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8월 5일 출범한 스포츠윤리센터(사진=스포츠춘추)
2020년 8월 5일 출범한 스포츠윤리센터(사진=스포츠춘추)

[스포츠춘추]

“직원들끼리 ‘우린 닭장 속의 닭’이란 말을 주고받습니다. 우리가 바라는 건 큰 게 아니에요. 땀 흘린 만큼의 정당한 보수, 일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 조성입니다.” 재단법인 스포츠윤리센터에서 근무 중인 노조원 A 씨의 말이다. 

윤리센터는 2020년 8월 5일 독립기구로 정식 출범했다. 체육계 만연한 폭력으로부터 인권을 보호하고 비리 근절을 위해 탄생했다. 

윤리센터 노조가 파업을 준비 중이다. 이유가 무엇일까. 스포츠춘추가 윤리센터 노조원 A 씨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땀 흘려 일한 만큼 정당한 보수 받고 싶다”

2020년 8월 5일 출범한 스포츠윤리센터(사진=스포츠춘추)
2020년 8월 5일 출범한 스포츠윤리센터(사진=스포츠춘추)

스포츠윤리센터 노조가 파업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스포츠윤리센터는 인권 보호와 비리 근절을 위해 2020년 8월 5일 출범했습니다. 시작부터 문제가 많았어요. 인건비 책정이 엉망이었습니다. 주임 연봉이 2,300만 원입니다. 주임 대다수가 경력자이고 석·박사 학위를 가지고 있어요. 처음부터 불만이 있었습니다. 연차나 초과 근무 수당, 퇴직금 등도 터무니없이 낮은 금액으로 책정됐습니다. 

윤리센터 출범 이후 급여의 변화는 없었습니까. 

직원들은 내가 땀 흘려 일한 만큼 정당한 보수를 받고 싶었어요. 2020년 9월 직원들과 협의해 급여 체계를 바꾸었습니다. 사측과 협의를 본 거죠. 그런데 한 달 만인 10월 원래대로 돌아갔습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승인을 안 해준다는 게 이유였어요. 직원들과 오랜 논의 끝 노동조합을 설립하기로 했죠. 급여 체계가 원래대로 돌아간 10월이었습니다. 

노조가 설립되면서 바뀐 게 있습니까. 

없습니다. 사측에선 “노조가 제시하는 금액보다 더 많은 인건비를 줄 수 있다”는 말만 있었죠. 그러고선 “문체부 가이드라인을 따라야 한다. 2021년은 0.9% 인상, 2022년은 다시 협상을 해야겠지만 최대 1.4%까지만 인상이 가능하다”고 했어요. 이해가 안 되는 게 문체부와의 협의 과정입니다. 

문체부와의 협의 과정이요?

노조의 생각을 전할 수 있는 인원이 최소 한 명은 문체부와의 협의 과정에 나서야 하잖아요. 사측과 문체부가 협의해서 노조에 일방적으로 통보했어요. 노조는 목소리를 낼 수 없었습니다. 인건비 상승은 고려 대상이 아니었어요. 예를 들면 2021년 지역사무소 인력으로 5명을 배정받았습니다. 

네. 

예산안을 보면 지역사무소 인력 급여는 초과근무수당과 연차휴가보상을 합해 3,000만 원으로 동일해야 합니다. 사람마다 경력과 능력이 다른데 그런 건 전혀 고려하지 않는 거예요. 윤리센터는 인권 보호를 위해 존재합니다. 그런데 윤리센터 직원들의 근무 환경을 보면 기가 차요. 

이유가 있습니까. 

윤리센터 직원은 총 43명입니다. 직원들은 209평의 사무실을 써요. 이사장, 사무국장, 운전기사 대기실, 화장실 등을 빼면 1인당 2평이 채 안 되는 공간을 씁니다. 직원들끼리 무슨 말을 하는지 아세요?

글쎄요. 

직원들끼리 “우린 닭장 속의 닭”이란 말을 주고받습니다. 우린 직원 휴게실이 없습니다. 상담실은 좁디좁은 방 하나 있고요. 조사실도 하나입니다. 윤리센터엔 피해자, 가해자 대기실도 없습니다. 조사를 진행하다 보면 피해자, 가해자가 마주치는 일이 생길 수 있어요. 

피해자와 가해자가 마주친다고요?

조사라는 게 정해진 시간에 맞춰 끝낼 수 있는 게 아닙니다. 길어질 때가 많아요. 그러다 보니 조사 일정을 다르게 잡아도 문제가 생기곤 하죠. 

직원도 부족한 것 아닙니까.

윤리센터가 정상적으로 작동하려면 인력 충원이 필수입니다. 윤리센터 조사관 19명은 250여 건의 사건을 좁디좁은 조사실 한 곳에서 조사합니다. 윤리센터 직원들은 체육인 35만 명의 교육을 책임져요. 재교육이 필요한 인원만 연간 2만 명이고요. 그런데 연간 사업비는 3억 원입니다. 사측에선 “오프라인 교육은 왜 안 하느냐”고 해요. 답답한 거예요. 노조가 특권을 요구하는 게 아닙니다.

이야기를 들어보면 윤리센터가 체육계 발전에 이바지하려면 근무 환경 개선이 필수인 듯합니다. 

조사 환경이 너무 열악합니다. 제대로 된 조사가 이뤄질 수 있도록 인력과 환경이 개선되어야 해요. 윤리센터의 도움이 시급한 분이 한둘이 아닙니다. 파업을 마지막까지 고민했던 건 그분들 때문이에요. 그런데 이대로 가면 윤리센터의 존립을 장담할 수 없습니다. 지금이라도 문체부가 관심을 가지고 나서줘야 해요. 

문화체육관광부에서 관심을 가지고 나서야 한다고 했습니다. 이유가 있습니까. 

문체부가 스포츠윤리센터를 만들어놓고 방관 중이란 생각이 듭니다. 관심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예산, 인력, 환경 등을 이렇게 놔둘 순 없어요. 2021년 윤리센터에 배정된 총예산이 53억 원이었습니다. 그런데 2021년 38명이 근무했던 한국도핑방지위원회는 80억 원의 예산을 받았어요. 윤리센터의 1.5배였죠. 한국도핑방지위원회 예산이 많다는 게 아닙니다. 우리가 턱없이 부족한 거예요. 

“문화체육관광부가 윤리센터를 정치구호로만 활용한다는 느낌 지울 수 없다”

사진=스포츠윤리센터 노조 제공
사진=스포츠윤리센터 노조 제공

국가인권위원회에 스포츠인권특별조사단이 있습니다. 체육계에선 스포츠윤리센터와 역할이 겹치는 게 아니냔 지적이 나옵니다.

인권위 스포츠특조단, 윤리센터의 업무가 비슷한 건 사실입니다. 하지만, 윤리센터가 모든 일을 완벽히 수행할 수 있는 상태가 아니에요. 윤리센터의 근무 환경에 문제가 없으면 “우리가 앞으로 중복되는 기능은 도맡아서 하겠다”고 할 겁니다. 

경찰이 윤리센터 조사관으로 파견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경찰이 파견되는 이유가 있습니까. 

경찰은 사건을 조사하는 데 능합니다. 경찰에게 심문 기법을 비롯한 다양한 것들을 배울 수 있어요. 또 어떤 지역에서든 수사 협조를 받습니다. 각 지역에서 조사 장소 등을 제공받기도 하죠. 경찰이 함께 조사에 나서면 피해자들의 신뢰감도 높아지고요. 그런데 2022년부턴 공조가 어려워졌습니다. 

갑자기요?

2021년 12월까지 경찰관 두 분이 함께 일했습니다. 그런데 2022년 1월부턴 윤리센터와 함께하는 경찰관이 없어요. 사측은 그 이유에 관해서도 별다른 이야기를 해주지 않았습니다. 노조에서 파악한 바론 경찰 측에서 공조를 거부했다고 알고 있어요. 이 얘길 꼭 하고 싶습니다.

네. 

윤리센터가 처음 만들어졌을 때를 똑똑히 기억합니다. 윤리센터가 체육계 모든 문제를 해결할 것처럼 홍보했습니다. 그런데 그 이후는 어땠습니까. 정치적인 구호로만 활용하고 보살피진 않고 있어요. 체육계 인권 보호와 발전을 위해 힘쓰고 싶습니다. 일에만 집중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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