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외국인 타자 앤서니 알포드(사진=KT)
KT 외야수 앤서니 알포드(사진=KT)

[스포츠춘추]

잔부상을 떨친 뒤론 연일 멀티히트 맹활약이다. KT 위즈 이강철 감독은 선수 이름만 들어도 싱글벙글 웃는다. 외국인 타자 앤서니 알포드 얘기다.

알포드는 지난해부터 손목, 무릎, 허리, 어깨 등 여러 부상에 시달렸다. 부상을 이겨낸 알포드의 방망이가 예사롭지 않다. 6월 11일 1군에 복귀해 출전한 7경기 가운데 멀티히트만 무려 6번이다. 해당 기간, 30타수 13안타로 타율은 0.433에 OPS(출루율+장타율)가 1.069다. 지난 4월(87타수 타율 0.368, OPS 1.002)보다 훨씬 좋은 페이스다.

‘6월’ 알포드를 대표하는 키워드는 3가지다. 생소한 ‘리드오프’를 팀 사정상 맡겨도 이내 곧잘 해낸다. 지명타자 출전으로 ‘수비’ 부담을 덜어낸 덕분일까. 한편, 알포드에게도 아쉬운 점은 있다. 바로 ‘득점권’ 침묵이다.


‘리드오프’도 잘 해낸 알포드, 수비 부담 덜어내고 타격 불붙었다

KT 사령탑 이강철 감독(사진 왼쪽부터), 타자 앤서니 알포드(사진=스포츠춘추 DB, KT)
KT 사령탑 이강철 감독(사진 왼쪽부터), 타자 앤서니 알포드(사진=스포츠춘추 DB, KT)

때론 궁여지책(窮餘之策)에서 대박이 터진다. KT 벤치가 최근 선보인 ‘1번 타자 알포드’ 기용이 좋은 예시다.

알포드는 6월 17~18일 삼성 라이온즈전에서 이틀 연속 리드오프로 선발 출전해 멀티히트 활약을 펼쳤다.

올해로 한국 야구 2년차를 맞이한 알포드에게 주로 익숙한 자리는 중심 타선 ‘3번’이다. 1번의 경우, 생소한 수준이 아니라, 최근까진 그야말로 전무했다. 빅리그(통산 선발 출전 58경기)에서도 알포드가 리드오프로 나선 건 두 차례뿐이었다.

알포드가 제법 익숙지 않은 자리에 선 까닭은 팀 사정 때문이다. KT 기존 리드오프인 외야수 김민혁(무릎), 내야수 김상수(목)가 가벼운 통증으로 당시 선발 라인업에서 빠진 것.

18일 경기 전 인터뷰에서 만난 KT 이강철 감독은 “최근 김민혁과 김상수가 부상으로 선발 출전이 어려운 상황이었다”“어쩔 수 없이 알포드를 전진 배치시켰다. 처음엔 ‘이게 되겠나’ 싶었는데, 대성공을 거뒀다”라며 웃음을 감추지 못했다.

그야말로 ‘위치를 가리지 않고’ 6월 내내 좋은 타격감을 뽐낸 알포드다. 야구계는 그 비결로 ‘수비’ 부담을 손꼽는다. KT는 최근 부상 선수들이 돌아오면서 유연하게 라인업 구성을 가져갈 수 있게 됐다. 특히, 문상철은 1루와 코너 외야 수비를 병행 중이다.

이에 한 야구계 관계자는 “알포드는 타격에 큰 장점이 있다. 반면에 외야 수비가 그리 좋은 건 아니라서 알게 모르게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을 것이다. KT 문상철이 계속 1루와 외야를 번갈아 수행할 수 있다면, 알포드는 타격에 집중할 수 있다. 그게 알포드의 타격이 더 매서워진 이유”라며 6월 선전 비결을 바라봤다.


중위권 진입 노리는 KT, 이젠 ‘해결사’ 알포드가 필요할 때

KT 외국인 타자 앤서니 알포드(사진=KT)
KT 외국인 타자 앤서니 알포드(사진=KT)

그런 알포드에게도 아쉬운 점은 있다. 바로 ‘득점권에서 유독 약한’ 면모다.

알포드는 6월 7경기에 출전해 30타수 동안 1타점(14일 SSG 랜더스전 9회 초 솔로 홈런)을 올리는 데 그쳤다. 해당 기간, 득점권 9타석에선 2안타와 2볼넷을 얻어냈지만, 타점 기록은 하나도 없다. 연일 터지던 알포드의 맹타가 중요할 때만큼은 좀처럼 나오지 않았다.

알포드가 리드오프로 나서 멀티히트 활약을 펼친 18일 삼성전도 마찬가지였다. 5회 말 5-5 동점에 2사 2, 3루 상황, 그 어느 때보다 KT엔 타점이 필요했다. 타석에 들어선 알포드는 풀카운트 승부 끝에 삼진으로 물러났다.

시즌 전체 타율(0.319)에 득점권 타율(0.286)만 언뜻 보면, 가혹한 평가일지 모른다. 단기간 기록만 보고 판단할 영역은 아니다. 그러나, 앞 18일 경기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야구통계사이트 ‘스탯티즈’에 따르면, 알포드는 올 시즌 하이 레버리지 상황(LI>=1.6)에서 타율 0.167, OPS 0.446를 기록했다. 중요 순간마다 제법 아쉬웠단 뜻이다.

KT는 개막 전부터 선수단 부상에 신음하며 4, 5월 내내 힘든 시간을 보냈다. 마침내 부상 선수들이 복귀하며 6월 초 리그 최하위에서 탈출했다. 그 뒤론 알포드가 복귀해 좋은 페이스를 이어가고 있다.

어쩌면, 11일 복귀 후 ‘4할’을 때려내고 있는 선수를 향한 ‘배부른’ 소리일지 모른다. 이만한 외국인 타자가 어디 있을까.

하지만, KT가 하위권을 벗어나 중위권 진입을 목표로 한다면, 알포드가 득점권에서도 좋은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이제는 ‘해결사’ 알포드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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