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춘추]
디트로이트 타이거스가 해냈다. 타이거스는 28일(한국시간) 보스턴 레드삭스를 2대 1로 꺾으며 2년 연속 플레이오프 진출을 확정했다. 9월 초 아메리칸리그 중부지구에서 9.5게임차 선두를 달리다 막판 흔들렸지만, 결국 가을야구 무대에 안착했다. 지난해 와일드카드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간 타이거스는 이제 진짜 승부를 시작한다.
지옥 문턱까지 갔다가 돌아온 여정이었다. 최근 67경기에서 27승 40패를 기록하며 팬들의 간담을 서늘하게 했지만, 전반기에 쌓아둔 승수가 구원투수 역할을 해줬다. 9월에만 6승 16패로 부진했지만 휴스턴 애스트로스의 동반 추락 덕분에 와일드카드 한 자리를 지켜낼 수 있었다. 클리블랜드 가디언스에게 잠시 내줬던 지구 1위 자리도 되찾았다.
이날 승리의 주역은 자마이 존스였다. 5회 2사 2루 상황에서 터뜨린 2타점 적시타가 결정타였다. 하비에르 바에스의 공수 활약도 돋보였다. 바에스는 2회 다이빙 캐치로 보스턴의 추가 득점을 막아냈고, 5회 존스의 적시타 때는 놀라운 스피드로 홈을 밟았다. 왕년의 슈퍼스타 바에스의 진가가 다시 한번 빛을 발한 순간이었다.
마운드에서는 케이더 몬테로가 안정감을 보여줬다. 초반 4안타를 허용하며 불안했지만, 두 번째 타순부터는 9명 중 8명을 아웃으로 처리하며 4.1이닝 7탈삼진을 기록했다. 브랜트 허터-라파엘 몬테로-타일러 홀튼의 계투를 거쳐 윌 베스트까지 완벽한 불펜 릴레이를 완성했다. 베스트는 23번째 세이브를 기록하며 팀의 가을야구를 확정 지었다.
에이스 타릭 스쿠발을 아꼈다는 점도 중요하다. 최종전을 앞두고 가을야구를 확정하면서, 지난해 사이영상 수상자를 플레이오프 첫 경기에 배치할 수 있게 됐다. 30일 시작되는 와일드카드 시리즈에서 스쿠발이 선발 마운드에 오르는 순간, 타이거스의 진정한 저력이 드러날 것이다.

돌이켜보면 전반기는 꿈같았다. MLB 최고 성적을 자랑하며 6명이 올스타전에 선발됐다. 스펜서 토켈슨은 1순위 지명 후 부진했던 과거를 씻어내며 1루수 자리를 되찾았고, 1억4000만 달러(1960억원) 계약의 바에스는 유격수에서 중견수로 성공적인 변신을 이뤘다. 3년 전 컵스에서 방출됐던 잭 맥킨스트리는 타이거스에서 재기해 올스타까지 올랐다.
후반기 부진의 원인은 복합적이었다. 스콧 해리스 단장이 트레이드 데드라인에서 보수적 행보를 보인 것이 아쉬웠다. 볼티모어에서 온 찰리 모튼은 평균자책 7.09로 부진해 방출됐고, 미네소타에서 온 크리스 패덱도 불펜으로 밀려났다. 타선 보강이 없는 가운데 바에스, 맥킨스트리, 라일리 그린, 글레이버 토레스가 동반 슬럼프에 빠진 것도 타격이었다.
하지만 타이거스는 위기를 딛고 반등에 성공했다. 스쿠발은 지난 8월 디 애슬레틱과의 인터뷰에서 "야구를 아름답게 만드는 것은 항상 최고 팀이 우승하는 게 아니라는 점이다. 가장 뜨거운 팀이 우승한다"고 말했다. 2006년 타이거스도 9월에 12승 15패를 기록하며 마지막 5경기를 모두 져 지구 우승을 놓쳤지만, 와일드카드로 월드시리즈까지 진출했다.
A.J. 힌치 감독은 "시즌 전체를 뛰어 이 자리에 오는 것이고, 우리가 바로 그 한복판에 있다"며 "어떻게 여기까지 왔는지는 중요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코디 스테이븐하겐 기자는 펜웨이파크 원정팀 클럽하우스에서 케리 카펜터가 잡지를 읽고, 딜런 딩글러가 밥 시거의 노래를 따라 부르는 여유로운 모습을 전했다. 역사적 붕괴를 겪고도 무너지지 않은 정신력이 오히려 이 팀의 저력을 보여준다는 평가다.
이제부터가 진짜다. 와일드카드에서 시작되는 플레이오프는 새로운 시즌이다. 9월의 악몽을 털어내고 전반기의 그 팀으로 돌아갈 수 있다면, 타이거스는 충분히 높은 곳까지 갈 수 있다. 스쿠발이라는 에이스 카드와 검증된 베테랑들이 있으니 말이다. 생존 경쟁에서 우승 경쟁으로, 타이거스의 진짜 도전이 시작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