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춘추]
한 소년이 기대 반 걱정 반으로 드래프트장을 찾았다. 이내 우레와 같은 박수가 쏟아질 때쯤 깨달았을까. 말 그대로 ‘기우(杞憂)’였던 셈이다.
“신인 지명을 앞두고 1라운드에 대한 기대가 엄청 컸다. 하지만, 동시에 ‘지명이 밀리면 어떡하지’하는 마음도 같이 들었다. 정말 조마조마했다. 그때 키움 히어로즈가 날 뽑았다. 내가 가고 싶었던 팀이었기에 기분이 정말 좋았다.”
영웅 군단에 새롭게 합류하게 된 장충고등학교 우완 김윤하의 소회다.
키움은 9월 14일 2024 KBO 신인 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9순위로 김윤하를 지명했다. 김윤하는 2005년생으로 188cm 장신을 활용해 강력한 구위를 자랑한다. 올 시즌 고교야구 공식전 13경기를 등판해 39.1이닝을 던져 3승 1패 0피홈런 11볼넷 51탈삼진 평균자책 2.77을 기록했다.
이날 지명 당시 키움 이상원 스카우트 팀장은 그런 김윤하를 향해 “140km/h 중후반대 공을 던지는 강한 어깨를 갖고 있다”며 “거기에 볼넷 삼진 비율까지 상당히 좋아 완급 조절에 능한 면모도 갖췄다”고 평가한 바 있다.
이날 지명 행사 뒤 스포츠춘추와 만난 김윤하 역시 본인의 강점으로 ‘묵직한 속구’를 손꼽았다.
“가장 자신 있는 공은 속구다. 올해 공식전에선 최고 148km/h까지 기록했는데, 프로에선 더 성장해 그 이상까지 던지겠다.”
이어 김윤하는 “본받고 싶은 ‘롤 모델’이 있다”고 말했다. 바로 키움 에이스 안우진이다.

기자가 그 까닭을 묻자, 김윤하는 “안우진 선배는 그간 차곡차곡 성장해 리그 최고 선발 투수로 올라섰다. 정상 자리에 서는 과정엔 실력도 실력이지만, 멘탈적인 부분도 분명히 필요하다. 안우진 선배를 통해 그런 조언을 많이 구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당장 내년이라도 1군에 빨리 올라오고 싶다. 하지만, 궁극적인 목표는 꾸준한 성장을 통해 안우진 선배처럼 ‘키움을 대표하는 에이스’가 되는 것이다.” 사뭇 진지한 표정을 한 채 김윤하가 흔들림 없이 말을 이어갔다.
이제 프로에 입성한 김윤하에겐 기대되는 만남이 있다. 언젠가 1군 마운드에 올라 타석에 들어선 장충고 동기 타자들인 포수 권현(한화 이글스 10R), 외야수 류현준(두산 베어스 10R)을 상대하는 것이다.
김윤하는 그 까닭으로 “두 친구와는 고교 때부터 라이브 배팅으로 연습 상대를 많이 해봤다. 프로 1군 무대에서 맞붙으면 느낌이 다르지 않을까 싶다. 물론, 친구들 상대로 지지 않겠다”며 웃었다.
한편, 김윤하는 프로 지명 전부터 야구팬들의 많은 관심을 받아왔다. 실력도 실력이지만, ‘삼촌’이 아시아 선수 빅리그 최다승(124승)을 거둔 대선배 박찬호이기 때문. 참고로 김윤하의 어머니는 박찬호의 사촌누나인 프로골퍼 박현순이다.
“삼촌 덕분에 내 이름이 처음 알려졌을 때는 그걸 그냥 즐기기만 했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그 무게감을 깨닫고 있다. 이젠 자랑스러움과 함께 책임감을 느낀다. ‘박찬호’란 이름에 부끄럽지 않도록, 보다 더 성실한 선수로 기억되고 싶다.” 먼 훗날 ‘히어로즈 특급’으로 거듭날 김윤하의 포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