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춘추=수원]
오지환이 지배한 경기였다. LG 트윈스 유격수 오지환이 자신의 실책 때문에 질 뻔한 경기에서 9회 드라마틱한 역전 3점포를 터뜨려 영웅으로 남았다. 오지환의 활약에 힘입어 LG는 한국시리즈 1패 뒤 2연승을 거두며 29년 만의 우승에 한 발짝 더 다가섰다.
오지환은 11월 10일 수원KT위즈파크에서 열린 2023 신한은행 SOL KBO 한국시리즈 3차전에서 9회초 2사 1, 2루에서 터뜨린 역전 3점 홈런 한 방으로 경기 MVP(최우수선수)를 수상했다. 오지환의 홈런으로 LG는 8대 7 재재재역전승을 거두며 시리즈 2승 1패 우위를 점했다.
한치앞도 내다볼 수 없는 난타전이 펼쳐졌다. 임찬규와 웨스 벤자민의 선발 맞대결로 시작된 경기. 선발 싸움에선 정규시즌 LG전 5경기 4승 무패 평균자책 0.84로 강했던 벤자민의 우세가 예상됐지만, 경기는 예상과 다른 방향으로 흘러갔다. KT는 1회와 2회 두 이닝 연속 주자 1, 2루 찬스를 잡았지만 한 점도 내지 못했다. 그러자 LG 쪽으로 흐름이 넘어갔다.
LG는 3회초 2사 2, 3루에서 오스틴 딘이 벤자민의 몸쪽 깊게 들어오는 빠른 볼을 잡아당겨 좌측 폴대를 직격하는 선제 3점포로 연결했다. 3대 0, 이번 시리즈 들어 LG가 처음으로 선취득점에 성공했다. 벤자민은 정규시즌 LG 상대로 단 한 번도 한 경기 3자책점 이상을 내준 적이 없었다.
KT도 그냥 당하고만 있지는 않았다. KT는 곧바로 3회말 공격에서 황재균의 2루타로 1점을 만회했고, 5회말에는 LG 오지환의 실책에서 비롯한 찬스를 놓치지 않고 빅이닝을 만들었다. 1사 1루에서 장성우의 땅볼 타구를 오지환이 앞으로 달려나와 원핸드로 처리하려다 뒤로 빠뜨린 것. 장성우의 느린 걸음을 생각하면 굳이 서두를 필요가 없는 상황이었다. KT는 이후 김민혁과 앤서니 알포드의 연속 적시타, 2사후 터진 조용호의 역전 적시타로 단숨에 4대 3 역전에 성공했다.
6회초 박동원에게 역전 2점포를 얻어맞은 KT는 8회말 공격에서 조기 등판한 LG 마무리 고우석을 상대로 다시 뒤집기에 성공했다. 1사 2루에서 황재균이 절묘한 좌익선상 동점 2루타를 날렸고, 한국시리즈 내내 부진하던 박병호는 리드를 찾는 2점 홈런을 터뜨렸다. 7대 5 KT의 역전.
그러나 이대로 끝날 경기가 아니었다. LG는 9회초 KT 마무리 김재윤을 상대로 홍창기가 이날 세 번째 안타를 치고 나갔다. 2사후 오스틴이 끈질긴 승부 끝에 볼넷을 얻어냈고, 오지환이 1-0에서 2구째 들어온 빠른 볼을 잡아당겨 우월 3점 홈런으로 만들었다. 8대 7 LG의 재역전. 보고도 믿을 수 없는 광경에 LG 쪽 더그아웃과 관중석은 광란의 도가니가 됐고 KT 쪽에는 정적이 흘렀다.
KT는 9회말 공격에서 또 올라온 고우석을 상대로 1사 1, 2루 찬스를 만들었다. 바뀐 투수 이정용의 초구가 폭투가 되면서 주자는 2, 3루. LG 벤치는 이날 멀티 히트를 때린 배정대를 거르고 김상수를 선택했다. 2구째에 나온 김상수의 배트가 공의 위쪽을 때렸고, 투수 앞으로 힘없이 굴러간 공은 홈을 거쳐 1루로 향하는 병살타가 되고 말았다. 그대로 경기 종료. 경기는 8대 7 LG의 역전승으로 종료됐다.
지옥과 천당을 모두 경험한 오지환은 5타수 2안타 1홈런 3타점 1득점의 활약으로 데일리 MVP에 선정됐다. 오지환 외에도 리드오프 홍창기가 포스트시즌 17타수 연속 무안타를 끊는 3안타 활약을 펼쳤고, 오스틴과 문보경은 멀티 히트를 기록했다. LG 선발 임찬규는 3.2이닝 6피안타 1실점. 6번째 투수로 올라온 유영찬은 2이닝 무실점 호투를 펼쳤다. 다 이긴 경기를 망칠 뻔한 고우석은 1.1이닝 3실점 기록에도 승리투수가, 9회 마지막 아웃카운트 2개를 잡은 이정용이 세이브를 각각 기록했다.

*이날 승리로 LG는 시리즈 1차전 패배 이후 2, 3차전을 모두 잡으면서 2승 1패 우위를 점했다. 역대 한국시리즈 1승 1패 상황에서 3차전을 승리한 팀은 시리즈 13승 2패 1무, 86.6%의 확률로 우승을 차지했다. 지난해 우승팀 SSG 랜더스도 1차전 패배 뒤 2, 3차전을 연거푸 잡고 우승을 달성한 바 있다. 절대적으로 유리한 위치에 서게 된 LG다.
*오지환은 한국시리즈 2차전에 이어 3차전에서도 홈런을 터뜨리며 단숨에 역대 통산 한국시리즈 홈런 랭킹 공동 36위로 올라섰다. 오지환과 역시 이날 2호 홈런을 때린 박동원 이전까지 LG 선수 중에 단일 한국시리즈에서 멀티홈런을 기록한 선수는 한 명도 없었다.
*2차전에서 8명의 투수를 기용했던 LG는 이날도 투수 8명을 마운드에 올리면서 불펜 물량공세를 이어갔다. 다만 2차전과 달리 이날은 정우영, 함덕주, 고우석 등 필승 카드들이 전부 실점을 허용하면서 거의 경기를 내줄 뻔하는 위기에 몰리기도 했다. KT 역시 2차전 손동현, 박영현에 이어 이날도 손동현, 김재윤이 무너지면서 남은 시리즈 불펜 운영에 큰 고민을 갖게 됐다.
*8회말 극적인 역전 홈런을 터뜨린 박병호는 이로써 통산 포스트시즌 13홈런을 마크했다. 참고로 역대 포스트시즌 최다 홈런 타자는 현 두산 베어스 감독 이승엽으로, 통산 홈런 숫자는 14개다.
*LG와 KT는 11일 오후 2시부터 한국시리즈 4차전을 벌인다. LG 선발은 좌완 김윤식, KT 선발은 사이드암 엄상백이 나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