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움 김준완(사진=키움)
키움 김준완(사진=키움)

[스포츠춘추=수원]

“우리가 계획할 수 있는 최상의 라인업이다. 흐름상 이 라인업으로 가는 게 득점을 올릴 확률이 제일 높다고 판단했다.”

10월 19일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열린 2022 준플레이오프 3차전에서 키움 히어로즈는 1차전과 똑같은 라인업을 들고 나왔다. 1번 김준완-2번 이용규의 테이블세터에 이정후-김혜성-야시엘 푸이그를 중심에 배치한 타순이다.

이 라인업으로 1차전에서 승리, 라인업을 바꾼 2차전은 무득점 패배를 당했던 키움은 3차전에서 다시 1차전 때의 라인업으로 돌아왔다. 타율 1할대 타자 2명을 1, 2번에 배치하는 타순은 세이버메트릭스 관점에서 보면 매우 비효율적이다. 그러나 홍원기 감독은 “흐름상 이 라인업이 득점을 올릴 확률이 제일 높다”고 말했다.

결과적으로 이날도 키움은 타선이 대폭발하며 완승을 거뒀다. 1차전에서 12안타 8득점으로 폭발했던 키움 타선은 이날도 두자릿수 안타와 대량득점을 쏟아냈다. 5회까지 일찌감치 9점을 뽑아내며 승기를 굳힌 키움이다.

1회부터 2사후 집중력 있는 공격으로 빅이닝을 만들었다. 리드오프 김준완은 아웃되긴 했지만 끈덕지게 볼을 골라내고 파울로 커트하며 선발 고영표를 괴롭혔다. 2번타자 이용규도 2루수쪽 위협적인 라인드라이브 타구를 날렸다.

KT의 경계대상 1호 이정후가 2스트라이크 이후 끈질긴 승부 끝에 안타를 치고 나갔다. 이정후에게 안타를 맞더라도 후속타자를 막아내서 피해를 최소화하는 게 KT의 전략이었지만, 김혜성과 푸이그가 KT 의도대로 되게 놔두지 않았다. 김혜성이 우전안타로 주자를 모았고, 푸이그가 풀카운트에서 구석을 파고드는 체인지업을 완벽하게 받아쳐 좌월 3점포로 연결했다. 

맞는 순간 바로 홈런을 직감하게 하는 라인드라이브 홈런타구. 푸이그가 타구를 감상하며 천천히 베이스를 돌 때 고영표는 고개를 푹 숙였고 KT 관중석에는 정적이 흘렀다. 반면 3루쪽 키움 응원석에서는 큰 환호가 터져 나왔다.

3회초 공격에선 선두 이용규의 안타로 포문을 열었다. 이정후가 아웃당했지만 이번에도 김혜성-푸이그가 타점을 올렸다. 김혜성은 좌중간 2루타를 날려 고영표를 마운드에서 끌어내렸고, 푸이그는 바뀐 투수 오드리사머 데스파이네 상대로 추가점을 내는 적시타를 날렸다. 점수는 5대 0, 키움 쪽으로 승기가 넘어간 순간이다.

3회말 신준우의 실책 2개(이날 3실책)로 1점을 내줬지만 추가점 없이 위기를 넘긴 키움은 4회 1사 만루에서 김준완의 2타점 적시타로 더 멀리 달아났다. 키움은 5회에도 김준완이 2사후 적시타를 터뜨려 9대 1로 완전히 쐐기를 박았다.

타선의 두둑한 득점 지원을 받은 선발 타일러 애플러는 5이닝 1실점으로 기대 이상 호투를 펼쳤고, 6회부터는 김동혁-한현희-윤정현-김태훈이 차례로 올라와 1이닝씩을 막았다. 장단 16안타를 퍼부으며 9대 2로 대승을 거둔 키움은 시리즈 2승 1패로 플레이오프 진출까지 1승만을 남겨뒀다. 

타선에서는 푸이그가 홈런 포함 멀티히트와 4타점, 김준완과 김혜성도 멀티히트와 멀티타점으로 활약했다. 유격수 신준우가 역대 포스트시즌 최다 타이인 3실책을 저지르고 교체됐지만, 대신 들어온 김휘집이 멀티히트와 좋은 수비로 4차전 선발 출전 가능성을 높였다.

결과적으로 1차전에 이어 이날도 키움의 타선 배치는 대성공을 거뒀다. 정규시즌 1할대 타자였던 김준완-이용규는 끈질기게 투구 수를 늘리며 KT 투수진을 괴롭혔다. 이정후를 집중 견제해도 뒤에 나오는 김혜성-푸이그의 물오른 타격감을 막기 어려웠다. 통계적으로는 비효율적으로 보일지 몰라도, 키움에겐 타선 폭발과 승리를 가져다준 행운의 라인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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