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라이온즈 야수진사진=삼성)
삼성 라이온즈 야수진사진=삼성)

[스포츠춘추]

대부분의 선발투수에게 가장 어렵고 힘겨운 이닝은 1회다. 투수가 마운드와 경기장 분위기에 미처 적응하기 전, 1번타자부터 시작하는 상위타순과 상대하는 건 버거운 일이다.

실제 20일까지 열린 KBO리그 경기에서 1회(84점)는 7회(95점) 다음으로 많은 점수가 나온 이닝이었다. 1회 리그 타율(0.270)과 OPS(0.687)도 전체 타율(0.242)과 OPS(0.653)보다 훨씬 높았다. 리그 1위팀 SSG 랜더스의 1회 득점은 19점, 2위 키움 히어로즈의 1회 득점은 15점이나 된다.

하지만 예외도 있다. 삼성 라이온즈와 상대하는 투수들에게 1회는 가장 어려운 이닝이 아닌 쉽고 편한 이닝이다. 올 시즌 삼성은 16경기를 치르는 동안 단 한 번도 1회에 점수를 내지 못했다. 2회에 올린 점수로 단 2득점에 불과했다. 반면 1회 실점은 16점으로 최다 2위, 2회 실점도 6점으로 앞에서 세 번째로 많은 점수를 허용했다. 1회 득실차 -16점, 2회 득실차 -4점으로 경기 초반부터 상대에게 주도권을 내주고 끌려다니는 흐름이 되풀이되고 있다.

20일 열린 창원 NC 다이노스 전도 다르지 않았다. 이날도 삼성 타선은 1회부터 무기력했다. 리드오프 김상수가 내야땅볼로, 2번 구자욱이 삼진으로 순식간에 2아웃을 당했다. 타선에서 유일하게 정상 컨디션인 호세 피렐라가 좌전안타를 치고 나갔지만 오재일이 2루 땅볼로 물러나 무득점. 개막 16경기 연속 1회 무득점 행진을 이어갔다.

2회엔 삼자범퇴로 순식간에 끝났다. 선두타자 유격수 직선타, 후속 2타자는 연속삼진으로 물러났다. 타선의 도움을 못 받은 데이비드 뷰캐넌은 2회말 선취점을 내준 뒤 3회 추가점을 허용했다. 7회 양의지와 쐐기포까지 나온 NC의 3대 0 승리. 이 패배로 삼성은 최근 5연패의 깊은 땅굴 속에 빠졌다.

삼성의 1회 득점 기근은 리그에서 가장 부실한 테이블세터진이 원인이다. 삼성은 1번타자로는 김상수-김지찬을, 2번타자로는 구자욱-오선진-강한울을 주로 기용했다. 그 결과 1~2번 타율 0.192로 리그 꼴찌, 출루율도 0.264로 리그 꼴찌에 그치고 있다. 

3번타자 피렐라가 홀로 고군분투하고 있지만, 피렐라만 잘 넘어가면 쉬운 4번타자가 기다린다. 강민호(11경기)-오재일(5경기)이 주로 나선 삼성 4번타순은 시즌 타율 0.238에 1홈런 장타율 0.302로 다른 팀 대체선수만도 못한 성적에 그치고 있다. 

팀에서 가장 강한 타자들이 포진한 1, 2, 4번의 단체 부진 속에 삼성은 1회 팀타율 0.111로 리그 꼴찌, 1회 출루율 0.172로 꼴찌, 1회 장타율 0.111의 기막힌 성적을 내는 중이다. 이 정도면 1회에 점수를 내는 게 신기한 일이다. 경기 전체 분위기를 좌우하는 1회 공격이 유독 삼성만 매번 허무하게 끝나는 이유다.

그렇다고 지금의 상위타순을 대체할 더 나은 대안이 있느냐 하면 그렇지도 못한 현실이다. 타율 0.216인 김상수는 놀랍게도 삼성 타자 가운데 조정 득점창출력(wRC+) 110.8로 3위에 올라 있다. 타율 0.175인 오재일도 104.9로 주전 중에 4위, 김지찬이 104.1로 5위, 강한울이 103.6으로 6위다. 

일부러 안 맞는 타자를 상위타순에 배치한 게 아니라, 그나마 나은 타자들을 상위타순에 배치한 결과가 1회 무득점이라는 이야기. 구자욱, 강민호, 오재일 등 커리어가 있는 주축 타자들이 하루빨리 제 페이스를 찾는 것 말고는 뾰족한 수가 보이지 않는 삼성 타선의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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