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애리조나 스프링캠프(사진=NC)
미국 애리조나 스프링캠프(사진=NC)

[스포츠춘추]

무섭게 치솟는 원·달러 환율에 KBO리그도 비상이다. 달러 강세와 미국 물가 폭등의 이중고에 미국 스프링캠프를 준비 중인 구단들의 근심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반면 나홀로 일본 캠프를 떠날 삼성 라이온즈는 상대적으로 경비절감 효과를 누릴 전망이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2년간 KBO리그 구단들은 국내 스프링캠프에서 시즌을 준비해왔다. 홈구장과 2군 시설, 지방 훈련장을 활용해 겨울을 보냈다. 국내 캠프 나름의 장점도 있었지만, 현장에선 추운 날씨 탓에 훈련 효과가 떨어진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적지 않았다. 코로나19가 서서히 종점을 향해가는 최근 모든 구단이 내년 스프링캠프 장소로 국내가 아닌 국외를 추진하는 이유다.

대부분의 구단은 미국에 캠프를 차린다. 10개 구단 중에 최소 7개 팀이 미국 스프링캠프를 확정했다. KT 위즈, NC 다이노스, KIA 타이거즈는 미국 애리조나 남부 투손에서 훈련한다. LG 트윈스, 키움 히어로즈, 한화 이글스는 애리조나 중심부 피닉스에서 캠프를 진행한다. SSG 랜더스는 SK 시절부터 사용한 미국 플로리다 베로비치 스프링캠프로 떠난다.

미국 캠프는 훈련 환경만 놓고 보면 최상의 조건을 자랑한다. 특히 애리조나 지역은 비가 거의 오지 않는 고온건조한 날씨로 미국 메이저리그 구단들도 선호하는 훈련지다. 웨이트 트레이닝 시설부터 여러 면의 넓은 야구장까지 훈련 시설도 부족함이 없다. 여러 구단이 몰려있는 만큼 1차 캠프 후반부터는 많은 연습경기도 치를 수 있다. 

문제는 최근 얼어붙은 글로벌 경제 상황이다. 미국 달러가치가 폭등하면서 2년 전과 비교해 구단들의 지출이 크게 증가할 전망이다. 2년 전만 해도 원·달러 환율은 아무리 올라도 1200원을 넘지 않았다. 27일 기준 원·달러 환율은 1427원으로 마감했다. 22일에 무려 13년 6개월 만에 1400원을 돌파한 뒤 좀처럼 내려갈 줄을 모른다. 금융가에서는 연말쯤 환율이 1440원까지 오를 것으로 예상한다.

여기에 미국 현지 물가도 연일 최고치를 경신하는 중이다. 역대 최악의 인플레이션 속에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 지난 5월 8.6%로 40년 만의 최고치를 기록했다. 주거비용, 식료품 가격이 치솟아 유학생과 기업인, 기러기 가족에게 막대한 부담이 되고 있다.

미국행을 결정한 구단들도 걱정이 많다. 모 구단 관계자는 “최근 미국행 항공권 가격을 확인했다가 깜짝 놀랐다. 선수단과 코칭스태프, 프런트 등 60명 이상 대규모 인원이 움직이는데 코로나19 이전보다 30% 이상 비싸진 항공료는 적지 않은 부담”이라 했다. 다른 구단 운영팀 관계자는 “항공권 예약은 일찌감치 해뒀는데, 가격이 자고 일어날 때마다 치솟아서 문제”라고 말했다.

현지에서 이용할 숙박시설도 문제다. 현지 물가 폭등으로 숙박비용은 물론 선수단 식비, 체재비가 크게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2월 중순에는 ‘2023 NFL 슈퍼볼’이 애리조나 글렌데일에서 열릴 예정이라 숙박시설 가격이 더 치솟을 전망. 코로나19 이전 이용 업체 가운데 일부 폐업한 곳도 있어서 새 업체를 알아보는 것도 일이다. 모 구단 관계자는 “현지에서 이용할 케이터링 업체를 알아보고 있는데 쉽지 않다. 어렵게 구해도 2년 전보다 훨씬 높은 비용을 지불해야 할 것 같다”고 한숨을 쉬었다.

이런 상황을 두고 수도권 구단 고위 인사는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그냥 국내 캠프를 해야 하나?”라고 농담반 진담반 말했다. 미국행이 확정된 지방구단 관계자는 “현지 파견 직원 말로는 ‘예전 하루 3끼를 해결할 식비로 지금은 2끼 해결하기도 쉽지 않다’고 한다”면서 구단의 고충을 호소했다. 

환율 쇼크와 물가 폭등은 올해는 물론 내년까지도 계속될 전망이다. 지방구단 관계자는 “이대로라면 미국 캠프 선수단 규모와 스태프 수를 줄여야 할 수도 있다. 일단 선수단 규모보다는 스태프 숫자를 줄이는 방향으로 계획 중인데, 이것도 자칫 캠프 효율이 떨어질 수도 있어 이것대로 문제”라고 했다.

호주 시드니의 한 훈련 시설(사진=스포츠춘추 DB)
호주 시드니의 한 훈련 시설(사진=스포츠춘추 DB)

반면 미국이 아닌 다른 나라에 캠프를 차리는 구단들은 상대적으로 부담이 덜하다. 두산 베어스는 이미 스프링캠프를 몇 차례 치렀던 호주 지역을 검토하고 있다. 호주 달러 환율도 연초보다 오르긴 했지만 미국 달러에 비할 정도는 아니다. 2차 캠프 때는 늘 하던 대로 일본 미야자키 구춘대회에 참가하는 것도 검토 중이다.

삼성 라이온즈는 오랜 기간 사용한 일본 오키나와 온나손 스프링캠프를 준비 중이다. 온나손에 위치한 삼성 스프링캠프 시설은 다른 팀들의 부러움을 살 정도로 뛰어나다. 일본 엔화는 달러와 반대로 ‘엔저현상’이 한창이라 경비 절감 효과도 기대된다. 일본 구단들과 캠프 연습 경기를 치를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롯데 자이언츠는 미국 애리조나와 미국령 괌 중에서 스프링캠프 장소를 택일할 예정이다. 괌은 환율 면에서는 미국 본토와 차이가 없지만, 대신 롯데 계열사가 운영하는 숙박시설을 이용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만약 괌이 아닌 미국으로 간다면 롯데 수뇌부와 긴밀한 MLB 구단 시설을 이용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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