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상고 2학년 에이스 임진묵(사진=스포츠춘추 김종원 기자)
경기상고 2학년 에이스 임진묵(사진=스포츠춘추 김종원 기자)

[스포츠춘추=목동]

“형들한테 계속 말했다. 포기하지 말자고. 마운드에선 내가 다 막아줄 테니, 꼭 3점만 따라가달라고.”

경기상업고등학교 2학년 우완 에이스 임진묵의 당찬 외침은 현실이 됐다.

경기상고가 7월 22일 목동 구장에서 열린 제78회 청룡기 전국고교야구선수권대회 8강에서 대구상원고등학교를 4-3으로 꺾었다.

팀 창단 첫 전국대회 4강 진출엔 임진묵의 호투가 큰 역할을 했다. 이날 임진묵은 경기상고 두 번째 투수로 구원 등판해 5.1이닝 동안 90구 던져 1피안타 3사사구 9탈삼진 무실점으로 승리를 거뒀다. 이번 청룡기에선 4경기 14.1이닝 평균자책 0.64로 맹활약 중이다.

사령탑 최덕현 감독은 경기 종료 후 “오늘 경기는 선발 정세영을 포함해 임진묵까지 두 명으로만 끌고 가려고 했는데, 계획대로 됐다”“투수들이 대구상원고 강타선 상대로 실점을 최소화하면서 잘 막아주었다”고 밝혔다.

다음은 경기 뒤 스포츠춘추와 만난 임진묵과의 일문일답이다.


“전국대회 4강,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노력했기에 얻어낸 성과”

창단 첫 전국대회 4강 진출에 성공한 경기상고 선수단(사진=스포츠춘추 김종원 기자)
창단 첫 전국대회 4강 진출에 성공한 경기상고 선수단(사진=스포츠춘추 김종원 기자)

정말 극적인 경기였다. 오늘(22일 청룡기 8강) 경기 소감을 듣고 싶다. 4회 구원 등판해 대구상원고 타자 20명 상대로 경기 끝까지 마운드를 책임졌는데.

중압감은 전혀 없었다. 스스로 ‘끝까지 마운드에 남아 점수를 지키겠다’는 다짐을 되풀이하며 던졌다. 더그아웃 분위기가 워낙 좋았고, 팀 동료들이 내게 자신감을 불어넣어 주었다.

3점 차를 이겨낸 짜릿한 역전승이었다. 더그아웃 분위기가 끈끈했단 건 경기 내내 ‘포기하지 않았다’는 뜻이다.

맞다. 지고 있는 상황에도 더그아웃에선 응원이 끊이질 않는다. ‘안 되는 일이 있더라도 끝까지 노력해서 얻어내자’, 우리 팀 컬러가 그렇다. 형들도 줄곧 날 믿어줬다. 나 역시 형들에게 공수교대 때마다 지겹도록 말한 게 있다(웃음).

뭐였나.

‘3점만 따라가달라. 동점을 만들면, 그 뒤로 마운드에서 내가 다 막아줄 테니 이길 수 있다’고 끊임없이 말했다. 그만큼 오늘 컨디션이 좋았고 자신감도 넘쳤다.

팀 선배들이 7회 초 4점을 내면서 결국 동점을 넘어 역전에 성공했다.

형들이 진짜 해줬다(웃음). 멋있었다. 그때부터 정신이 확 들더라. 그래서 7회부터 이를 더 악물고 던졌다. 남은 3이닝을 기필코 막아 동료들과 승리를 만끽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모두가 포기하지 않았기에 이길 수 있었다.

오늘 경기에선 최고 147km/h까지 던졌다.

그런가? 실은 아직 오늘 경기 구속 기록지를 확인하진 못했다. 오늘 경기 전까지 최고로 던져본 것 역시 147km/h다.

앞으로 던질 날이 훨씬 많겠지만, 이 정도면 올 시즌 150km/h에도 도전하고 싶은 마음이 혹시 있는지 궁금하다.

(고갤 저으며) 전혀. 욕심이 없는 건 아니다. 150km/h를 아직 던져본 적은 없지만, 그럴 수 있다면 기분이 참 좋을 듯싶다(웃음). 하지만, 내년도 있고 올해엔 굳이 무리할 생각이 없다. 무엇보다, 내겐 아직 볼 스피드보다 중요한 게 너무 많다. 투구 밸런스부터 경기 운영, 변화구 로케이션 등이 그렇다. 볼 스피드는 향후 체격을 키우거나 힘이 늘면 자연스럽게 따라오지 않을까 생각 중이다.


투구수 제한으로 준결승 등판 불가 “팀원들 믿는다…목이 터져라 응원할 것”

경기상고 임진묵의 롤 모델은 메이저리그(MLB) 다저스 워커 뷸러다(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경기상고 임진묵의 롤 모델은 메이저리그(MLB) 다저스 우완 워커 뷸러다(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현시점, 가장 자신 있게 던질 수 있는 구종은 뭔가.

개인적으론 ‘어떤 상황에서든 모든 구종을 자신 있게 다 소화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속구, 슬라이더, 커브, 체인지업 등 다양한 구종을 던지는 게 내 장점이다. 그 가운데, 지금 한 가지만 손꼽는다면 역시 체인지업이다.

프로 무대에서 닮고 싶은 ‘롤 모델’이 있나.

메이저리그(MLB) LA 다저스 워커 뷸러, 일본프로야구(NPB) 오릭스 버팔로스 야마모토 요시노부다.

특별한 계기가 있을까.

코치님들 추천으로 야마모토의 투구 모습을 많이 참조하고 있다. 야마모토는 구종을 그렇게 많이 던지는데, 던지는 모든 공이 결정구인 선수다. 투구 영상을 계속 보다 보니 어느 순간 빠져들었다. 뷸러의 경우, 원래부터 동경하던 선수였다. 긴 이닝을 던지는데, 경기 운영이 일품이다. 매번 볼 때마다 안정감이 넘친다. 빠른 속구는 물론이고, 변화구들도 매력적이다.

뷸러에겐 ‘트레이드마크’가 있다. 뷸러는 유니폼 바지를 상당히 타이트하게 입는 유형이다. 혹시 그런 부분도 훗날 기대해도 될까.

(환하게 웃으며) 그것까진 아직 생각해 본 적 없다. 앞서 말한 두 선수를 롤 모델 삼아 매력적인 공을 구석구석 뿌리는 선수로 성장하고 싶다.

경기상교 개교 100주년에 야구부 창단 첫 전국대회 4강 쾌거를 이뤄냈다.

그렇다. 다들 뿌듯해한다. 하지만, 그 너머를 바라봐야 한다. 우리 앞엔 이제 준결승이 있고 그걸 넘어서면 결승과 우승 트로피도 있다.

오늘 8강전에서 투구수 90개를 기록했다. 대회 규정에 따라, 3일간 의무 휴식일을 갖게 된다. 이에 25일 예정된 준결승에선 마운드에 오를 수 없는데.

한 번 더 마운드에 올라 던지고 싶다. 준결승을 이기면 결승에서 등판할 수 있다. 팀 동료들을 믿는다. 오늘 동료들이 내게 힘을 보탠 것처럼 말이다. 준결승에선 내가 앞장서서 목이 터져라 팀원 이름을 외치고 응원을 아끼지 않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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