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롯데호텔 월드 크리스탈볼룸에서 열린 2026 KBO 신인드래프트에서 외야수 오재원은 1라운드 3순위로 한화 이글스의 지명을 받았다(사진=스포츠춘추 배지헌 기자)
서울 롯데호텔 월드 크리스탈볼룸에서 열린 2026 KBO 신인드래프트에서 외야수 오재원은 1라운드 3순위로 한화 이글스의 지명을 받았다(사진=스포츠춘추 배지헌 기자)

 

[스포츠춘추=잠실]

"제 이름이 3순위로 불릴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어요."

17일 서울 롯데호텔 월드 크리스탈볼룸에서 열린 2026 KBO 신인드래프트에서 외야수 오재원은 1라운드 전체 3순위로 한화 이글스의 지명을 받았다. 팀 동료 신재인이 2순위로 NC에 먼저 지명된 것도 놀라웠지만, 자신이 바로 다음 순서에 호명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신재인이가 저보다 먼저 나갈 거라는 건 당연히 알고 있었는데 3번으로 생각하고 있었다"며 오재원은 당시를 떠올렸다. "그런데 2번에서 나가길래 생각보다 빨리 나가는구나 싶었다." 그때 갑자기 '유신고 오재원'이라는 손혁 단장의 목소리가 들렸다. "저도 놀라서 당황했다. 3번은 진짜 정말 상상 못했던 순위였다." 오재원의 말이다.

한화의 선택에는 6년간 쌓인 절박함이 있었다. 2018년 이용규를 마지막으로 한화는 중견수 자리의 주인을 찾지 못해 어려움을 겪었다. 2019년 제러드 호잉부터 시작해 노수광·이원석·유로결, 마이크 터크먼, 심지어 40대 노장 김강민까지 온갖 선수가 중견수를 거쳐갔다. 올시즌에도 외국인 타자들이 중견수를 맡고 있는 현실이다.

중견수는 외야 수비의 사령관이자 센터라인의 핵심이다. 확실한 중견수가 없다 보니 한화는 외야 수비 불안에 시달렸고, 이는 고스란히 투수진에게 부담으로 작용했다. "우리 차례에 어떤 선수가 내려와도 오재원을 뽑으려고 생각했다"는 정민혁 스카우트 팀장의 말은 미래 주전 중견수에 대한 한화의 확신을 보여줬다.

오재원은 지난해 2학년으로는 유일하게 청소년 대표팀에 발탁됐고, 올해 타율 0.411에 30도루를 기록한 스피드스터다. 롤모델은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의 코빈 캐롤. 자신처럼 스피드가 장점인 선수라고 생각해서 롤모델로 삼았지만, 나중에 파워히터로 변신한 캐롤을 따라하려다 쓴맛을 본 경험도 있다.

"2학년 때 캐롤처럼 파워히터 쪽으로 해보려고 시도하다가, 초반에 부진한 적이 있었다"며 오재원은 실패담을 털어놨다. 그 경험 이후로는 캐롤의 타격보다는 주루와 루상에서의 센스에만 집중해서 본다고.

한화에 1라운드 3순위로 지명된 외야수 오재원. (사진=스포츠춘추 황혜정 기자)
한화에 1라운드 3순위로 지명된 외야수 오재원. (사진=스포츠춘추 황혜정 기자)

고교 최고 외야수로 불리는 오재원이지만 외야 경력은 그리 길지 않다. 중학교 3학년까지 유격수였다가 고등학교에 올라오면서 외야수로 전향했다. "워낙 외야를 즐겨하고 재미있어 했다"고 밝힌 오재원은 "하다 보니 제가 보여줄 수 있는 스피드나 수비범위를 보여주면서 거기에서 재미를 찾아 더 잘 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수비에 대한 자부심은 남달랐다. "중학교 때부터 수비가 돼야 경쟁력이 있다고 들었다. 타격만 잘해서는 지명타자나 2군에서 계속 있는 선수가 된다고 배웠다"고 말했다. 수비와 주루에 능한 오재원은 1군 감독 입장에서 쓰임새가 많은 선수다. 주전이 아니라도 1군 엔트리에 포함해서 데리고 있고 싶은 유형이라, 당장 내년부터 기회가 주어질 가능성이 크다. 

사실 한화 이글스는 이미 오재원과 인연이 있는 팀이다. "올스타 고교-대학 올스타전 때문에 한화 이글스파크에 갔었다"는 오재원은 "그때 중견수에서 관중석을 바라보며 상상했었다"고 회상했다. "여기 사람이 꽉 차 있을 때 여기서 수비하면 어떤 기분일까 생각했는데, 그게 현실이 될 수 있다는 생각에 벌써부터 흥분된다."

"한화 이글스는 요즘 KBO리그에서 제일 잘 나가는 팀이잖아요. 인스타그램이나 SNS만 봐도 한화가 가장 잘 나가더라고요. 그런 팀에 오게 돼서 정말 좋고, 제가 가서 빨리 자리를 잡을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한화에 1라운드 3순위로 지명된 외야수 오재원. (사진=스포츠춘추 황혜정 기자)
한화에 1라운드 3순위로 지명된 외야수 오재원. (사진=스포츠춘추 황혜정 기자)

한화에서 가장 만나고 싶은 선배는 단연 레전드 손아섭이다. "옛날부터 손아섭 선배님의 근성을 본받고 싶었다. 한화에 가면 손아섭 선배님을 볼 수 있을 것 같아서 설렌다." 오재원의 말이다. "TV로만 보던 존경하는 선배님이었는데, 유튜브로만 봐도 너무 재밌으시고 야구 실력은 물론 인성까지 다 갖춘 선수라고 생각한다. 만나게 되면 타격 메커니즘에 대해서도 물어보고 싶은 게 많다."

손아섭처럼 작은 체격이지만 오재원은 웨이트 트레이닝으로 이를 극복하고 있다. "체격이 남들보다는 작은 편이라서 웨이트 트레이닝으로 몸을 강화하는 부분에서는 남들보다 두세 배는 더 한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며 자신만의 노하우를 공개한 오재원은 "도루를 위해 순간적으로 힘쓸 수 있는 운동을 찾아서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중견수 부재로 오랫동안 어려움을 겪은 한화 입단은 좋은 기회다. 오재원도 "굉장히 운이 좋다고 생각한다. 저한테 기회가 빨리 찾아올 수 있을 거라 생각해서, 정말 좋은 기회를 잡은 것 같다"면서 "감독님께서 항상 학교 선배인 정수빈 선배 같은 선수가 되라고 주문하셨다. 저도 선배님처럼 수비와 주루에 모두 능한 선수가 되고 싶다"고 각오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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