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저스 우완 야마모토 요시노부가 3월 21일 고척돔에서 선발로 등판한다(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스포츠춘추=고척]

“7년 전 일본프로야구(NPB) 데뷔 등판 때랑 느낌이 참 많이 다르네요.”

메이저리그(MLB) LA 다저스 우완 야마모토 요시노부의 데뷔 등판 날이 드디어 밝았다. 등판 하루 전 3월 20일 미디어 인터뷰에 참석한 야마모토의 표정엔 긴장감이 맴돌았다.

이때 야마모토는 “소속팀부터 거의 모든 것이 바뀐 상황이고, 어떻게 흘러갈지 전혀 상상이 안 되는 게 평소와 가장 큰 차이”라면서도 “그래도 한 경기 한 경기 최선을 다해 책임감 있게 던지겠다”고 힘줘 말했다.

다저스는 21일 MLB 서울 시리즈 개막 2차전에서 그런 야마모토를 앞세워 정규시즌 2연승에 도전한다. 앞서 20일 한국에서 최초로 열린 MLB 개막전에서 짜릿한 역전승을 거둔 다저스는 21일에도 마찬가지로 서울 고척 스카이돔에서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 자웅을 겨룰 예정이다.


일본야구 평정 후 빅리그 진출한 야마모토, 데뷔전은 한국에서

2023년 제5회 WBC에 출전한 일본 야구대표팀 야마모토 요시노부(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야마모토는 1998년생으로 미야자키현의 미야코노죠 고등학교를 졸업해 2016년 NPB 드래프트에서 4라운드로 퍼시픽리그 오릭스 버팔로스에 합류했다. 커리어 초기엔 선발 전환에 어려움을 겪고 불펜 필승조 역할을 맡았지만, 프로 데뷔 3년 만에 선발 전환에 성공하면서 NPB를 대표하는 에이스로 성장한 바 있다.

야마모토의 재능이 본격적으로 정점을 찍은 건 2021년부터다. 퍼시픽리그 다승·탈삼진·평균자책·승률 등 4개 부문을 지난해까지 계속해 석권했고, 일본판 사이영상인 사와무라상, 퍼시픽리그 정규시즌 MVP 역시 당연히 최근 3년 동안 야마모토의 독주였을 정도다. 이 가운데 2022년엔 오릭스가 26년 만에 일본시리즈 트로피를 들어 올리는 데 크게 기여를 하기도 했다.

정상에 오른 야마모토의 시선은 이내 빅리그로 향했다. 국제 무대 검증도 2023년 3월에 열린 제5회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WBC)을 통해 훌륭하게 완수했다. 이때 야마모토는 일본 야구대표팀의 선발 한 축으로 활약했고, 다양한 매력을 뽐내면서 일본 대표팀의 대회 우승에도 이바지했다.

그 결과, 야마모토는 올겨울 포스팅 시스템(비공개 경쟁입찰)을 통해 다저스와 빅리그 사상 투수 최장 기간(12년)·최고 금액(3억 2,500만 달러)에 도장을 찍었다. 21일 서울 시리즈 개막 2차전은 그런 야마모토의 빅리그 데뷔 등판날이다.

무엇보다, 최고 99마일(159.3km/h)을 넘나드는 빠른 공을 갖춘 게 야마모토의 강점이다. 여기에 NPB 7시즌(2017~2023년) 동안 9이닝당 볼넷이 2.0개일 정도로 제구도 훌륭하다. 참고로 앞서 일본에서 MLB로 진출한 마에다 켄타의 NPB 통산 기록이 1.9개, 다르빗슈 유는 2.4개에 해당한다. 이뿐만이 아니다. 야마모토는 고속 스플리터는 물론이고 변화무쌍한 커브도 결정구로 사용하는, 이른바 ‘완성형’ 투수다.

두산 신인투수 김택연(사진 왼쪽부터)의 롤 모델은 다저스 야마모토 요시노부다(사진=스포츠춘추 DB)
두산 신인투수 김택연(사진 왼쪽부터)의 롤 모델은 다저스 야마모토 요시노부다(사진=스포츠춘추 DB)

“오늘 운이 정말 좋았어요. 방금 더그아웃에 올라오는 길에 야마모토 선수의 불펜 피칭을 볼 수 있었거든요. 잠깐 봤는데도, ‘다른 차원에 있는 사람’처럼 느껴졌습니다.”

지난 18일 고척돔 3루 측 더그아웃에서 만난 두산 신인투수이자 국가대표 막내 김택연은 대화 내내 웃음을 감추지 못했다. 동경하는 롤 모델 야마모토를 ‘실물 영접’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고교야구 최고 투수로 활약한 김택연은 신인답지 않은 ‘학구파’ 면모를 갖고 있다. 특히 본인과 체형(181cm·88kg)이 비슷한 MLB 애틀랜타 브레이브스 우완 스펜서 스트라이더(183cm·88kg), 야마모토(178cm·80kg)를 많이 연구했다. 이와 관련해 김택연은 “짧은 딜리버리로 강한 속구를 뿌리는 스타일을 많이 보고 배운다”고 설명했다.

김택연은 야마모토를 향해 “보고 배울 점이 정말 많은 선수”라면서 “특유의 투구폼에서 나오는 유연성, 가동성 등도 돋보이지만, S급 변화구가 한 개도 아니고 여러 개 있다는 게 정말 대단하다. 이 모든 게 하루아침 만에 이룬 게 아니라고 생각한다. 지금까지 그만큼 어마어마한 노력이 뒤따랐을 것”이라고 했다.

“제가 야마모토 선수를 보면서 자란 것처럼, 언젠가는 저 역시 후배 선수들의 롤 모델이 되는 게 목표에요.” 이때 김택연은 미소를 지으며 고척돔 1루에 위치한 다저스측 더그아웃을 지그시 바라봤다.


ML 데뷔전 앞둔 야마모토 “韓 어린 선수들의 동경, 기쁘다”

다저스 투수 야마모토의 독특한 투구 자세(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한편 한국엔 김택연 외에도 야마모토를 롤 모델로 삼는 학생선수가 많다. 특히 최근 고교야구 무대가 그렇다. 경기상업고등학교 3학년 우완 투수 임진묵이 대표적이다. 직전 시즌 팀의 2학년 에이스로 활약한 임진묵은 그해 7월 제78회 청룡기 전국고교야구선수권대회에서 맹활약하면서 경기상고의 창단 첫 전국대회 4강 진출을 견인한 바 있다.

당시 청룡기 8강전 승리 후 만난 임진묵은 롤 모델로 야마모토를 손꼽으면서 “최근 들어 주변 코치님들 추천으로 야마모토의 투구 모습을 많이 참조하고 있다”면서 “구종이 그렇게 다양한데, 그 모든 공이 결정구다. 투구 영상을 계속 보다 보니 어느 순간 빠져들게 됐다”고 했다.

인터넷의 발전으로 SNS(사회관계망서비스)로 국외 리그 선수들의 활약을 어느 때보다 손쉽게 확인할 수 있게 됐다. 요컨대, 어린 선수들이 야마모토에 푹 빠질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된 것이다.

야마모토의 독특한 운동법도 이러한 이유에서 자연스럽게 SNS 등을 통해 전파되고 있다. 야마모토는 일본에서부터 시작한 ‘투창을 강하게 들어 올려 강하게 던지는’ 훈련을 MLB에서도 진행 중이다. 한국에선 LG 트윈스 좌완 듀오 이우찬, 김유영이 이러한 훈련 방법을 참조해 올겨울 스프링캠프에서 채택한 바 있다.

불과 최근에도 새로 합류한 다저스 팀 동료들이 야마모토의 창 던지기 루틴을 주목하면서 화제를 모았다. 美 매체 ‘디애슬레틱’에 따르면, 다저스 투수 최고 유망주인 바비 밀러도 야마모토의 훈련 방식에 큰 관심을 두고 있다고 전해졌다. 참고로 야마모토의 투창 루틴은 한국에 온 뒤 고척돔에서 진행한 훈련 중에 포착되기도 했다.

다저스 투수 야마모토 요시노부(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2019년 현역 은퇴 후 아카데미(한기주베이스볼캠프)를 차려 학생야구 후학 양성에 매진 중인 한기주 코치는 “작은 체구에서도 투구 동작 중 강한 힘을 순간적으로 내보낼 수 있는 게 야마모토가 가진 큰 장점”이리고 설명하면서 “그런 모습 덕분에 어린 선수들이 야마모토의 훈련 방식, 투구 자세 등에 매력을 느끼는 게 아닌가 싶다”고 분석했다.

또 김택연은 이와 같은 풍경에 고갤 끄덕이면서 “야마모토가 한국의 어린 선수들에게도 많은 영감을 주는 듯싶다. 자신이 뛰고 있는 리그에서 훌륭한 성적을 거둔 뒤 미국 무대에 진출한 것도 참 낭만적”이라고 남다른 동경의 마음을 밝혔다.

등판 하루 전인 20일 고척돔에서 열린 미디어 인터뷰에 참석한 야마모토는 ‘한국엔 야마모토를 동경하는 어린 선수가 많다’는 얘길 전달받자 다음과 같이 답했다.

“(한국의) 어린 선수들이 저를 롤 모델로 삼는 건 굉장히 기쁜 일이에요. 앞으로도 그 선수들에게 제가 ‘목표’로 계속 남을 수 있도록 기량 유지에 더 노력하겠습니다.”

한편 야마모토는 이날 인터뷰에서 “개막전을 앞두고 기대만큼이나 긴장감 역시 들고 있다”면서 “그 다양한 감정 속에서도 내가 가장 집중해야 할 건 오로지 팀의 승리뿐”이라고 강조했다. 야마모토가 한국에서 펼쳐질 데뷔전을 과연 성공적으로 마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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