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은 2010년대 팀 내야진을 함께 지켜왔던 김재호(사진 왼쪽)와 오재원(사진 오른쪽)의 빈자리를 채워야 한다(사진=두산)
두산은 2010년대 팀 내야진을 함께 지켜왔던 김재호(사진 왼쪽)와 오재원(사진 오른쪽)의 빈자리를 채워야 한다(사진=두산)

[스포츠춘추=잠실]

2010년대 두산 베어스 왕조 한 축을 담당했던 베테랑 내야수 오재원이 유니폼을 벗는다. 오재원이 그라운드를 떠나는 건 두산에 큰 의미를 뜻한다. 향후 10년 이상을 바라본 세대교체의 시발점이 되는 까닭이다. 

이제 두산 키스톤 콤비하면 떠오르는 오재원과 김재호의 대체자 찾기에 주력해야 한다. 기존 3년 FA 계약이 끝난 오재원이 은퇴를 택한 가운데 김재호의 FA 계약 기간도 2023시즌까지다. 사실상 후배들을 뒷받침해주는 역할을 맡아야 하는 가운데 김재호가 빠진 주전 유격수 자리를 누가 맡아야 할지도 큰 난제다. 

2022시즌 두산은 시즌 막판 5강 경쟁에서 밀려나 리그 9위를 확정했다. 이는 2010년대 들어 2014시즌 리그 6위 다음으로 가장 좋지 않은 성적표다. 최근 7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이란 대기록을 달성했던 두산이기에 리그 9위라는 숫자가 더 어색해보인다. 

두산 김태형 감독도 부임 뒤 처음으로 가을야구 진출에 실패하는 쓰라린 상처를 입었다. 특히 김 감독은 2022시즌을 끝으로 기존 계약 기간이 만료된다. 9위라는 성적표에 더 큰 의미가 부여되는 이유다. 

김 감독은 “지금 와서 과정을 돌아보면서 아쉬움을 꺼내긴 그렇다. 그런 부분을 다 감안해서 선수들도 그렇고 내년 시즌을 어떻게 준비할지 생각해야 하는 거다. 김재환, 허경민, 정수빈 정도만 주전으로서 제대로 된 경험을 쌓은 선수들이다. 박세혁도 주전 포수지만, 아직 커리어가 부족하다. 특히 올 시즌은 김재환의 페이스가 떨어지면서 팀 적으로 어려움을 겪었다. 아직 밑에 젊은 선수들이 시즌을 끌고 갈 힘이 안 된다”라며 야수들의 분발을 요구했다.

2년 연속 1군 무대에서 증명한 2루수 강승호, 야수 세대교체 연결고리 역할 적임자 될까

2루수 수비가 가장 편하다고 말하는 강승호는 2년 연속으로 1군 무대에서 꾸준함을 증명했다(사진=두산)
2루수 수비가 가장 편하다고 말하는 강승호는 2년 연속으로 1군 무대에서 꾸준함을 증명했다(사진=두산)

팀 야수진의 기본 뼈대는 센터라인이다. 2023시즌 두산 반등을 위해선 센터라인이 더 강해져야 한단 점은 명백하다. 장기 FA 계약을 맺은 중견수 정수빈이 시즌 초반부터 기복 없는 활약상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 거기에 포수진에선 다가오는 겨울 FA 자격을 취득하는 박세혁의 잔류 여부가 변수다. 박세혁 잔류 여부에 따라 시즌 막판 포수 마스크를 자주 쓰는 장승현의 성장 속도에도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다.

2루수 자리에선 강승호의 존재감이 그나마 돋보였다. 강승호는 2022시즌 131경기에 출전해 타율 0.257/ 9홈런/ 60타점으로 개인 커리어 하이 시즌을 보내고 있다. 출루율 향상 과제와 더불어 2루수 수비에서 간간이 나오는 큰 실책이 아쉽지만, 2023시즌 더 발전할 여지가 있다는 게 김태형 감독의 시선이다. 

김 감독은 “시즌 막판 출전 기회를 받는 젊은 선수들의 성장 가능성을 계속 지켜보고 있다. 김민혁, 전민재, 김대한 등 젊은 야수들이 좋은 활약을 보여주고 있다. 강승호도 지금보다 더 레벨 업을 할 가능성이 충분하다. 어깨가 안 좋은 박계범과 손목이 안 좋은 안재석도 지금 1군에 없지만, 내년엔 한 자리를 해줘야 할 야수들”이라고 바라봤다. 

지난해 같은 FA 보상선수로서 동반 활약을 했던 강승호와 박계범 가운데 강승호만 2시즌 연속 1군에서 좋은 활약상을 이어갔다. 1군 무대에서 나름대로 꾸준함을 증명했기에 2023시즌 2루수 주전 자리도 강승호에게 우선권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게다가 아직 1994년생인 강승호기에 그다음 세대와 연결 고리 역할을 충분히 할 전망이다.

강승호는 “얼마 전 3루수 자리에 (전)민재, 유격수 자리에 (이)유찬이, 1루수 자리에 (김)민혁이가 나갔는데 2루수 자리에 있는 내가 가장 나이가 많더라. 지난해까지는 다른 내야 포지션에 다 선배들만 있었는데 그런 상황이 되니까 굉장한 책임감이 느껴졌다. 내년 시즌부터는 조금 더 후배들을 이끌어줄 수 있는 내야진의 리더가 돼야겠단 생각이 든다”라며 고갤 끄덕였다. 

유격수 자리에선 무한 경쟁 예고…안재석·박계범·이유찬·전민재 각자 다른 매력 있다

두산 김태형 감독(사진 왼쪽)이 내야수 안재석(사진 오른쪽)이 유격수로 성장해야 한단 점을 자주 강조했다(사진=스포츠춘추, 두산)
두산 김태형 감독(사진 왼쪽)이 내야수 안재석(사진 오른쪽)이 유격수로 성장해야 한단 점을 자주 강조했다(사진=스포츠춘추, 두산)

물론 가장 큰 문제는 유격수 자리다. 베어스 역사에서 김재호와 같은 공·수 활약 펼친 유격수는 찾아보기 힘들다. 두산 역대 유격수 가운데 유일하게 1,000경기를 넘어 1,500경기 출전까지 달성한 김재호(통산 1,643경기 출전)는 통산 WAR 22.32로 해당 부문 2위인 손시헌(두산 소속 시절 통산 WAR 16.12)보다 앞서고 있다. 

2023시즌 두산 주전 유격수 자리는 예측 불가다. 김 감독의 입에선 안재석, 박계범, 이유찬, 전민재 등 4명의 젊은 야수 이름이 나왔다. 

김태형 감독은 “내년엔 (김)재호는 뒤를 받쳐줘야 하고, 안재석, 박계범, 이유찬, 전민재 등 4명이 유격수 자리를 두고 경쟁을 펼쳐야 한다고 본다. 서로 경쟁 속에서 잘하는 선수가 먼저 나가야 한다. 유격수 자리에서 많이 뛰었던 계범이와 재석이는 각각 어깨와 손목이 안 좋아서 올 시즌 막판 기회를 줄 수 없었다. 내년엔 1군에서 한 자리를 해줘야 할 선수들이다. 수비만 보면 전민재는 1군 초반과 비교해 공을 따라다니는 게 굉장히 여유가 생겼다. 이유찬은 순발력이 좋은 데다 좌·우 커버 범위가 굉장히 넓은 스타일”이라고 평가했다.

김 감독이 언급한 차기 유격수 후보 4명은 각자 매력이 다른 스타일이다. 타격을 먼저 본다면 안재석과 박계범, 수비와 주루를 먼저 본다면 이유찬과 전민재가 더 강점이 있다. 김 감독의 말대로 10월 말 시작하는 마무리 캠프부터 시작해 2023시즌 스프링캠프에서 어떤 선수가 먼저 경쟁 구도에서 튀어나오느냐에 달린 문제다. 

두산은 2022시즌을 기점으로 야수진 리빌딩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포스트 오재원·김재호를 찾는 건 가장 중요한 과제이면서도 어려운 난제다. 이미 센터라인 ‘십년대계’ 고민을 시작한 두산이 또 다른 화수분 야구의 신화를 보여줄 수 있을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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