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춘추]
외국인 선수가 못해도 문제지만, 잘하는 수준을 넘어 너무 잘해도 걱정이다. 정규시즌 4위, 최종 순위 3위로 성공적인 한 시즌을 보낸 NC 다이노스가 내년 시즌 선수단 전력 구성을 시작했다. 핵심은 외국인 선수 구성이다. 특히 미국 유턴설이 나오는 ‘20승 투수’ 에릭 페디 재계약 이슈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페디는 올 시즌 최하위 후보로 꼽혔던 NC를 ‘멱살 잡고’ 가을야구로 이끈 주인공이다. 30경기에 등판해 20승 6패 평균자책 2.00에 삼진 209개를 잡아내며 전성기 선동열급 리그 지배력을 과시했다. KBO 역대 5번째 ‘20승-200탈삼진’을 달성했고 퀄리티스타트도 21번이나 기록했다. NC 선수 최초로 ‘최동원상’을 받았고 연말 시상식에서 유력한 MVP-투수 골든글러브 후보로 꼽힌다.
압도적인 한 해를 보낸 페디는 미 프로야구 메이저리그는 물론 일본프로야구 여러 구단의 관심을 받고 있다. 국제 스카우트 시장에 정통한 관계자는 “단순한 관심 수준이 아니라 적극적인 영입 의사를 보이는 구단이 많다. MLB 구단에 일본 구단까지 뛰어들면 NC가 돈으로 경쟁하긴 쉽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NC는 1년 전에도 드류 루친스키가 오클랜드 애슬레틱스와 최대 2년 800만 달러 규모의 메이저 계약을 체결하면서 외국인 에이스와 작별했다. 새로 영입한 페디가 ‘대박’을 터뜨렸지만, 또다시 작별의 순간이 다가오는 분위기다.
일단 NC는 페디 잔류가 최우선이라는 입장이다. 팀을 3년 만에 가을야구로 이끈 일등공신을 쉽게 뺏기지 않겠다는 각오다. 임선남 NC 단장은 통화에서 “당연히 (페디 재계약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결과는 장담할 수 없지만, 할 수 있는 데까지 노력을 다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플레이오프 5차전이 끝난 뒤 눈물을 펑펑 쏟을 정도로 NC에 대한 애정이 각별했던 페디다. 구수한 한국어 구사 능력과 친화력, 적극적인 팬서비스로 동료들은 물론 NC 팬들의 큰 사랑을 받았다. 혹시 내년 시즌 다시 돌아오겠다는 ‘립서비스’를 하진 않았을까. 임 단장은 “페디가 팀에 대해 좋은 감정을 갖고 있고, 좋은 얘기도 많이 해줬지만 계약 얘기는 조심스러워하는 것 같더라”면서 “가타부타 확실하게 말한 것은 없다”고 전했다.

태너와 마틴 재계약 전망은 불투명, 루친스키 컴백은?
한편 다른 외국인 선수 태너 털리와 제이슨 마틴의 재계약 전망은 불투명하다. 태너는 시즌 중반 테일러 와이드너의 대체 외국인 선수로 합류해 11경기 5승 2패 평균자책 2.92를 기록했다. 시즌 성적은 준수한 편이었지만 포스트시즌에서 3경기 12이닝 12실점 평균자책 9.00을 기록하면서 점수가 깎였다. 외국인 투수치곤 느린 평균구속(140km/h)과 평범한 스터프가 약점이다.
제이슨 마틴도 118경기 타율 0.283에 17홈런 90타점 OPS 0.815로 시즌 성적은 나쁘지 않았지만, 가을야구에서 9경기 타율 0.147에 그친 게 아쉬웠다. 실패라고 할 순 없지만 재계약하기에는 다소 애매한 성적표. 그러나 일각에선 1년 차 적응기를 잘 보낸 만큼 내년 시즌에 더 향상될 여지가 있다는 평도 나온다. 이와 관련 임 단장은 “(두 선수 다) 아직 최종적인 판단은 안 했다”고 유보적 입장을 취했다.
NC는 외국인 선수 시장 상황을 꼼꼼하게 살펴본 뒤 태너와 마틴의 재계약 여부를 정할 계획이다. 마틴의 경우 국내 야수 유망주들의 포지션 교통정리도 고려해야 한다. 임 단장은 “현재 우리가 시장에서 영입 가능한 후보군을 확실하게 확인한 뒤 결정할 것이다. 항상 그렇지만 더 좋은 선수가 있으면 (그 선수를) 계약하는 것이고, 시장 상황에 여의치 않다면 다시 고민해야 할 부분”이라며 “더 좋은 선수가 있는지 알아볼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외국인 선수 3명을 전부 교체하는 경우의 수도 염두에 둬야 하는 상황. 임 단장은 “상황이 우리 뜻대로 되지 않을 수도 있으니 최선을 다할 수밖에 없다”면서 “일단 페디를 잡기 위해 노력하고, 만약 선수가 메이저리그 복귀를 선택한다면 대체할 만한 좋은 선수를 찾는 수밖에 없다. 어떻게든 (외국인 구성을) 잘 만들어보겠다”라고 밝혔다.
혹시 오클랜드와 계약이 끝나 FA(프리에이전트) 신분이 된 루친스키가 돌아올 가능성은 없을까. 루친스키는 올해 햄스트링 부상, 허리 부상으로 메이저리그에서 4경기밖에 나오지 못했고 18이닝 동안 4패 평균자책 9.00의 기록을 남겼다. 시즌 뒤 오클랜드는 루친스키의 2년 차 클럽 옵션을 실행하지 않기로 했다.
이와 관련해 임 단장은 “최근에는 루친스키와 (소통이) 없었다”면서 루친스키가 KBO리그 복귀를 원할 수도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다만 7월말 허리수술을 받고 재활 중이라 일단 영입 후보로 고려하진 않는 상태라고. 임 단장은 “올해 부상으로 결장하는 시간이 많았다. 우선적으로 고려하기엔 조금 부담이 있다”면서 “루친스키를 우선적으로 추진하기보단 다른 후보들을 먼저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페디와 루친스키가 함께 NC 원투펀치를 이루거나, 페디와 루친스키가 서로 ‘배턴터치’할 가능성은 현재로서는 높지 않아 보인다. 태너는 7일, 페디는 8일, 마틴은 9일에 각각 항공편을 통해 미국으로 출국했다. 세 선수 중에 과연 몇 명이 내년 시즌 NC 유니폼을 입고 창원에 돌아올지도 현재는 미지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