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춘추=잠실]
KT 위즈가 올해도 어김없이 1라운드에서 투수를 선택했다. 매년 드래프트 때마다 '올해는 야수가 필요하다'고 하면서도 막상 드래프트에서는 투수를 가장 먼저 뽑는 전통이 13년 연속 이어졌다.
KT는 17일 서울 롯데호텔 월드에서 열린 2026 KBO 신인드래프트에서 1순위로 우완투수 박지훈(전주고)을 지명했다. 창단 이후 처음 참가한 2014 드래프트부터 지난해 열린 2025 드래프트까지 항상 첫 번째 지명권으로 투수를 선택해온 KT의 전통이 올해도 이어진 셈이다.
올해 KT의 야수 보강 필요성은 그 어느 때보다 절박했다. 외야에서는 중견수 배정대가 시즌아웃됐고, 좌익수 김민혁도 부상으로 이탈하는 등 꾸려가기 어려운 상황이다. 내야 역시 황재균, 허경민, 김상수 등 30대 노장들이 주전이고, 심우준이 한화로 이적한 유격수 자리도 확실한 주전이 없다. 시즌 뒤 FA 자격을 얻는 강백호의 잔류도 불확실한 상황이다.
하지만 신재인(NC 지명), 오재원(한화 지명) 등의 야수 대어가 앞에서 먼저 빠져나가면서, 야수보다는 강력한 투수 유망주를 지명하는 쪽을 선택했다. 행사가 끝난 뒤 만난 나도현 KT 단장은 "좋은 야수들이 앞에서 많이 나가면서 우리가 계획했던 대로 투수를 지명했다"고 밝혔다.
박지훈은 올해 16경기 2승 2패, 52탈삼진, 평균자책 1.77을 기록한 강속구 유망주다. 최고 152km 빠른 공을 던지고 제구력과 경기 운영도 뛰어나다는 평가. 지난해 메이저리그 내셔널리그 신인왕 투수 폴 스킨스(피츠버그)처럼 낮은 팔각도에서 나오는 강속구와 슬라이더, 신종 변화구인 킥 체인지업을 구사한다.
오버핸드 투구폼을 선호하는 구단들은 박지훈의 낮은 팔각도 때문에 다소 평가를 박하게 하는 경우도 있지만, KT는 오히려 이 투구폼을 장점으로 봤다. 나 단장은 "메커니즘이 너무 예쁘지 않나. 그 부분을 높이 평가했다"면서 "팔 타점이 낮으면 낮은 대로 장점이 있다. 좋은 메커니즘을 갖고 있는 만큼, 팔 각도가 높은 투수들과 다른 피치 디자인을 통해 좋은 투수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 나 단장은 "신체조건, 밸런스, 메커니즘 등 투수로서 굉장히 매력적인 선수라고 봤다"며 "향후 KBO리그를 대표하는 우완 투수로 성장하길 기대한다"는 바람도 전했다.

간절히 원했던 야수는 2라운드부터 원 없이 보강했다. 2라운드에서 유신고 유격수 이강민을, 3라운드에선 충암고 내야수 김건휘를, 4라운드에서 단국대 내야수 임상우를 지명해 2~4라운드를 전부 내야수로 뽑았다.
나 단장은 "내야수 보강이 이번 드래프트의 미션 중에 하나였다"며 "이강민은 유격수로서 높게 평가받는 선수다. 공수주 3박자를 갖춘 전문 유격수로, 향후 팀 센터라인 중심을 잡아줄 선수라고 보고 2라운드에서 지명했다"고 밝혔다.
김건휘에 대해서는 "다소 거친 부분도 있지만 정통 3루수로서 장타를 생산할 수 있는 선수"라고 평가했고, 임상우는 "유격수로서 야구를 예쁘게 하는 선수다. 즉시전력감으로 활용할 수 있겠다고 판단했다"는 설명을 남겼다.
5라운드에서는 동원과학기술대 투수 고준혁을 지명했다. 나 단장은 "고려했던 야수 후보들이 다른 팀에서 빠져나가면서, 미리 염두에 뒀던 투수 고준혁을 지명했다"고 밝혔다. 150km 강속구를 던지는 고준혁에 대해 나 단장은 "지옥에서도 데려와야 한다는 좌완 파이어볼러다. 잠재력이 풍부한 투수라고 보고 선택했다"고 평가했다.
다시 6라운드에서는 마산고 내야수 이재원을, 7라운드 배재고 외야수 김경환을 지명해 상위 7장의 지명권 중에 5장이 야수 지명에 사용됐다. 야수 뎁스 강화와 미래의 주전 야수 확보라는 목표를 나름대로 달성한 셈이다. 특히 6라운더 이재원은 프로에서 외야수로 포지션 변경도 생각하고 지명했다는 설명이다.

야수를 원 없이 뽑은 KT는 8라운드 인천고 투수 정현우, 9라운드 휘문고 투수 이민준, 10라운드 장안고 투수 김휘연을 지명해 마운드도 보강했다. 마지막 11라운드에서는 전주고 포수 김유빈을 지명해 1라운드 박지훈과 환상의 배터리 호흡을 프로에서도 이어가게 했다.
나 단장은 이번 지명에 관해 "전반적으로 만족스럽게 생각한다. 당초 계획했던 대로 1라운드에 전주고 투수 박지훈을 지명했고, 상위 라운드에서 내야수를 보강했다"며 "전체적으로 팀 구성 및 미래 가치를 보고 선수들을 지명했다"고 드래프트를 총평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