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춘추]
노동자 사망 사고를 계기로 야구팬들이 대대적인 크보빵 불매운동에 나섰다. 야구팬들은 "노동자의 피 묻은 빵에 우리가 사랑하는 선수들의 얼굴을 끼워팔지 말라"며 KBO에 SPC와의 협업 중단을 촉구하고 있다.
지난 19일 경기 시흥시 SPC삼립 시화공장에서 50대 여성 근로자가 컨베이어벨트에 상반신이 끼여 숨지는 사고가 발생한 직후, 야구팬들은 '크보빵에 반대하는 크보팬 일동'이란 이름으로 20일부터 온라인 서명운동을 시작했다. '화려한 콜라보 뒤에 감춰진 비극, 크보팬은 외면하지 않겠습니다'라는 제목의 캠페인은 26일 정오 기준 목표 2500명의 88%인 2200 여명의 서명을 받았다.
참여한 야구팬들은 사랑하는 선수들의 얼굴이 산재 기업의 이미지 세탁에 쓰이는 것에 반대한다며, SPC의 반복적인 산업재해는 이미 많은 시민들이 알고 있는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야구팬들은 "과거 SPC 불매운동을 했지만 크보빵은 사먹었던 게 부끄럽다"거나 "야구는 삼진하면 아웃인데 SPC는 사람을 여러 명 죽여도 영업을 계속한다"며 솜방망이 처벌을 문제삼았다.
크보빵은 SPC삼립이 KBO,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와 협업해 지난 3월 20일 출시한 제품이다. 9개 구단별 맞춤 제품에 선수 얼굴이 담긴 띠부실을 넣어 출시 41일 만에 1000만 개 이상 판매됐다. 2022년 히트작 '포켓몬빵'을 뛰어넘어 SPC삼립 역대 최고 히트 상품으로 올라섰지만, 이제는 야구팬들의 불매 대상이 됐다.
한편, 이번 사고는 2022년 10월 이후 SPC그룹에서 발생한 세 번째 노동자 사망 사건이다. 부상까지 포함하면 여덟 번째 사고다. SPC는 2022년 산업 안전 관리 강화를 위해 1000억 원을 투입한다고 밝혔지만 사고는 여전히 되풀이되고 있다. 앞선 두 차례 사고에서는 대표이사까지만 사법처리됐고, 그룹 총수인 허영인 SPC 회장은 중대재해법 위반 처벌을 피했다.
SPC 측은 사과문을 통해 "공장에서 발생한 불의의 사고로 유명을 달리하신 고인의 명복을 빌며, 유가족 분들께 깊은 위로와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사고 직후 공장 가동을 중단하면서 크보빵 생산도 중단된 상태다.
한편 이번 사고는 21대 대선 쟁점으로도 부상했다.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는 사고 전 중대재해법을 '악법'으로 지칭하며 "제가 결정권자가 될 때는 반드시 이런 악법이 여러분을 더 이상 괴롭히지 못하도록 고치겠다"고 밝혔다. 반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중대재해법 위반으로 형사처벌을 하는 본질적 이유는 예방 효과"라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