기를 활용할 계획이다. 한현희 선수와 정찬헌 선수의 경우 콜업 전 과정이 좋아야 다시 올릴 수 있다. 한현희는 몸 상태엔 이상이 없다고 판단한다. 2군에서 확실한 내용을 보여줘야 한다. 정찬헌은 로테이션 순서상 빠지는 상황이었다. 2군 등판 결과를 보고 1군 복귀 날짜를 조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후반기 투·타 동반 침체를 겪는 키움은 타선에선 마땅한 반등 카드가 없다. 홍 감독은 “현재 2군에서 올릴 만한 젊은 야수 자원은 보이지 않는다”라고 전했다. 후반기 활력소로 기대했던 야시엘 푸이그도 최근 오히려 자신의 어깨만 자랑하는 ‘개인 플레이’로 수비에서 아쉬움을 자아냈다. ‘타석에만 집중해달라’는 의미로 지명타자 자리에 들어갔을 정도다.
키움의 4위 추락은 곧 더 깊은 골짜기가 있다는 위험 신호다. 전반기 키움 돌풍 속엔 강력한 마운드의 힘이 있었다. 결국, ‘전반기 키움’이 허상이 아니었음을 증명하기 위해선 마운드 반등이 절실하다. 선발진 안정화와 불펜 재정비를 위해선 키움 벤치의 효율적인 마운드 운용 방향이 필요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