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춘추=잠실]
"드래프트 현장에 오기 직전까지 고민했다."
고민에 고민을 거듭한 끝에 NC 다이노스가 '최고의 재능'을 선택했다. NC는 17일 서울 롯데호텔 월드 크리스탈볼룸에서 열린 2026 KBO 신인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전체 2순위로 유신고 내야수 신재인을 지명했다.
올시즌 마운드 때문에 어려움을 겪었던 만큼, 드래프트 전까지는 NC가 투수를 먼저 지명할 거란 예상이 지배적이었다. 최대어 박준현(북일고) 다음으로 높은 평가를 받는 우완 강속구 투수 양우진(경기항공고)이나 김민준(대구고) 중 하나를 선택할 것으로 관측됐다. NC는 지명 전날까지 단장과 대표이사까지 참석한 스카우트 회의를 거듭하며 고심했고, 이날 행사장에 세 종류의 유니폼을 준비해올 정도로 마지막 순간까지 장고했다.
지명 행사 뒤 취재진과 만난 임선남 NC 단장은 "최종 결정은 오늘 내렸다. 끝까지 투수를 뽑을지 신재인을 택할지 고민했다"며 "결과적으로는 우리 원칙으로 돌아갔다"고 털어놨다. 임 단장은 "포지션 안배를 생각하지 않고 우리 순번에 남아 있는 가장 가능성 높은 선수를 뽑는 것이 첫 번째 원칙"이라며 "양우진이나 김민준도 좋은 투수지만 순수 포텐셜로만 본다면 신재인이 탑"이라고 강조했다.
신재인은 185cm, 82kg의 좋은 신체조건을 갖춘 5툴 플레이어다. 유신고 1학년 때부터 4번타자로 활약한 투타 겸업 선수로, 올해 타율 0.352(88타수 31안타), 4홈런, 30타점, 13도루를 기록했다. 마운드에서는 140km 초중반을 기록하는 강한 어깨를 자랑하며, 청소년대표팀에서도 중심타자로 활약했다.
김형준 스카우트 팀장은 신재인에 대해 "정확한 컨택과 강한 손목 힘을 기반으로 장타 생산 능력을 갖춘 우타 거포형 내야수"라며 "향후 타구 비거리와 타구 속도의 향상이 기대되고, 매 타석 홈런을 기대할 수 있는 파워와 낮은 삼진율을 겸비했다"고 평가했다. 이어 "강한 어깨를 바탕으로 수비에서도 내야수로서 충분한 잠재력을 갖추고 있으며, 주력도 갖춰 단독 도루도 가능하다"며 "미래에 NC를 대표하는 중심 타자로 성장해주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신재인의 포지션에 대해 임 단장은 "3루수 김휘집이 군 미필이기 때문에 만약 아시안게임에 가지 못하면 군복무를 해결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신재인의 주 포지션을 그대로 지켜 3루로 갈 수도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2루 수비도 충분히 가능하다고 본다. 유신고 선배 김주원과 키스톤 콤비를 하게 되면 그것도 매력적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2라운드에서 지명한 원주고 포수 이희성 역시 의외의 선택이란 평가가 나온다. 투수 보강이 시급한 상황에서 또 한 번 야수를 택한 것이다. 이희성은 이번 세계청소년야구선수권대회 대표팀에서 주전포수로 활약하며 강한 어깨와 뛰어난 수비력으로 좋은 인상을 남겼다. 다만 수비력에 비해 공격력이 약해 2라운드 후반에서 3라운드 초반 지명을 예상하는 목소리가 많았던 상황이었다.
임 단장은 이희성에 대해 확신에 찬 평가를 내렸다. "지금 1군에 써도 될 정도로 강한 어깨를 보유했다"며 "김형준이 주전 포수가 되고 국가대표가 되는 데 6년이 걸렸다. 포수는 장기 프로젝트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이희성도 시간을 들여 키울 생각"이라고 밝혔다.
김형준 팀장은 이희성에 대해 "공격적인 성향으로 모든 투구에 힘 있는 스윙을 구사하며, 향후 장타력을 갖춘 공격형 포수로 성장할 수 있는 자원"이라며 "강한 어깨와 우수한 송구 능력을 바탕으로 2루 도루 저지에 탁월하고, 스페셜급의 송구 능력과 고교 최고 수준의 팝 타임을 기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1, 2라운드에 투수 대신 야수를 지명한 NC는 3라운드부터 투수 지명에 공을 들였다. 임 단장은 "2라운드까지 야수를 지명하면서 살짝 걱정이 되긴 했다. '투수를 어떻게 하지'라는 생각을 했는데, 3라운드에서 청소년 대표팀 주축 투수 두 명을 다 데려오면서 만족했다"고 털어놨다.
NC는 3라운드에서 22순위로 휘문고 사이드암 김요엘을 지명한 뒤, 한화 차례인 23순위에서 손아섭을 트레이드해 받은 지명권으로 용인시 야구단 좌완투수 최요한을 지명했다. 김요엘과 최요한 모두 이번 세계청소년야구선수권대회 대표팀에서 활약한 선수들이다.
김형준 팀장은 김요엘에 대해 "사이드암 특유의 낮은 릴리스에서 형성되는 포심 무브먼트가 뛰어나 타자 입장에서 위협적으로 느껴지는 투구를 한다"며 "제구력이 안정적이어서 스트라이크 존을 폭넓게 활용할 수 있고, 좌우타자 모두를 상대로 경쟁력을 보인다"고 평가했다.
최요한에 대해서는 "작은 신장에도 불구하고 최고 145km/h, 평균 140km 초반대의 구속을 기록하며, 안정된 제구력을 바탕으로 경기 운영 능력이 뛰어난 좌완 투수"라며 "변화구를 카운트와 관계없이 스트라이크 존에 구사할 수 있고, 특히 체인지업의 터널링 효과가 뛰어나 주무기로 활용된다"고 설명했다.

4라운드에서는 전주고 외야수 고준휘와 경기항공고 내야수 김건을 지명했다. 김형준 팀장은 고준휘에 대해 "레그킥을 활용해 적극적인 스윙을 구사하는 타자로, 강한 스윙에도 상하체 중심이 안정적이며 우수한 컨택 능력을 바탕으로 변화구 대응이나 코스별 어프로치 타격이 뛰어나다"고 평가했다.
SSG 랜더스에 외야수 김성욱을 트레이드해서 받은 4라운드 35순위 지명권으로 뽑은 김건에 대해서는 "체구가 크지 않지만 균형 잡힌 타격 밸런스와 꾸준한 컨택 능력을 바탕으로 볼을 잘 골라내고 타구 방향을 고르게 생산하는 장점을 가진 내야수"라고 소개했다.
5라운드부터는 투수와 야수를 고루 보강했다. 고려대 좌완 정튼튼은 "좌타자에게 까다로운 궤적을 만들어내며 안정적인 제구력을 갖춘 대학 좌완 최대어"로 평가받는 선수다. 6라운드 부산고 외야수 안지원은 "매 타석 강한 스윙을 구사하는 풀 히터 유형으로 구종이나 카운트에 관계없이 자신의 스윙을 끝까지 밀고 나가며 강한 타구를 만들어낼 수 있는 타자"로 평가됐다.
7라운드 충암고 내야수 허윤은 "전형적인 컨택 중심의 타격 유형으로 타석에서 집중력이 좋고, 볼과 스트라이크를 구분하는 눈이 뛰어나 볼넷을 골라낼 수 있어 높은 출루율을 기록한다"는 평가를 받았다. 8라운드 연세대 우완 윤성환은 "대학 시절 클래식 지표에서 뛰어난 성적을 기록하며 안정적인 경기 운영 능력을 증명한 투수"로 평가됐다.
9라운드 장충고 내야수 김명규는 "우수한 피지컬을 통한 장타를 만들어낼 수 있는 잠재력을 지닌 선수"로, 10라운드 서울동산고 우완 윤서현은 "큰 신장을 바탕으로 높은 타점에서 내려꽂는 직구가 위력적이며, 릴리스 포인트가 높아 공이 타자 앞에서 끝까지 살아 들어오는 실링 자원"으로 평가받았다. 마지막 11라운드 장충고 사이드암 손민서는 "공격적인 투구 성향과 안정적인 제구력, 강한 멘탈을 두루 갖췄다"는 평가를 받았다.

임선남 단장은 전체 지명에 대해 "1, 2라운드에서 올해 지명 대상 중 최고의 야수 선수를 선발했고, 3라운드에서 청소년 국가대표 주축 투수 두 명을 지명한 것에 만족한다"며 "청소년 대표 6명과 대학교 선수 중 최고로 평가받는 우완, 좌완 투수를 뽑을 수 있어서 전체적으로 밸런스가 좋은 지명이었다"고 평가했다.
NC 다이노스 스카우트팀은 3년 연속으로 드래프트 유니폼을 입고 행사에 참가했다. 배번 '26'으로 이번 드래프트를 상징하는 이 유니폼은 왼쪽 소매에 2026 드래프트 엠블럼, 오른쪽 소매에 NC 다이노스 엠블럼이 있고, 유니폼 앞면 가슴에는 구단명과 'DRAFT 2026' 레터가 자리한다. 지명된 선수들 역시 지명 후 같은 드래프트 유니폼을 입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